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4
코스피 1.5% 급락·원화값↓
실물·자본 대외개방도 높은
한국경제 마땅한 대책 없어
◆ 트럼프發 新3고 ◆
글로벌 시장에서 금리와 유가가 오르고 각국이 관세를 경쟁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고금리·고유가·고관세가 동시에 벌어지는 '신(新)3고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3고'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면에 내세운 '미국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석유 한 방울 안 나고, 실물 자본시장의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0.12%포인트 오른 3.18%에 마감했다.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이 성장률 고공 행진으로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도 연일 급등세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8달러(1.6%) 오른 76.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년여 만에 최고치다. 런던선물거래소(ICE)의 1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1.49달러(1.8%) 상승한 86.29달러에 마감해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음달 5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을 앞두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고관세를 무기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이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타깃으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을 지목해 '관세폭탄'에 기반한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한국은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내수시장은 작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경제'라서 글로벌 경제의 신3고 충격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한다. 한국 경제 상황이 탄탄하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은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이 0.6%(전기 대비)로 내려앉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치(0.7%)는 물론이고 미국(1.0%), 일본(0.7%)에도 밀렸다. 4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출렁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자취엔지수가 각각 0.56%와 1.33% 떨어졌고,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35.08포인트(1.52%) 내린 2274.49에 마감했다. 달러당 원화값도 전날보다 10.7원 급락한 1129.9원에 마감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新3고`로 소비·투자위축→무역 둔화…韓수출전선 무너진다
2018.10.04
◆ 트럼프發 新3고 ◆
기사의 1번째 이미지이미지 확대
금리와 유가가 치솟고 각국이 시장 보호를 위해 관세 인상 경쟁을 벌이면서 고유가·고금리·고관세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신(新)3고(高) 현상'이 고착화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신음할 것이 염려된다.
'신3고'는 모두 기업의 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요인들이다. 소비를 주로 하는 개인들에게는 물가 부담을 가중시켜 소비 둔화를 유발한다. 이에 따라 '비용 상승→투자, 소비 및 교역 위축→세계 경제 둔화'의 악순환을 몰고 올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러한 문제를 이유로 조만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1일 "우리는 지난 7월 올해 및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9%로 전망했지만 그 같은 전망이 그 이후 덜 밝아졌다(less bright)"고 경고했다.
신3고 현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독불장군'식 경제정책으로 촉발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처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신3고'로 인한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고쳐 나갈 글로벌 리더십이 실종됐다.
세계경제 1위 대국인 미국은 오히려 더욱 위기를 부추기고 있어 '신3고' 현상 장기화가 우려된다. 글로벌 시장금리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5% 수준으로 급등하고,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무역전쟁으로 관세까지 급등하면 세계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3고 현상을 가속화할 재료도 많다. 시장에서 2014년 이후 '유가 100달러 시대 도래'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근거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다.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미국은 다음달 5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재할 예정이다. 이란산 원유 수출이 중단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부쩍 늘고 있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이미지 확대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3일(현지시간)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이 트럼프 대통령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를 올린다고 비난했으나 그 비난은 자신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그가 이란산 원유를 원유시장에서 없애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는 이란산 원유가 없어지는 상황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이대로라면 결국 유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관세도 트럼프 행정부의 '트레이드마크'다.
미국은 '고율 관세 부과'를 무기로 주요국들과 개별 양자 협상을 진행해 미국 쪽에 유리한 무역구조를 이끌어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결 합의 직후인 지난 1일 다른 주요 교역국과도 무역 역조를 개선해 나가겠다며 현재 무역전쟁 상대인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브라질 등을 지목한 바 있다. 고관세에 기반한 무역전쟁을 전 세계로 확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 위협에 반대하는 진영을 "애송이(baby)"라고 지칭하며 "관세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그들(중국)은 협상에 임할 준비가 덜 됐다"고 밝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은 3일 보고서에서 "가까운 미래에 미·중 갈등이 완화될 조짐이 없다"며 "내년에 양국 간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6.2%에서 6.1%로 하향 조정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연일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진단하면서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갈 뜻을 재차 밝혔다. 파월 의장은 3일 PBS 대담에 출연해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나 우리는 중립적인 지점까지 점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중립을 지날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선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2일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연설에서도 미국 경제에 대해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는 희귀한 시대(extraordinary times)"라고 진단하며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유지 기조를 확인한 바 있다.
연준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현재 1.75~2.0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더 나아가 올해 12월에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고, 2020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3.5%로 상승한다. 이 같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한다면 세계경제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아르헨·터키·동남아…신흥국 위기 심화
중국, 美원유 수입 전면 중단
한발 더나간 이주열 "금융불균형 심화"…한은, 연내 금리 올릴듯
코스피 한달 반만에 2280선 밑 `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