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금융시장.사회 변화분석

전문가 빠진 정책 남발…오죽하면 기업들 해외간다 하겠나" 기업이신나야 청년실업도해결.죄인취급은!

Bonjour Kwon 2018. 6. 20. 07:29

[매경이 만난 사람] 첫 경영학자 출신 김동기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2018.06.19

"전문가 빠진 정책 남발…오죽하면 기업들 해외간다 하겠나"

 

"현 정부는 학계 원로들에게 정책자문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중요한 정책결정을 할 때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면 자문에 충실히 응할 텐데 그런 요청이 별로 없다."

 

현 정부는 역대 최고의 국정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교육·부동산·노동 등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때면 번번이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정부가 새로운 정책결정을 할 때 암초에 부딪히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싱크탱크에 의존하거나 공론화위원회 등 비전문가 집단에 의사결정을 맡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김동기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은 이런 문제를 다시 한번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정책결정을 할 때 우리 학술원에 전문가가 많으니 자문을 요청하면 이에 응하고,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할 텐데 정작 정부가 자문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학술원은 학술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학자를 우대·지원하고 학술연구와 그 지원사업을 행함으로써 학술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1954년 7월 '문화보호법'에 의해 개원한 이래 △학술진흥에 관한 정책자문 및 건의 △학술연구와 그 지원 △국내외 학술교류 및 학술행사 개최 △학술원상 수여 △기타 학술진흥에 관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6개 분과회로 구성되는 인문·사회과학부회와 5개의 분과회로 구성되는 자연과학부회가 있다. 전체 정원은 150명이지만 현재 138명의 원로 학자가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새로 취임한 제37대 학술원 회장이다. 그는 학술원 최초의 경영학자 출신 회장이자 최초의 고려대 출신 회장이다. 그간 사립대 출신 회장이 드물었던 학술원에서 인사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나선 것이다.

 

김 회장은 이미 경영학에서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1960년대 시장론·판매론이 대부분을 이뤄 마케팅 불모지였던 한국에 미국식 마케팅을 도입했다.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근대화 추진위원회'의 핵심 멤버로 참여해 한국 최초의 슈퍼마켓, 할인판매점, 편의점, 쇼핑몰 및 대규모 물류단지를 개설하고, 백화점의 직영체제와 상품권 발행, 소비자신용카드 제도 도입 등 우리나라의 유통근대화를 위한 정책 및 실행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특별 표창을 받았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이미지 확대

김 회장은 특히 경영학자답게 어려워지는 국내 경영환경에 대한 우려를 토로했다. 특히 높은 법인세와 노사 공생보다 노동자 중심의 정책이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의 경우를 보면 베트남은 삼성전자를 위해 법인세 혜택(처음 4년간 면제, 다음 4년간 5%, 다음 17년간 9%)을 주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연간 수출액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국제기업이 됐다"며 "우리도 법인세를 올려서 세수를 늘리는 것만 보지 말고 세수 혜택으로 국익 증대를 실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다른 나라는 처음 진출하면 법인세를 면제해주는데 우리나라는 22%를 유지하고 있으니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심지어 5대 그룹이 본사를 법인세가 없거나 낮은 외국으로 옮긴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자 중심 정책에 대해서도 "현대자동차그룹 임원들에게 한국 내 공장을 왜 증설하지 않느냐고 질문하면 '높은 임금과 빈번한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때문에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정부가 진짜 노동자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기업가가 한국을 떠나게 하지 않으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러하듯 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청년실업 문제도 기업으로 하여금 신바람이 나서 기업 하게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투자 의욕이 생겨 해결될 텐데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고 있으니 그 사람들이 (투자를) 하려 하겠느냐"며 "베트남의 삼성전자에 공산당 서기장이며 총리며 다 몰려와 베트남에 투자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는데, 우리 정부도 기업인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책상 위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고려대를 방문했을 당시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들며 그의 노동 철학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철의 여인'이라 불리던 대처 총리가 석탄노조의 파업에 대응했던 일화를 방한 당시 들었다"며 "그들의 조건을 모두 다 들어주면 영국이 완전히 몰락할 것 같아서 생명을 걸고 노조를 설득했다는 대처 총리의 얘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처럼 국내의 어려운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학술원에 여러 자문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예를 들어 대학입시제도에서 수시·정시 비율을 몇 %로 할지에 대해 학술원에 자문하면, 학술원에는 교육부 장관 출신 등 교육 전문가가 많아 답을 줄 수 있다"며 "우리 2세들이 이 나라의 운명을 걸머지고 나가야 하는데 그들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이끌지 좋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학술원의 전문분야인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학술원은 매년 11개 분과에 1000만원씩의 연구비를 지원해왔는데, 그간 국고 지원 없이 운영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정부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며 "최근에 몇몇 기업에서 연구비 기금 지원을 받아 연구비를 1300만원으로 늘린 것도 연구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술원이 우수한 연구에 대해 주는 상의 상금도 5000만원에 불과한데 다른 재단의 상금에 비해 너무 적다"며 "상금을 올리는 것이 임기 내 목표"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민국이 오늘날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몫을 충실히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학자를 우대·존경하고 학자의 연구 결과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사회·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글로벌 시대 교육 핵심은 다시 인성

 

기사의 3번째 이미지이미지 확대

김동기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은 경영학자로서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이다. 2016년 2월까지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국제마케팅 관리 관련 수업을 지속해온 만큼 교육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가득했다. 그는 특히 지나치게 빠르게 발전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다시금 인성교육이 중요해졌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이 30~40년 만에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교육의 힘이 컸다"며 "글로벌 시대에 맞춰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기술 교육과 더불어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세계시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그가 최근까지 가르친 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일본 주오대 교수에서 고려대로 돌아온 다음 석좌교수로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전공과목을 강의하게 됐는데 이때 다양한 나라 학생들을 접하게 됐다. 김 회장은 "초창기 강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후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학생이 많았는데 갈수록 미국,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이른바 선진국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공부하러 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선진국 학생들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작은 국가가 불과 30~40년 만에 산업화를 이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강의 기적'을 높이 평가한다"며 "기술개발과 경영관리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는 유교적 교육 방법에 입각한 인성교육이 상당히 후퇴한 것 같다"며 "독서와 자기 수련을 통해 스스로 진리를 깨닫고 지혜를 배우는 '자기교육', 부모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시범을 보여 자식의 역할모델이 되는 '가정교육',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기술을 가르치는 '학교교육', 직장에서 맡은 일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직장교육', 올바른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치관과 생활 방식을 터득하는 '사회교육'이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외국어 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한 평론가가 말하기를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정보기술(IT) 보급과 더불어 기업 임직원의 유창한 영어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 김동기 회장은…

 

△1934년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 상학 학사, 뉴욕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고려대 경제학 박사 △1985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원장 △1990년 고려대 국제대학원 원장 △1996년 일본 와세다대 교환교수 △1997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1998년 고려대 경영대 명예교수·일본 오카야마상과대 객원교수 △2016년 대한민국학술원 부회장 △2018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조성호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52시간 처벌, 6개월 유예를"

정부도 기업도 준비안된 `주52시간`…"이대론 범법자 될판"

끝내 노동계는 빠진 채…`최저임금위` 반쪽 회의

與, 통상임금·최저임금 범위 똑같게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