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4
◆ 뜨거워진 벤처시장 ◆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네이버 블로그·밴드 등 굵직한 서비스를 기획한 '스타 기획자' 이람 전 네이버 경영고문(45).
그가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 대표를 사임하고 업계를 떠난 지 2년 만에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지난 7월 사재를 출연해 창업투자회사 '티비티'를 설립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유망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발굴에 나선 것. 이후 처음 결성한 펀드 1000억원 중 990억원을 네이버가 출자한 것을 놓고 벤처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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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이상 투자 경험을 쌓은 노장수 이앤벤처파트너스 대표 역시 키움인베스트먼트에 사표를 던지고 올해 창투사를 만들었다. 벤처캐피털 투자심사역 출신인 류덕수 대표는 씨앤케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고,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출신인 이덕준 대표도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를 만들어 본격 투자에 나섰다.
이 밖에 한글과컴퓨터, 자동차 부품업체 화진, 가발용 원사 생산 업체인 우노앤컴퍼니 등 코스닥 상장사들도 앞다퉈 창투사를 만들며 비상장 알짜 회사에 투자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창투사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초부터 9월까지 새로 등록한 창투사는 13개로 전년 동기(4개)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벤처캐피털 시장에 투자자금이 넘치고 창투사 자본금 요건 규제가 완화되면서 창투사 신규 등록이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창투사 신규 등록 자본금을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확 줄였다. 실제 올해 새로 등록한 창투사 13곳 중 10곳은 자본금 50억원 미만이다.
노장수 대표는 "바이오가 벤처캐피털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최근 3년간 여기저기서 '대박'이 나면서 창투사 수익이 급속히 늘었다"며 "돈이 된다 싶으니 투자자금이 대거 몰리며 시장이 활기를 띠자 창투사 설립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최근 벤처캐피털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20억원만 있으면 창투사를 만들 수 있어 투자 베테랑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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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디쓰리쥬빌리' 회사를 세워 소셜 벤처기업을 발굴하며 '임팩트 투자'를 해온 이덕준 대표.
올해 그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창투사를 만들고 펀드를 결성해 본격적으로 규모 있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임팩트 투자 대상이 되는 벤처기업이 늘고 규모가 커진 것도 창투사 설립에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는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를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의미를 두는 투자"라며 "ICT와 사회적 문제의 교차점에서 투자처를 찾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벤처캐피털 시장이 달아오른 데는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컸다.
바이오업체 파로스아이비티 문성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창투사는 정부 자금 지원 없이는 운영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각종 지원을 해줬기에 벤처캐피털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몸담은 회사 역시 정부 지원 덕에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할 수 있게 됐다.
문 CFO는 "신약을 개발해 환자가 먹을 수 있는 약이 되기까지 1조원이 들어간다"며 "정부가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정책자금을 적극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임상시험은 그림의 떡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로스아이비티는 자본금 2억원으로 시작해 최근 창투사에 75억원을 투자받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는 또 "바이오산업은 특히 창업 후 10~15년이 지나야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공개(IPO)가 아니고는 투자자들이 중간에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기술특례 등으로 바이오기업이 IPO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신라젠과 같은 '대박주'가 나오고 투자자금이 바이오기업에 다시 몰리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지원 덕에 벤처캐피털 시장에 올해 역대 최고 투자액이 몰렸다. 중소벤처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벤처시장에 투입된 신규 투자액은 2조551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7%나 늘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3조3000억원 이상이 벤처시장에 새로 투자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연간 최고치(2조4000억원)를 갈아치우는 신기록이다. 신규 투자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민간 출자로 결성된 펀드들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후원하는 벤처 정책과 민간제안 펀드 도입 등 모태펀드 운영 혁신에 시장이 반응한 결과다.
신규 투자는 특히 생명공학과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됐다.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 분야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9월까지 생명공학에 6271억원, 정보통신에 6969억원이 각각 쏠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특히 이 기간 전체 투자금액의 27%는 정보통신 분야에 몰렸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ICT 서비스 분야에 투자된 돈이 5585억원으로 ICT 제조(1384억원)보다 4배나 많았다. 기술특례 상장, 장외주식거래 등이 늘면서 창투사들 투자금 회수도 잘됐다. 올 9월까지 회수된 금액은 2조23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나 늘었다. 투자원금 대비 2.4배의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장외주식거래로 투자금을 회수한 경우가 절반에 육박해 가장 많았고 IPO(33%)로도 투자금을 회수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IPO로 투자자금을 회수한 사례가 늘고 구주 거래 펀드도 많아지면서 중간 회수 시장이 좋아졌다"며 "장기투자를 하더라도 중간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돼 투자가 더 활성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홍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 국장은 "모태펀드 운용체계를 시장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대학기술지주회사와 액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민간 주도의 활력 있는 벤처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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