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3
정부案은 규개위 반대로 무산
규개위 반대에도…`금융민주화` 속도내는 당정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했다가 중도 철회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 확대안을 연내 입법 추진한다. 인터넷은행전문법과 같은 '금융혁신 과제'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났던 소위 '금융민주화법안' 입법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2일 민주당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민주당 간사 대행이 이르면 다음주 중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현재 최다출자자 1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회사 최대주주 자격 심사 제도 대상을 최대주주 전체 및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주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의 경우 현재 최다출자자인 이 회장만 심사 대상이지만, 개정안에선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 등 법인까지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회사를 실제로 지배하는 소유주를 대상으로 적격성 검증을 내실 있게 보장함으로써 금융사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선정한 11월 주요 추진 대상 입법안 11가지 중에서도 우선순위 법안으로, 사실상 정부안을 의원 입법의 형식을 빌려 발의하는 셈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 확대는 당초 금융위가 지난 3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 발표 당시 제1순위 사안으로 제시했을 정도로 지배구조법 개정의 핵심으로 꼽았던 사안이다. 그러나 지난 7월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 범위가 과도하게 넓고 피규제자의 범위 및 규제 도입에 따른 영향에 대한 분석이 미흡하다"며 철회를 권고했고, 금융위가 이를 수용하며 입법 추진이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11월 정기국회에서 당정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추진을 재개하는 배경엔 청와대의 각별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9월 1일 민주당 워크숍 이튿날 열렸던) 당·정·청 전원협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전문법과 아울러 직접 법안 제정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이 바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법"이라며 "특히 적격성 심사를 대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에 역점을 둬 강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국회에서 진행된 시정연설에서도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 등 정권 출범 당시 내세웠던 경제 기조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인터넷은행전문법이나 데이터 규제 혁파법 같은 금융혁신에 밀려나 아예 동력을 잃어버린 줄 알았던 문재인정부의 '금융민주화'가 동시적으로 병행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금융위의 11월 주요 추진 대상 입법안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외에도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이 포함돼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은 금융지주사 체제가 아니면서 사실상 금융그룹을 운영하는 대기업집단을 관리하기 위한 법으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다만 이와 같은 '금융민주화법'들이 국회에서 최종 입법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삼성 저격' '재벌 때리기' 등 이유로 야권의 반대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재벌가 오너들이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되는데, 이재용 부회장뿐 아니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대상이다.
정무위는 조만간 여야 간사들 간 협의를 거쳐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법안이 유 의원의 발의 직후 11월 법안소위에서부터 바로 논의될 수 있을지를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앞서 발의한 복수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등과 더불어 병합 심리될 수 있을 전망이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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