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흐름. 미래변화>****

글로벌 금융위기 10년이 남긴유산.① `부채 덫`② 양적완화·마이너스 금리…위기때 쓸 카드 없어 ③ 무역전쟁 격화④ 포퓰리즘 ⑤ 글로벌 양극화

Bonjour Kwon 2018. 9. 7. 06:51

2018.09.06

① `침체 늪` 벗어나려다 `부채 덫` 빠져…10년간 70조弗 치솟아

② 양적완화·마이너스 금리…위기때 쓸 카드 없어져

③ 트럼프發 무역전쟁 격화…글로벌 리더십 실종

④ 브렉시트·反난민주의…세계 덮친 포퓰리즘

⑤ 美日 호황·신흥국 위기…글로벌 양극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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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7일 미국 정부가 주택 버블 붕괴로 파산 직전에 놓인 미국 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구제책을 발표했다. 이후 9월 15일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파산에 따른 충격으로 미국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500포인트 넘게 추락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미국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 중이다.

 

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모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10년을 맞아 금융위기로 인한 변화상과 한국 및 세계 경제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세계경제의 뚜렷한 변화 중 하나가 세계 각국 부채의 증가다. 이 같은 부채 증가로 인해 세계경제의 취약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또 향후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꼽힌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총부채는 237조달러에 달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인 2007년보다 70조달러나 불어났다. 저금리로 정부, 기업, 가계들이 차입을 늘린 영향이다. 전 세계 부채 237조달러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비금융기업이 70조달러로 가장 큰 비중인 29%를 차지했다. 이어 정부(60조달러·27%) 금융사(59조달러·25%) 가계(45조달러·19%) 등 순이다. 가계·기업·정부·금융사 모두 빚을 늘려 성장한 모양새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2008년 65%에서 지난해 105% 이상으로 급등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지역)에서는 이탈리아의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130% 정도로, 30%포인트 상승했다. 신흥국의 부채 상승 속도는 더 빨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신흥국 부채 규모는 68조9000억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23조2000억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GDP 대비 부채 규모는 147%에서 211%로 확대됐다. 이 중 외화표시 부채는 8조5000억달러에 달했다. GDP 대비 외화부채 비중은 터키가 70%로 가장 높았다. 이어 헝가리(64%) 아르헨티나(54%) 폴란드(51%) 칠레(50%) 등 순이었다. 이러한 부채가 많은 신흥국들은 앞으로 글로벌 긴축 기조가 본격화하면 채무 불이행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였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신용수준이 낮은 미국인들에게 마구잡이로 주택담보대출을 내줬고, 리먼브러더스를 비롯한 월가 은행들은 이들의 부실채권을 모아 만든 파생상품을 거래하며 위험을 키웠다.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이러한 위험은 결국 현실이 됐고,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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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008년 금융위기가 그랬던 것처럼 '막대한 글로벌 부채'로 인해 세계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양적완화 종료 등으로 '긴축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부채가 큰 위험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CEO는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로 많은 기업과 공공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 과정에서 부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게오르기에바 CEO는 "강한 경제성장을 일구는 시기에도 구조 개혁에 나서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이들 국가에 좋은 시기는 오래가지 않는 만큼 기다리지 말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중앙은행을 통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통화정책이 무력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금리 인하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쳤지만 경기 부양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인 양적완화(QE)를 동원한 데 따른 현상이다. QE는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너무 낮아 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다. QE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써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금융위기가 불어닥칠 경우 대처할 '카드'가 마땅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은 정책금리를 2007년 초 5%대에서 그해 9월 4.75%로 내린 이후 아홉 차례에 걸쳐 추가 인하를 단행해 2008년 12월부터 0~0.25%의 제로금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초반 유동성 공급, 정책금리 인하에도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자 미국은 QE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와 비슷한 전례를 밟았다. ECB는 2008년 10월 이후 2009년 5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25%포인트 인하해 1%까지 낮췄다. 또 다양한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자 이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00%로 낮춰 사상 처음 제로 기준금리를 선언했다. 더 나아가 국채 매입 등을 통한 QE 규모를 월간 기존 600억유로에서 800억유로로 확대했다. 일본은 QE를 동원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해 2016년 들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채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에서 새롭게 부상한 리스크는 자국 이기주의의 등장과 '글로벌 리더십 부재'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난이란 직격탄을 맞은 일반 대중의 분노는 기성 정치권을 향했고, 이 틈을 타 '우리나라부터 잘살자'는 자국 이기주의가 전면에 등장했다. 금융위기의 출발지였던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업인 출신으로 미국 정치권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은 그동안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국제 질서가 미국에 불리하다며 '새판 짜기'에 나섰다.

 

그동안 국제 무역의 주류를 형성했던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주의'보다는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그들(WTO)이 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나는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로 인해 시장에서는 1930년대 세계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대공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로 촉발된 무역전쟁이 과거 대공황 때와 비슷하게 '미국의 관세폭탄→교역 상대국의 보복관세→국제 교역 및 세계경제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과 민주주의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종전의 믿음을 무너뜨린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금융위기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대중은 위기를 일으킨 금융인들이 화려하게 재기하는 모습을 보며 분노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엘리트 기득권에 맞서 일반 국민이 정치의 주인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 같은 분위기를 노린 기성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전 세계 정치권에서 급부상했다. 포퓰리즘은 좌파와 우파 구분 없이 등장했다.

 

2016년 6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브렉시트 사태 역시 이러한 추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EU가 남유럽발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재정·금융 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자 영국 국민의 반EU 정서가 커졌다.

 

여기에 이미 경제난으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폴란드·터키 등의 노동자들이 이민을 와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견딜 수 없다는 반이민 정서 역시 EU 탈퇴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영국의 이러한 입장은 '지나치게 노골적인 반난민 정서'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유럽 전역에서 반난민주의가 일파만파 퍼지며 사실상 주류로 자리 잡았다.

 

난민으로 인해 사회 혼란과 물가 상승, 재정 악화 등을 동시에 겪게 되자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인도주의 정책을 버리고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내걸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과거 충격에서 벗어나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주요 선진국들은 2%대 성장세가 예상된다. 미국은 2.9%, 유로존은 2.2% 성장세가 예측됐다. 이에 비해 한때 높은 경제성장세로 주목받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은 대체로 어려움에 빠졌다. 중국·인도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세계경제 평균에도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7%였던 상황에서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은 각각 1.0%, 1.5%, 1.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해도 이들 국가는 1%대 성장세에 머물러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 예상치인 3.9%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앞으로도 양극화 추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부채가 많아진 상황에서 미국을 시작으로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 취약한 신흥국 중심으로 자금 이탈 현상이 가속화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신흥국들이 금리를 올리면 이 역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미국은 이달 말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10~12월 자산 매입 규모를 월 150억유로로 줄인 뒤 양적완화(QE) 정책을 종료하기로 한 상태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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