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8
필리핀·인도·태국도 통화가치 급락 위기감 고조
美국채금리 3.1% 돌파, 신흥국 통화 15개월래 최저…금리인상 도미노 전망
달러 강세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이 중남미 신흥국에서부터 동남아시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은 급속히 진행되는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4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도와 필리핀 등에서도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추가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채금리가 3.1%를 넘어서면서 신흥국들이 자본 유출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7일물 역리포금리)를 기존 4.25%에서 4.50%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들어 인도네시아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 금리 인상 카드를 쓰지 않고서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인도네시아 루피아 통화가치는 달러당 1만4121루피아를 기록해 28개월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는 6.8% 이상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최근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고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신흥국에 나가 있던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자금 유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국채 중 40%를 외국 자본이 차지하고 있어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하면 매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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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루피아화 낙폭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크고 외국 자본 비중이 다른 국가보다 높은 편이라 이번 금리 인상의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이 6월과 9월에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인도도 신흥국 자본 유출의 피해를 입고 있다. 인도 루피화는 지난 15일 달러당 68.1395루피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통화가치가 약 7.7%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달 인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 동기 대비)도 상승률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4.8%를 기록해 인플레이션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인도중앙은행에서는 이미 매파 위주 분위기가 형성돼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인도중앙은행은 지난 4월 기준금리를 6.00%로 8개월째 동결한 바 있다. HSBC는 이와 관련해 인도중앙은행이 올해 안으로 두 번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리핀 페소화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필리핀 페소화 가치는 지난 15일 연초 대비 약 5.5% 떨어진 달러당 52.520페소를 기록했다. 반면 물가는 치솟고 있다. 필리핀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5%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7월 2.4%였던 것과 대비해 1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신흥국 중에서는 비교적 타격을 덜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태국 바트화도 최근 들어 통화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태국 바트화 가치는 17일 전일 대비 0.17% 하락한 달러당 32.092바트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과 대비했을 때 통화가치가 3.25% 하락했다.
17일 JP모건의 신흥국 통화 인덱스도 0.5% 하락한 66.556으로 작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흥국 위기를 부추기는 요소로 간주되는 미국 국채금리는 17일 3.1%를 돌파해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기에 더 민감한 2년물 금리도 17일 2.5957%까지 올라 2008년 8월 이후 9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스펜서 도이체방크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국채금리는 계속 올라갈 것이고 루피아, 페소, 루피에 계속 압력이 더해질 것"이라며 "신흥국에서 물가가 상승하면 통화가 약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앤드루 케이츠 노무라 수석전략가도 "일부 신흥국 국가는 국제 수지를 맞추기 위해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미국 국채금리 상승, 신흥국 증시 하향세 등으로 신흥국 통화가 타격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지만 이번은 여파가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경제지표가 다시 침체기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신흥국을 둘러싼 위기감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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