2018.04.05
◆ 규제로 좁아지는 한국쇼핑 (下) ◆
5일 오전 10시 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 신관 2층. 전체 약 1800㎡(545평) 면적에는 빈 공간이 없었다. 송림인삼, 미미상회, 경동인삼 등 인삼과 홍삼, 약재류를 판매하는 상점이 줄지어 들어섰다. 상품 진열 집기가 통일돼 안정감이 있었고, 대형마트만큼 밝고 환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실이 60%나 됐던 곳이다. 오광수 경동시장 상인회장은 "건물이 시장 안쪽에 있는 데다 2층까지 올라오는 손님이 없어 점포에서 몇 달씩 임대료를 안 내도 독촉을 못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신관 분위기는 이날 오픈한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입점을 결정하면서부터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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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노브랜드 경동시장점(400㎡)을 내면서 2층 배치를 모두 바꿨다. 바닥, 천장, 조명 등 인테리어 공사를 이마트가 지원했다. 공실 때문에 듬성듬성 있던 점포 29개는 한데 모아 859㎡(260평)에 재배치했다. 아이와 온 고객도 편하게 쇼핑할 수 있게 키즈카페식 '어린이 희망놀이터'를 함께 입점시켰고,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재능기부카페 '카페 숲'을 들여왔다. 동대문구청도 동참했다. 구청은 2층에 새로 생긴 작은 도서관에 책 2000여 권을 기증했다.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에서는 과일과 수산을 제외한 950여 개 품목을 판매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오픈 첫날 4시간 만에 방문객이 600명을 넘어섰다.
이마트는 전통시장 빈 공간에 노브랜드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2016년 8월 1호 상생스토어인 당진어시장 상생스토어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 구미 봉황시장, 8월 안성맞춤시장, 10월 여주 한글시장 내 매장을 열었다.
이마트의 유통 노하우를 전통시장에 전수해 지역경제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 패러다임을 만들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마트는 여러 유통 규제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 전문점 매장을 낼 수 있고, 젊은 고객이 줄어든 전통시장에서는 매장을 정비하고 고객 집객 효과를 노릴 수 있어 서로 이익이 되는 구조다.
상생스토어는 시장별 특성에 따라 휴게공간을 늘리고, 청년 상인을 지원해 젊은 고객을 새롭게 견인하고 있다. 실제 당진 상생스토어는 매장 오픈 이후 시장을 찾는 고객이 40% 이상 증가했다.
젊은 층을 불러모을 수 있는 콘텐츠로 기존 상권과의 상생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김창주 리쓰메이칸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령자가 단골인 상점가는 젊은 층이 살 만한 매력적인 상품이 없어 영업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상품 개발과 차별화된 이벤트가 집객의 핵심 요소"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