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9
[동아일보]
“앞으로 10년 안에 글로벌 부문 자기자본 10조 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하겠다.”
올해 3월 미래에셋대우 홍콩 글로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현주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2016년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에도 2년 안에 자기자본 8조 원, 순이익 2000억 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리고 올해 1분기(1∼3월)에 이를 달성했다. 박 회장의 이번 목표도 현실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미래에셋대우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 거침없는 행보에 나선 것도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즈모폴리턴호텔을 인수하는 등 상반기(1∼6월)에만 1조6000억 원 이상 규모의 해외 투자를 진행했다. 영국 런던 캐넌브리지하우스 빌딩을 인수했고, 홍콩 더센터 빌딩 매입을 위해 글로벌 투자기관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미래에셋이 부동산과 같은 대체투자 시장에만 공을 들인 건 아니다. 글로벌 유니콘기업에도 과감하게 투자했다. 유니콘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하여 부르는 말이다. 중국 차량공유서비스 시장 1위 업체로 ‘중국의 우버’라 불리는 ‘디디추싱’에 미래에셋캐피탈, 네이버 등과 공동으로 2800억 원을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국내 펀드가 글로벌 유니콘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또 미래에셋은 올해 3월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함께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스펀드’를 만들었다.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목표인 투자펀드로, 두 회사가 5000억 원씩 출자해 1조 원 규모로 운영할 예정이다. 펀드 운용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맡고, 유망 기업 발굴과 검증에는 미래에셋과 네이버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참여한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스펀드는 1억5000만 달러 규모로 동남아 차량공유서비스 시장 1위 업체인 그랩에 투자했다. 그랩은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하는 등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곳으로, 현재 동남아 8개국 50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교통 서비스 인프라를 중심으로 식품 배송, 모바일 결제, 금융 서비스 등의 서비스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동남아시아의 최대 O2O(Online to Offline)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대우의 거침없는 글로벌 행보의 밑바탕에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큰 글로벌 네트워크 보유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10개국 14개 거점(현지 법인11개, 사무소 3개)을 갖고 있다. 해외 현지 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만 2조3000억 원을 넘는다. 이런 현지 법인은 각기 특성에 맞게 글로벌 주식 거래, 웰스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영업 활동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올 3월 박 회장이 홍콩 글로벌 회장으로 취임한 뒤 글로벌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성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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