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P2P)

고위험 P2P 대출 상품인데 ‘원금 보장’ 카카오페이 ‘직접 운용’ 오인할 우려. ‘판매 대리’ 역할 명시하도록 감독원

Bonjour Kwon 2018. 11. 23. 08:44

2018.11.23

ㆍ투자 서비스 출시 3일 만에 피플펀드 통해 상품 11개 완판

 

금융과 정보기술(IT) 융합의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는 카카오페이의 투자 서비스 시작 사흘째인 22일 현재까지 나온 11개 상품이 모두 판매됐다. 출시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 투자상품이 모두 위험성 높은 P2P(개인 간) 대출 상품이고, 카카오페이는 ‘판매 대리’ 역할에 불과한데 직접 운용하는 상품처럼 소비자들에게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카카오페이 측 발언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자 이날 ‘카카오가 직접 만들어 운용하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라’는 내용을 카카오페이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가 지난 20일 첫 출시 이후 22일까지 내놓은 11개 투자상품은 P2P 대출 상품이다. 사흘간 약 26억4000만원의 투자금이 모였다.

 

아파트 담보대출에 투자하는 부동산 채권 P2P 상품이 5개(4억9000만원), 온라인몰 판매자에게 미리 대금을 정산해주는 P2P 상품이 3개(4억5000만원), 개인 채권에 투자하는 P2P 상품이 3개(약 17억원)였다.

 

부동산 투자 편중…전문가 “핀테크 업체들 소비자 보호 신경을”

 

회사 측 “심사 거쳐 상품 등록” 금감원 “위험성 알리도록 전달”

 

매일 오전 11시 오픈하면 약 4~5시간 안에 모든 상품이 목표 금액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익률은 연 6~11%가량으로 적혀 있다.

 

이들 상품은 모두 피플펀드에서 만든 P2P 상품을 카카오페이가 중개 판매하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피플펀드에서 1차 심사를 한 뒤 카카오페이 5명의 관련 인력 심사를 거쳐 상품으로 등록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카오페이가 내놓은 상품이 최근 금감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P2P 대출 상품이고, 카카오가 직접 운용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품을 직접 만든 피플펀드는 상품 설명 가장 하단에 ‘제휴 투자사’라고만 한 번 언급돼 있을 뿐이다. 상품 안내에도 대부분 ‘안정적인 상품’ ‘예적금 대비 높은 수익률’ ‘안전성 강화’ ‘보험 가입으로 투자금 손실 최소화’ 등 투자자들이 원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문구들이 나열돼 있다.

 

최근 금감원은 P2P 상품이 아직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아 위험한 상품이라고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상품 자체도 경기 하락 시 부실이 우려되는 부동산 투자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일부 업체를 검찰에 고발한 가운데 카카오페이와 제휴를 맺고 있는 피플펀드도 고발 대상에 포함돼 있다.

 

카카오페이 측이 밝힌 ‘원금 보장’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오용택 카카오페이 투자운용 수석매니저는 “안전하게 만든 투자상품”이라며 “위험이 따르지만, 카카오페이 투자는 마이너스 수익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톡이라는 대중적인 플랫폼에서 법제화되지 않은 위험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보니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위험성을 전달했다”면서 “특히 카카오는 상품을 대리 판매하는 수준이고, 직접 투자관리를 해주는 게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명확히 알리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표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의 투자 서비스는 “뱅크(기존 은행)는 사라지고 뱅킹(디지털 금융거래)만 남을 것”(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이란 말처럼 금융과 IT 기업이 융합하면서 금융의 문턱이 낮아지고 동시에 소비자 보호 문제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교수는 “핀테크 발전이 간편송금과 간편결제라는 초기 단계에서 점차 업그레이드돼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앞으로 이런 시장이 더욱 커지므로 핀테크 업체들도 자율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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