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6
美·中 `340억弗 관세폭탄` 맞불
미국과 중국이 6일 각각 상대방을 향해 340억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을 발효한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면서 세계 경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미국 워싱턴 DC 현지시간 6일 0시 1분(한국시간 6일 오후 1시 1분)부터 각각 34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해 총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고 중국도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유럽연합(EU), 캐나다 등도 보복 관세를 예고해 관세 전쟁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6일 미국과 중국의 '관세 폭탄'을 기점으로 1930년대 세계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대공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촉발된 무역전쟁은 과거 대공황 때와 비슷하게 '미국의 관세 폭탄→교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국제 교역 및 세계 경제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트럼프-후버는 닮은꼴
1929년 시작돼 1939년까지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내몰았던 대공황은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1929년 10월 29일 주가 대폭락으로 대공황의 서막이 울렸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자 미국은 그 해결 방안을 보호무역에서 찾았다. 1930년 6월 17일 발효된 스무트·홀리(Smoot-Hawley) 법을 통해 관세를 대폭 높이고 대외 수입을 차단했다. 공화당의 리드 스무트 의원과 윌리스 홀리 의원이 주도해 법을 만들었지만 실제 주인공은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었다. 1928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공화당 후버 후보는 농업부문에 대한 보호관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20년대 미국 경제는 기술 진보에 따른 급속한 생산성 향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농업 부문은 불황에 시달렸다. 후버 대통령은 농민 유권자 표심을 노렸다. 관세 인상은 농산물뿐만이 아니라 다른 공산품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제조업계도 수입 관세를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결론적으로 이들의 정치적 연대로 인해 2만1000여 개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가 새로 부과되거나 관세율이 평균 60%까지 인상됐다.
이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와 캐나다 등 10여 개국 모두 관세 인상을 단행했다. 관세 장벽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경제의 블록화 현상도 뚜렷해졌다. 영국은 오타와협정을 통해 관세 특혜에 의한 영연방 국가 간 교역 확대를 노렸고, 독일은 중동부 유럽 국가와 경제 블록을 형성했다. 아울러 환율 통제 등 조치도 총동원됐다.
2016년 러스트벨트 지역 백인 노동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주의를 내세웠다. 그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이들 지역 기반 산업인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폭탄'을 들고 나왔다. 표를 얻기 위해 대통령이 보호무역을 자극하고 이런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 대공황 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 반발에도 밀어붙이기식 보호무역
기사의 2번째 이미지이미지 확대
보호무역의 악영향도 대공황 당시와 비슷하다. 대공황 당시에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주요국들의 경쟁적인 통화 평가 절하 등으로 세계 교역량이 급감했다. 교역량은 1929년 1분기 약 84억4000만달러에서 1933년 1분기 약 30억4000만달러로 60% 이상 줄었다.
미국 교역량은 1929년 약 145억달러에서 1932년 약 39억달러까지 감소했다. 교역량 감소는 실물경제 위축, 경기 회복 지연을 몰고왔다.
미국의 경우 대공황 이전 제조업 실업률은 약 7.7%에서 대공황 기간 26%까지 치솟았다. 실업을 막기 위해 취한 보호무역조치가 오히려 실업률을 크게 높인 것이다. 세계 산업생산은 1929년 6월과 비교해 1년 후 약 15% 감소했으며 1932년 7월에는 40% 가까이 감소했다. 세계 주식시장도 크게 타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보호주의를 요구했던 유권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실업자만 양산했다. 거리에 가득 찬 실업자들은 사회적 불안 요인, 더 나아가 글로벌 정치 불안으로 이어졌다. 대공황에 따른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나치를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이 급부상했고 이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보호무역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도 유사하다. 스무트·홀리법이 마련될 당시 저명한 학자들을 포함한 1028명의 경제학자가 후버 대통령에게 이 법안에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청원을 했다. 포드자동차, JP모건 등도 후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에도 미국 대표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 정책을 고수한다면 투자와 일자리가 줄고, 임금이 낮아지는 등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 크루그먼을 비롯한 경제학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을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 무역전쟁 확산으로 대공황 전조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무역 전쟁은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대한 시사로 시작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3월 8일 전 세계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각각 25%, 15% 관세를 부과하며 실제적인 조치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오랜 동맹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국은 맞불 관세로 대응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예정된 대로 각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8000억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수입량 중 4%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P모건은 글로벌 무역전쟁 발발 시 투자가 위축되고 인플레이션이 가중돼 1~2년 내에 글로벌 GDP의 1.4%가 증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김하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중 무역전쟁 큰 영향 받는 10개국 중 한국 6위"
빗장 건 美…韓, 대미수출 24억弗 감소
무역전쟁 충격파…금융이어 실물지표까지 급락
美 `자동차 수입제한`…日 반대 의견서 제출 "세계경제 파괴할 것"
미래경기 불확실성 반영…안전자산 금값도 하락세
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