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김여사, NASA 빌딩에 투자?…해외 부동산펀드로 `뭉칫돈` 몰린다
2018.09.27
8월말 기준 순자산 37조
1년새 10조 가까이 급증
올 평균 수익률 3.65%
채권·주식형 펀드 앞서
손실위험 있고
환차손 등 리스크도 주의
금리 인상기가 시작됐다고 하지만 아직 웬만한 투자상품으로는 수익률 상승을 체감하기 힘든 요즘, 뭉칫돈을 굴리는 자산가들이 최근 발견한 '블루오션'은 바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다. 부동산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통해 모은 자금을 빌딩이나 호텔, 유통, 물류 시설 등에 투자한 뒤 여기서 나온 임대료와 향후 매각 시 거둔 매매차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입된 돈(순자산총액)은 37조2700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해 1년 전인 지난해 8월 27조6000억원 대비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판매 창구는 증권사와 은행이지만 최근에는 은행들이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2015년 전무했던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의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 취급액은 이듬해 193억원에서 2017년 1096억원으로 뛰었다.
펀드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초 벨기에 'EU 오피스' 투자 상품(신한알파플러스 특정금전신탁)을 시작으로 최근 취급한 이베이 오피스 건물 펀드까지 다섯 개 펀드를 선보여 지금까지 총 1062억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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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판매한 이베이(eBay) 오피스 펀드는 구글과 애플 등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 집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베이HQ 노스 캠퍼스(North Campus) 오피스에 5년간 투자하고 연평균 6%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됐다. 투자 대상인 이베이 오피스는 용지 면적 약 1만7000평에 들어선 지상 2층, 4개동짜리 건물로 이베이가 2029년 1월까지 마스터리스(장기 임대차 계약)를 맺었다. 임대차 계약에는 매년 연간 3%씩 임대료를 올리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펀드 특성상 배당 안정성이 보장되는 셈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호주 교육부, 올해는 벨기에 외무부가 각각 장기 임차한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였다. 이 중 먼저 선보인 '미래에셋맵스 호주 부동산투자신탁 2호'의 투자 대상은 호주 캔버라에 있는 호주 교육부 빌딩이다. 연평균 배당수익률이 6.26%나 되고 현지 통화인 호주달러로 투자해 추가적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 초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 스페인 본사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네슬레 글로벌 본사 일부와 스페인 본사, 현지 은행과 카페테리아 등 리테일 업체가 임차 중인 이 건물은 올해 8월 기준 남은 잔여 계약기간이 9년6개월로 목표 투자기간(펀드 설정일로부터 5년간) 동안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계열사 하나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펀드 판매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펀드가 투자하는 NASA 본사 빌딩은 NASA가 2028년까지 장기 임차를 확정한 곳이다. 건물을 매입할 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들인 덕에 건물을 매각할 때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원금의 50%에 대해 환헤지를 보장하는 것도 장점이다. 당시 하나은행을 포함해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판매된 펀드는 이런 장점 덕에 판매 시작 1시간 만에 약 900억원을 모으며 완판 기록을 세웠다.
최근 해외 부동산 펀드에 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판매한 영국 버밍엄 소재 세인스베리 물류센터 펀드가 연 7% 초반을 제시하는 등 요즘 출시되는 상품의 예상 수익률은 연 6~7%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예·적금 등 주요 은행의 저축성 수신상품 평균 금리가 1.82%인 것과 비교하면 최고 3배 높다. 올해에도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한국펀드평가의 연초 이후 펀드 종류별 평균 수익률을 보면 해외 부동산은 3.65%로 국내 채권형(1.95%)과 해외 채권형(-1.45%), 해외 주식형(-2.61%), 국내 주식형(-6.87%)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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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임차인에게서 받은 임대료를 보통 반년마다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만큼 만기가 돼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상품보다 자금 활용에 유리하다. 임대료 기반 상품이라 시중금리 변동과는 무관하게 투자기간인 5~7년간 꾸준히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
2015년 사모펀드 투자금액 하한선이 기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확 낮아진 것도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그 결과 사모펀드 저변이 넓어졌고 그만큼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되고 있다. 현재 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 펀드에 넣는 돈은 1인당 3억~5억원 수준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기초자산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유럽이다.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 기준금리는 0%. 그만큼 대출금리도 낮아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하면 기대수익률은 한국과 유럽 금리 차이(1~2%포인트)만큼 더 올라간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신흥국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베트남의 경우 2015년부터 외국인들의 주택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일본과 중국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여기에 맞춰 국내에서도 현지 투자 상품을 찾는 수요가 몰리고 있고 금융사들도 관련 상품 판매를 준비 중이다.
다만 리스크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차손이다. 주로 달러 등 현지 통화로 거래와 배당이 이뤄지기 때문에 만약 원화 강세장일 경우에는 손해를 볼 수 있어 이를 피하려면 환헤지가 되는 상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원금 손실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예·적금 같은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대상이 아닌 '실적배당상품'으로 투자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배당은 임대료로 지불하고 투자원금은 만기 시 매각 차익으로 지불하는 경우 만약 부동산이 팔리지 않으면 원금 회수가 미뤄질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부동산이 매각될 때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낮은 금액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 발생한 매각 손실은 곧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로 이어진다. 최성호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절대적으로 임차인 안정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월세가 잘 들어올 수 있는 신용도 높은 임차인이 굉장히 중요하고 펀드 설정 기간이 끝난 후 청산될 것을 감안해 해당 부동산 매각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상품 가입기간이 5~7년이고 중도 환매가 여러운 폐쇄형이 많다는 점은 유동성이 중요한 업종의 투자자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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