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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투자 확대하는 연기금…'착한 펀드' 수익률도 살아날까..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공적기금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Bonjour Kwon 2018. 7. 21. 10:23

 2018.07.21 06:05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국내 주요 연기금들이 사회책임투자(SRI)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RI는 기업의 재무적인 요소뿐 아니라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끼치는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한 투자를 말한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깊은 미국과 유럽의 SRI 규모는 시가총액의 20%를 웃돈다. 한국은 이 비율이 1%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대형 연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기업은 비재무적 요소 관리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과 함께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국민연금·공무원연금, 사회책임투자 강화

20일 정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 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계기로 현재 9명 규모인 책임투자팀을 내년까지 책임투자실로 확대·개편하고, 인력도 30여명 수준으로 대폭 늘릴 예정이다. 책임투자실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마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모형에 따라 매년 1~2회 기업을 점검한다.

이는 투자 대상 회사의 재무적·비재무적 사항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라는 스튜어드십코드 원칙 3번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ESG 평가모형 세부지표에는 탄소배출량, 협력업체 지원 여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여부 등이 포함된다. 국민연금은 ESG 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한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요청 등의 주주활동을 실시한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올해 4월 말 기준 635조원이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770여개에 이른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기업·주주가치 훼손 우려 기업과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사학연금·우정사업본부와 함께 국내 4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공무원연금도 최근 사회책임투자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이창훈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은 지난 16일 “올해 하반기 중 국내 SRI를 확대하고 해외 책임투자도 개시하겠다”며 “내년에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공적기금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 기금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10조9934억원이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SRI에 922억원을 투입 중인데, 하반기 중 600억원을 더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 단장은 “조만간 위탁운용사 선정 공모절차에 착수하겠다”며 “사회책임투자 확대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기금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선DB

사학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이들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확대 역시 예정된 수순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019년까지 모든 연기금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SRI 펀드에도 긍정적...기업 길들이기 수단은 안돼"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연기금 자금이 사회책임투자 영역에 본격적으로 흘러 들어오면 국내 자본시장 수질 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는 “주요 주주인 연기금이 환경·고용수준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점검하겠다는데 이를 무시할 기업은 많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상무는 “SRI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한국은 출발이 좀 늦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영국과 독일은 2004년 기업 연차보고서에 사회공헌 내역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종업원 500명 이상 기업들이 비재무 정보를 의무 공시하기로 결정했다. 자산 규모가 1100조원에 이르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사회책임투자가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SRI 펀드들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평균 -3.8%(7월 18일 기준)로 부진한 편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4.99%를 기록해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아시아 증시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전략팀장은 그러나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투자가치를 두기 시작하면 이 부분에 강점을 지닌 기업의 주가는 상승 동력을 얻게 된다”며 “착한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에 돈이 몰리고, 수익률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연기금들이 정부나 정치권의 입맛에 맞게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SRI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착한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기업 흔들기 부작용이 많아질까봐 우려하고 있다”며 “결국 연기금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연금사회주의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