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6
DNA 등 유전자 검사통해
정확한 질병요인 찾아내
전세계 5년간 연 15% 성장
맞춤형 치료처방에 필수
소화기질환·성매개감염 外
자궁경부암 유발 HPV 진단도
치료에서 예방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체외진단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유전자 정보가 들어 있는 세포 DNA나 RNA에서 일어나는 분자 수준의 변화를 찾아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분자진단이 주목받고 있다.
분자진단은 혈액, 침, 소변 등 인체에서 나오는 검체를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균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으로, 소변검사나 혈액검사 등 다른 체외진단보다 정확도가 높다. 또 질병 의심이 있는 조직 일부를 떼어내지 않고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간편한 것도 장점이다. 분자진단은 기존 면역화학적 진단이 질병에 의해 생성되는 항체 등 간접 인자를 검사함으로써 민감도가 낮아져 질병을 조기 발견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한 것이다.
또 면역화학적 진단이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병원체의 감염성 질환에 국한된 반면 분자진단은 당뇨병, 고혈압, 암 등 비감염성 질환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으로 인해 전 세계 분자진단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은 연평균 15.2%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체외진단 방법인 임상미생물학적 진단(8.4%), 지혈진단(7.0%), 면역화학적 진단(6.0%), 혈액진단(5.3%) 등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스트&설리번은 또 전 세계 체외진단 시장 규모가 2018년 671억달러(약 74조원)에서 2020년 79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분자진단이 전체 체외진단에서 20%가량을 차지한다고 보면 2020년 분자진단 시장은 160억달러(약 17조7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바이오업체들도 분자진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인 씨젠은 자궁경부암, 성매개 감염 질환, 호흡기질환 등을 찾아내는 진단 키트와 진단 시약을 생산한다. 특히 한 번의 진단으로 비슷한 질병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어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자궁경부암 주요 발병 원인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로 100종이 넘는다. 그중 HPV 16번과 18번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 70% 이상에서 발견된다. 반면 HPV 백신은 특정 타입(HPV 6·11·16·18번)에 대해서만 예방 효과가 있어 다른 바이러스에 따른 자궁경부암 발생을 막지 못한다. 이로 인해 정기적으로 분자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씨젠이 개발한 `Anyplex Ⅱ HPV28 디텍션`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19종)과 저위험군(9종) HPV 유전자형을 동시에 검사한다. 진단에 걸리는 시간도 DNA 추출 과정을 포함해 6시간 이내로 가능하다. 씨젠 관계자는 "자궁경부암 가능성이 높은 HPV 19종과 생식기 사마귀 등 피부질환성 HPV 9종 등 총 28종에 대해 어떤 타입의 HPV에 걸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분자진단을 통해 혈액 등 소량의 검체로 다수의 성매개 감염 여부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임질이나 매독 등 성매개 감염 질환은 증상이 비슷하고, 기존 방법으로는 검사가 어려울 수 있어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을 이용한다. PCR 검사는 극소량의 병원균 DNA를 충분한 양으로 증폭시키는 것이다.
체외진단 전문기업 GC녹십자엠에스의 `제네디아 결핵 검출 키트`는 결핵 의심 환자 검체에서 DNA를 추출해 75분 만에 결과를 확인해준다. 객담(가래), 소변, 혈액 등에서 DNA를 추출하고, 이 DNA에 결핵균(MTB)이 있는지 유전자 배열을 증폭시켜 확인한다. 결핵이 있는 균은 형광색을 띠게 돼 감염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제네디아 갑상선암 조기 진단 검출 키트`는 갑상선암을 진단하는 데 사용된다. 갑상선암은 갑상선 세포 성장 등에 관여하는 `비라프(BRAF)`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이 제품은 갑상선에서 떼어낸 암 추정 조직을 검사해 비라프 유전자에 변이를 관찰해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LG화학은 호흡기 바이러스, 결핵, B형간염, 성병 등 분자진단 제품을 총 6종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호흡기 바이러스 진단 키트는 한 번 검사로 15가지 바이러스를 찾아낼 수 있다. 진단 키트 전문업체인 제니트리리서치는 HPV나 성매개 질환 분야를 주로 다룬다. 회사는 지난달 HPV를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방식으로 진단하는 `이지플렉스 HPV NGS KIT`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기존 HPV 검사 시간을 단축하고 분석 범위를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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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자진단 : X선이나 CT처럼 몸속을 촬영하는 체내진단과 달리 혈액, 소변 등 인체 배출물을 활용한 체외진단의 일종. 질병 정보가 담긴 DNA, RNA 등 유전자 변이를 검사한다. 정확도가 높고 암 등 다양한 질병에 적용 가능하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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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세포치료 등 주목
최초입력 201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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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내 글로벌 R&D
면역세포 힘 키울 `카티`약물에
국내외 바이오업체 화력 집중
유전자치료제로 혈우병 도전
당뇨 합병증 제거할 세포치료
올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는 면역 항암과 유전자, 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약 중에서도 이 분야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연구가 올해 유망 연구개발(R&D) 프로젝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제약협회(EFPIA)는 향후 5년 이내 환자들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킬 9가지 신약 개발 대상 질환으로 당뇨병과 알츠하이머, 편두통, 혈액암, 폐암,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 박테리아 감염, 자가면역질환, 낭포성 섬유증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혈액암과 폐암 등 각종 암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치료제로는 `카티(CAR-T)`가 꼽힌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을 계기로 면역 항암 치료에 대한 국내외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차세대 면역 항암 치료 약물군으로 바로 이 카티가 주목받는다.
카티는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로 체내 면역세포인 T세포에 키메릭 항원수용체(CAR)를 발현시켰다는 뜻에서 비롯된 용어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채취한 다음 이 세포를 배양해 환자 몸에 다시 주입함으로써 암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만 표적 삼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약물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카티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정도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 뒤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는 항원수용체를 주입·증식시켜 다시 환자 몸속에 넣는 자가유래 방식이다. 다만 카티 치료제는 대량 생산이 힘들기 때문에 제조 비용이 많이 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엘진·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 GC녹십자셀·바이넥스·앱클론·툴젠 등 국내 바이오 회사들은 적응증 분야를 대폭 늘린 카티를 연구하며 공급 확대를 통한 가격 인하를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가 최근 발간한 `제약·바이오 2024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카티 치료제는 올해 전 세계 시장 규모 2억73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달성한 뒤 2024년에는 25억1600만달러(약 2조8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말 그대로 유전자를 직접 교정·완치하는 개념의 약물이다. 이 치료제가 가장 주목하는 질환은 혈우병이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 부족으로 출혈이 생기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혈우병 치료제 청구액은 1500억원에 달한다. 이에 GC녹십자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혈우병 항체 치료제 `MG1113`의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국산 혈우병 항체 치료제가 임상 단계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MG1113은 혈액응고인자들을 활성화하는 항체로 만들어졌다. 혈액 내 부족한 응고인자를 주입하는 기존 치료 방식과 차이가 있다.
세포 치료제는 세포와 조직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살아 있는 세포를 체외에서 선별·증식한 다음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켜 만든 의약품이다. 세포 치료제는 당뇨병 환자에게서 포도당에 민감한 인슐린 생성능력을 회복시켜 장기간 이어지는 합병증을 제거함으로써 환자들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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