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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의 `5조 연금술`…원유 찌꺼기서 황금알 캔다

Bonjour Kwon 2018. 4. 16. 06:58

2018.04.15

울산 고도화시설 르포

"현대판 연금술. 모든 준비는 끝났다."

 

지난 12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에쓰오일(대표 오스만 알 감디 최고경영자·사진)잔사유고도화 설비(Residue Upgrading Complex) 및 올레핀하류시설(Olefin Downstream Complex) 프로젝트 공사 현장은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값싼 잔사유로 프로필렌,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이 시설에 들어간 자금은 4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 공장의 규모를 설명해주는 게 사용된 철골의 양인데, 무려 11만t이다. 파리 에펠탑이 1만t 규모니 에펠탑 11개를 지을 만한 규모다.

 

현장 건설에 참여한 이영석 대림산업 부장은 "현재 99% 기계적 완공이 된 상태로 시험 가동까지 긴장을 풀 수 없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공사를 우리가 진행했다는 게 뿌듯할 정도"라며 "가장 바빴을 때는 최대 1만6000명이 같이 일하던 현장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가슴 뛰는 일"이라고 말했다. 잔사유고도화 설비로 불리는 RUC 시설은 매립지에 건설됐다. 기존 해안도로였던 곳을 매립해 24만㎡를 확보했다.

 

하루 7만6000배럴의 잔사유를 처리할 수 있다. 잔사유고도화 시설에서 생산된 석유화학 기초유분(프로필렌)으로 합성수지, 자동차·전자제품 핵심소재 등의 재료가 되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공정은 옛 한국석유공사 용지에 지었다. 이곳은 국가 비축유를 저장하는 공간이었는데 이를 지하화하고 에쓰오일이 86만㎡의 공장을 새로 지었다. 이 공장 두 개를 합쳐 110만㎡ 규모다. 두 공장은 지하로 관이 연결돼 있고, 지상은 `번영의 다리`로 연결됐다. 이 다리의 이름은 직원 공모로 정해졌다. 류진열 대외업무팀 리더는 "당시 번영의 다리는 우리 회사 의도에 맞게 지었지만 공사 과정에서 조선업 등 주력 산업 침체로 신음하는 울산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니 사실상 번영의 다리가 벌써 울산 경제 번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6월 에쓰오일과 시공사인 대림산업·대우건설 등과 함께 `공사현장 일자리 연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결과 에쓰오일 공사현장에 모두 1142명의 울산 지역 조선업 퇴직자들이 재취업을 했다. 이 사업은 일자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지방공공부문 일자리 우수 사례 발표대회에서 `울산형 일자리 전환 프로그램`으로 발표돼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공장은 곧 시험가동에 돌입해 올가을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가동을 시작하면 원유보다 값싼 잔사유 비중이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소한다. 잔사유를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프로필렌으로 전환해 수익성이 증대되면 투자 회수 기간은 약 6년에 불과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김형배 부사장은 "에쓰오일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 아람코가 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유독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우리나라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기초 제품 공급에 대항해 국내 석유화학업계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상업 생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로 석유화학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다. 알 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비전 2025를 제시하면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미래성장동력 발굴 노력을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 새로운 투자안들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울산 공장 프로젝트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 프로젝트들도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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