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5.2
박정수 서강대 교수 논문서 주장
"임금과 GDP 비교하려면
실질 아닌 명목으로 해야"
문재인정부 핵심 경제 정책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을 위한 이론적 근거라 할 수 있는 `임금 없는 성장`이 해석상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금 없는 성장은 장하성 주중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가 저서 `한국자본주의`에서 주장한 개념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1일 한국경제학회 학술지인 `한국경제포럼`에 게재한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논문에서 "기존 국내외 문헌이 취업자당 실질국내총생산과 실질임금을 비교할 때 실질화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아 임금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오류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GDP와 임금을 실질화할 때 소비자물가지수(CPI)와 GDP디플레이터 물가지수를 사용하는데, 두 물가지수 변화 추이가 달라 착시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국민이 생산해 창출한 소득과 그중 임금으로 배분되는 부분을 비교할 경우 명목기준으로 명목임금과 취업자 1인당 명목GDP를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 대사와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 등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실질임금과 실질GDP 변화를 비교했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00~2017년 우리나라 근로자 실질임금 누적증가율은 35.6%인 반면 취업자당 실질GDP 누적증가율은 50.2%로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명목임금 누적증가율은 109.7%이며, 취업자당 명목GDP 누적증가율은 115.8%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점차 낮아지는 원인은 성장하는 국민소득에 비해 임금이 적게 배분됐기 때문이 아니라 취업자당 GDP 증가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며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가 진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금 상승 없는 성장`이 아니라 `저성장으로 인한 낮은 임금 증가`로 해석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기업활동조사와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등 기업체 미시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생산성보다 임금상승률이 더 높아 인건비 비중만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0~2017년 제조업 종사자당 명목노동생산성은 107.1% 커진 반면 같은 기간 명목임금은 138.5% 증가했다. 2012년까지는 임금이 노동생산성 증가에 준해서 올랐지만, 그 이후 제조업 부진으로 노동생산성 증가는 정체된 반면 임금은 계속 증가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낮다는 인식에 근거해 만들어진 정책이 있다면 정책 재검토·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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