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3
국내 11개 부동산신탁사가 관가 고위 공무원 출신들을 대거 영입, 막강한 이사진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전직 고위 공무원의 영입이유는 신탁업 특성 상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역량이 필수라는 설명이지만, 전관예우 논란에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부동산신탁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의 주주총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 관계출신 인물은 부동산신탁사의 이사진 중 전방위에 포진해있다.
우선 과거 재무부 출신 모피아들의 이사선임이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된 윤용로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재경부 출신 고위공무원으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정택환 전 재경부 정책기획관도 코람코자산신탁의 2019년까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아시아신탁 사외이사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대표적인 모피아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출신 인물도 대거 부동산신탁사의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자산신탁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된 김광연 전북은행 상임감사는 한국은행 감독기획국 출신으로 금감원 은행총괄서비스 국장을 역임했다.
지난달 코리아신탁의 사외이사겸 감사위원장으로 2년임기로 재선임 받은 이병화 이사는 금융감독원 조사연구실장 출신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정용선 대표는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장과 시장·증권담당 부원장보를 거쳐 지난 2013년 코람코자산신탁 대표로 취임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출신도 포함돼 있다. 임경택 한국토지신탁 사외이사는 1980년 KDB산업은행에 입사, 2010년 부행장으로 퇴직때까지 30년간 산업은행에서 근무한 정통산업은행 맨이다. 최익종 코리아신탁 대표이사도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KDB생명 사장을 역임했다.
관계 인사가 부동산신탁사에 대거 포진된 이유는 관료시절 업무경험과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부동산신탁업은 라이선스만 확보 후 사업 조직만 갖춰 놓으면 결국 네트워크 역량에서 사업 운용이 결판난다”며 “부동산사업은 정부 정책방향에과 일맥상통하고 인, 허가 등 행정업무도 중요해 ‘거물’급 인사가 회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신탁사들은 ‘닫힌 운동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연거푸 이어가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5000억원을 돌파한 것을 금감원의 집계이래 처음이다. 지난 2017년 부동산 신탁회사 11곳의 순이익은 5061억원으로 전년(3933억원)보다 28.7% 증가했다. 회사당 평균 순익은 460억원이다. 11개사 모두 100억원 이상 순익을 올렸다. 차입형·관리형 토지신탁 영업은 전업 부동산신탁회사만 할 수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참여가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관예우로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이 아시아신탁의 사외이사직을 연임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사 추가 인가를 추진해 부동산신탁사와 진입을 요구하는 업권 간 갈등이 심한 가운데, 업권이 다른 영역의 고위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놓고 정권 코드 인사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KB부동산신탁의 경우 지난해 말 이례적으로 부회장직을 신설해 김정민 전 사장을 선입했다. 부산상고 출신에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김 부회장은 부금회(부산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으로 대표적인 여권 인사로 꼽힌다.
이에 금융위의 부동산신탁사 추가 인가 등의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도 막강한 기존 부동산신탁사 이사진의 입김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의 기본은 시장에서 경쟁해서 이기는 것으로 라이선스로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며 “관계 고위인사들이 부동산신탁 쪽에 자리 잡은 것을 고려하면 공개경쟁이 아닌 시장에서 규제의 테두리 내부에서 보호받은 부분은 나쁘게 얘기하자면 향응해왔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로그인 PC버전
ⓒ 2016. cnews.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