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큰손 부상" 2018.05.03
미래에셋금융그룹이 5000억원 규모의 런던 오피스 빌딩을 인수한다. 이번 인수로 미래에셋금융그룹이 투자한 국내외 부동산 규모는 12조원(누적 기준. 중복투자 제외)을 넘어서게 된다. 글로벌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셈이다.
지난달 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초쯤 2250억원 규모로 미래에셋맵스영국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를 설정한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이 펀드를 통해 세계적인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으로부터 런던 비즈니스 중심 지역의 오피스 건물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딜(deal)의 규모는 총 5000억~5500억원이다. 미래에셋맵스영국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는 건물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블랙스톤에 대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 펀드 설정액인 2250억원의 경우 전액 미래에셋대우가 출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한 런던 오피스 건물 /공식 홈페이지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펀드가 빌딩을 인수할 때 절반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한다”면서 “통상 딜 규모를 투자액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운용이 이번에 인수하는 건물은 런던 올드베일리 근처의 트웬티런던빌딩으로, 연면적 6700평 규모다. 지난해 9층 건물로 재건축을 완료했고, 베어링스와 메트로뱅크, 로펌 위더스 등이 입주해 있다. 현재는 공실이 없으며 평균 잔여 임대기간이 15년 이상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블랙스톤과 계약의향서를 체결했고, 상반기 중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운용의 부동산 펀드와 미래에셋대우의 부동산 직접 투자 규모는 이번 딜로 총 12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운용은 2006년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상하이타워를 인수한 이후 2012년부터 부동산 투자를 본격화했다. 2013~2015년 미국 워싱턴DC의 3개 빌딩에 7700억원 투자했고 2016년엔 하와이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에 9000억원,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오피스에 95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올해는 1조8000억원을 들여 경기도 판교에 IT플랫폼(복합시설)을 구축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운용 펀드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엔 전남 여수에 1조1000억원을 들여 경도해양관광단지를 개발 중이다.
미래에셋의 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06년 2600억원에 인수한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상하이타워의 현재 시세는 1조5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2016년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오피스 인수 때는 공모펀드로도 3000억원을 청약받았는데, 연 6% 이상의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부동산 투자를 늘리면서 글로벌 중개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블랙스톤과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셋은 이번 투자 외에도 하와이의 하얏트 리젠시를 블랙스톤으로부터 사들이고, 경기도 물류센터·역삼동 캐피탈타워를 블랙스톤에 파는 등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이 대체투자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 규모 8조원의 대형 증권사로 도약하면서 글로벌 파트너들이 매매 때 먼저 연락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으로 부동산 투자 등 직접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나 국내외 해외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미래에셋대우가 목표로 내건 올해 세전이익 1조원도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6647억원의 세전이익을 거뒀다.
[안재만 기자 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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