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2018.05.03
네이버에서 '성공'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라는 낱말 풀이가 나온다. 다음으로 책 소개란을 보면 '성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책이 무려 수만 권이 넘는다. 이는 성공에 대한 세인의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가늠하게 하는 척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성공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일반적으로 자신이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면 성공했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부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가 하면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자리를 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성공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주관적인 평가가 아닌가 싶다.
필자의 주관적인 성공의 정의도 그동안 해를 거듭하면서 바뀌어왔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젊은 시절에는 경제적인 자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형편이 좀 나아지고부터는 직장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것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러다가 환갑을 지나고부터는 한결 단순해져서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을 성공으로 정의하고 있다.
필자가 본업으로 하는 일은 우리나라에 와 있는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조언하는 일이다. 필자를 한 번 만난 고객이 다음에 또 만나고 싶어하면 필자로서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이를 좀 더 일반화해보면 무슨 사업을 하든 '온 손님이 또 오면' 성공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관계까지 이를 넓게 확대하면 지인으로부터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면 성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성공을 이렇게 정의하고 보면 남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인가'로 귀결된다. 무슨 업종이 되었건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온 손님이 또 오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자가 생각하는 묘안은 이른바 적자생존(赤者生存)이다.
여기서 적자생존이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체가 살아남는다는 생물학자 다윈의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니다. 상사의 말을 잘 받아 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우스갯소리 적자생존도 물론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사람은 언뜻 적자(赤字)를 보는 것 같지만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됨으로써 결국 생존(성공)하게 된다는 의미로 필자가 만든 신조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한 치도 양보하거나 손해 보려 들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다. 상대방 입장도 생각해주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찾아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나라가 온통 누군가의 허물을 찾아 비난하기에 열중하는 분노의 사회가 된 느낌이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되었는데도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높게 발표되는 경우란 거의 없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성공한 삶을 살며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배려의 수준을 높여서 살 만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것만으로 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이제 이 문제는 경제의 영역을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경제의 울타리를 넘어선 사회문제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분노의 수준을 줄이고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필자는 되도록 많은 사람이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을 성공의 정의로 삼았으면 하고 바란다. 그렇게 되면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남에게 함부로 하는 행동은 줄어들지 않을까? 일례로 식당 종업원에게 생각 없이 하대하거나 골프장 도우미에게 막말을 하는 행동은 점차 개선되지 않을까? 나라가 온통 분노의 사회로 변해감에 따라 모두가 힘들어하는 이때 나부터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며 살자고 외치고 싶다. "나라가 힘드니, 나라도 잘하자!"
[오종남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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