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2
"종전이 선언되고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서울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서울은 그 자체로 대북사업을 위한 글로벌 업무 중심지구가 된다."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역사적인 담판이 이뤄졌다. 1953년 이후 지속된 한반도 전시 상황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절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한반도 국토, 부동산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매일경제는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가나다순) 등 부동산 전문가 5인에게 미·북정상회담 이후 부동산시장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차원'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주택, 토지, 빌딩 등 부동산시장에 이번 회담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북핵 문제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지면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고, 장기적으로는 북한 내 개발사업도 가능해지리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중심인 서울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 서울이 그 자체로 동북아시아, 혹은 글로벌 국제 업무 중심지구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서울과 바로 맞붙어 있으면서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통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일산과 파주 등 경기 북부 지역도 유망 지역으로 꼽았다.
양 소장은 "최고 수혜지는 서울"이라고 단언했다. 양 소장은 "종전이 되면 전 세계에서 북한과 경제적 교류를 위해 몰려올 것이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양질의 인력과 일자리가 모두 마련돼 있는 서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게 될 것"이라며 "서울의 가치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고 원장은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가 찾아오면 서울의 출발지는 용산이 된다. 물류나 철도 건설에 따른 출발역이 되는 것"이라면서 "최고의 수혜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 연구위원 역시 "유망 지역을 꼽으라면 1순위는 서울이고 경기 북부·서부는 2·3순위"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도 "대한민국 부자들이 몰리는 강남에 결국 북한의 부자들도 몰리게 되면서 미국의 뉴욕 맨해튼과 같은 곳으로 서울이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1급지, 특급지인 강남은 더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서울 다음 유망 지역은 역시 고양과 파주 등 경기 북부였다. 대외적 요인으로 저평가돼 있고, 지리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안 부장은 "평양·개성으로 가는 관문이 되는 경기 북부권이 수혜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원도 쪽도 유망하다는 의견이다. 고 센터장은 "강원도 고성은 북으로 관광 가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관문격이어서 관광 인프라스트럭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한국 부동산 투자를 꺼렸던 외국인들의 투자도 서울로 몰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안 부장은 "북한의 낮은 임금의 노동력이 국내로 유입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공단 인근의 주택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소멸로 외국인들은 서울 오피스 투자를 늘릴 것이고, 특히 중국 자본은 주택 개발이 용이한 경기도권의 토지 매수를 통해 대규모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측했다.
고 원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 투자할 때 전통적으로 아파트보다는 빌딩을 선호해왔다"고 전제한 후 "북핵 리스크가 줄고, 평화가 찾아오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오피스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인들의 투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부장도 "경제자유구역인 송도나 평택, 청라 등 개방된 무역항구가 있는 곳의 오피스들이 각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현재는 일본에 물류기지나 동북아 총괄센터를 두고 있는데, 전쟁 리스크가 사라지면 접근성이 더 좋은 한국으로 흡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소장은 "외국인들이 느끼는 '휴전국가' 위험성은 엄청나다. 이 부분이 해소되면 국내 부동산 투자 메리트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면서 "이미 국내에서 외국인 보유 토지 면적이 작지 않은데, 향후에는 외국인들이 더 큰 규모의 토지 매입을 서두를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박인혜 기자 /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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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서울서 부동산시장 가장 뜨거웠던 지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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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섣부른 투자는 자제해야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한반도 부동산에 대한 전망은 장밋빛이다. 하지만 위험요인도 만만치 않게 도사리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소시켜 투자심리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 모멘텀을 만든다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당장 경기 북부나 서해안 등에 투자한다고 바로 수익을 낼 것이라는 주장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군사외교 상황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고, 외교 리스크는 일반인들의 예측 범위를 벗어난다"고 경고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도 "종전선언 이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일시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실제 성과 가시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대출 등을 통한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다. 독일 사례처럼 공급과잉에 따른 하락이 없으라는 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사실 그동안 몇 달에 걸쳐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경기 북부, 접경지역에 대한 토지 투자 열풍이 불어닥친 바 있고, 이것이 가격에도 이미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접경지 투자에 걸려 있는 각종 규제와 장애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내국인 투자가 접경지로 몰릴 것 같은데 자연, 군사, 문화생태적 차원의 규제와 제한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기획부동산 말을 듣고 솔깃해 쪼개 파는 땅을 사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개발이 안되는 땅을 규제를 풀 수 없는 상황에서 비싸게 주고 사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행정수도인 세종시와 북한과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면서, 접근성도 나쁜 남쪽 지역은 이번 종전선언에 따른 부동산 가치 상승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안 부장은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나 정책 변화로 수도 및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도시가 바뀔 수 있는데, 이때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이 세종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세종시 같은 행정분산형 신도시는 리스크가 크다"고 전망했고, 양 소장 역시 "전라도나 경상도 등 남쪽 지방은 현재 상황 자체가 좋지 않은데, 이번 종전선언으로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도 "대도시가 많지 않은 내륙권 중 충남·북과 경남·북이 소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 김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