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9
◆ 진격의 사모투자펀드 ㊦ ◆
금융감독원이 올해 사모펀드(경영참여형 PEF) 최대 10곳에 대해 테마검사를 실시한다. 그동안 PEF는 은행·보험·증권사 등과는 달리 소비자거래(B2C) 부문이 없어 집중적인 검사 대상에서는 제외돼 왔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로 상장사나 금융사 경영권을 가져오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경영 투명성에 대한 요구까지 이어지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감독원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PEF 2곳에 대한 테마검사에 나섰으며 연말까지 최대 10곳을 검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감원은 그간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민원이 제기된 PEF 2~3곳 정도에 대해 검사한 적은 있지만 최대 10곳에 이르는 PEF를 검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에서 PEF 영향력이 커지면서 경영 투명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며 "많게는 수조 원을 운용하는 중요한 회사로 떠오른 반면 검사에 있어서는 그레이존(Gray zone·영역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당국에서 면밀히 동향을 살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간 PEF는 연간 2곳 정도 부분검사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최대 10곳에 대해 테마검사를 실시할 예정이고, 이미 2곳에 대해서는 검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PEF 테마검사에서 △내부 통제 △투자 건전성 △지배구조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감원은 특히 결성된 PEF에 대해 검사를 하면서 이를 운용하는 무한책임사원(GP)에 대한 검사로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일반적 경영참여형 PEF는 무한책임사원(GP)이 운용하는 개별 펀드를 뜻한다.
시장에 널리 알려진 국내 대표 PE인 IMM, 스틱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등이 GP다. 금감원은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대한 검사 권한은 있지만 GP에 대한 검사 권한은 없다. 금감원은 펀드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운용하는 GP를 연관 회사로 규정해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당국 관계자는 "GP들이 운용하는 자금 출처는 국민연금이나 각종 공제회를 비롯해 국내 대형 금융사가 대부분"이라며 "넓은 의미에서 국민의 자금이나 마찬가지여서 GP에 대한 검사 필요성은 늘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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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격의 사모투자펀드 ㊦ ◆
최근 인수·합병(M&A)의 주역으로 사모투자펀드(PEF)가 조명받고 있지만 되레 인수 기업에 대한 투자 부진과 실적 악화 등 실패사례도 적지 않다. 9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승 딜라이브 등은 최대주주가 PEF로 바뀐 이후에도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선방송업체 딜라이브의 실적 부진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속을 태우고 있다. 2008년 MBK는 맥쿼리와 손잡고 특수목적법인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해 딜라이브 지분 93.8%를 사들였다.
인수를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2조2000억원의 대출을 받느라 투자는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2008년 딜라이브의 CAPEX는 4609억원에 달했지만 2009년 곧바로 998억원으로 감소했고 작년에는 1033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10년 307억원에 달하던 순이익은 작년 9억원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가 된 국내 케이블 업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인수대금도 과도한 편"이라고 전했다. 2015년 산업은행과 사모펀드 KTB PE가 주도하는 사모투자합자회사(KDB KTB HS)에 인수된 화승은 올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화승은 르까프, 케이스위스 등 스포츠 브랜드 업체지만 PEF가 주인이 된 이후에 오히려 실적이 악화됐다. 2015년 당시 185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작년에 468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 중저가 제품에 안주하면서 끝까지 수익성이 살아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IMM PE에 인수된 대한전선의 경우 사모펀드로 매각된 후 재무건전성은 개선됐지만 사업 확장에는 아쉬움을 보이는 사례이다. 국내 전선업계 2위 업체였던 2000년대 초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고, 2015년 IMM PE가 대한전선에 3000억원을 수혈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대한전선은 부실 계열사와 비영업자산을 정리하며 재무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남부터미널 용지, 독산동 용지 등이 매각됐고, 평촌스마트스퀘어 개발사업을 마무리하며 일부 우발채무를 해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인수 당시 대한전선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비는 30억원이었지만 작년 말 18억원으로 반 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전선업체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이 미국 전선업체를 인수하는
◆ 진격의 사모투자펀드 ㊦ ◆
사모투자펀드(PEF)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수익만 추구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파괴한다`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 PEF에 대한 과거 인식이었다. 그러나 PEF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천문학적 수익을 누리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경영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PEF가 기존 기업 못지않은 경영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는 KKR·어피니티컨소시엄이 인수한 오비맥주와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버거킹 등이 꼽힌다.
글로벌 사모펀드 KKR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는 2009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벨기에 주류업체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국내 시장 점유율 43.7%(추정)를 기록하던 오비맥주는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2011년 점유율 51.8%로 업계 1위에 올랐다. 200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8161억원, 1963억원을 기록한 오비맥주는 실적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2013년 매출액 1조4848억원, 영업이익 472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KKR·어피니티컨소시엄은 2014년 오비맥주를 원주인 AB인베브에 6조1000억원에 재매각했다.
VIG파트너스는 2012년 두산으로부터 한국버거킹을 1100억원에 인수한 뒤 3년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2016년 어피니티에 2100억원에 매각했다. VIG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100여 곳에 불구했던 버거킹 매장 수를 늘리고 다양한 광고·프로모션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고, 덕분에 인수 가격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엑시트(투자금 회수)인데, 기업가치를 엉망으로 만들면 새로운 인수 후보가 나타날 수 없다"며 "다양한 경영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이들의 생존전략"이라고 밝혔다.
PEF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펼치는 전략으로는 볼트온(유사 업체와 M&A로 규모 확대) 전략, 경영 효율화, 해외 진출, 외부 인재 영입 등이 꼽힌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전략은 기존 기업 경영진도 할 수 있지만 사모펀드의 장점은 오너 일가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라며 "경영권을 확보한 만큼 외부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성장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트온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PEF로는 롯데카드 인수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한앤컴퍼니가 꼽힌다. 최근 대만 식품·유통기업 퉁이그룹에 웅진식품을 매각한 한앤컴퍼니는 매각에 앞서 동부팜가야, 대영식품을 추가로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였다. IB업계는 이 같은 전략 덕분에 한앤컴퍼니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2600억원에 웅진식품을 매각했다고 보고 있다. 한앤컴퍼니 포트폴리오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는 한온시스템 역시 볼트온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키운 사례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약 2조8000억원을 투자해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인수했고, 이후 마그나인터내셔날 유압제어(FP&C) 사업부 등을 추가 인수해 한온시스템 덩치를 더욱 키웠다. IB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매각에 나설 경우 매각가격을 7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KKR와 어피니티가 인수한 오비맥주는 경영 효율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한 사례로 꼽힌다. 오비맥주 인수 후 KKR·어피니티컨소시엄은 기존 밀어내기 관행을 없애고, 주력 상품인 카스를 생산부터 고객이 구매하는 기간까지를 무조건 `1개월`로 잡는 방식으로 영업 전략을 펼쳤다. 특히 `1개월 안에 고객에게 닿게 한다`는 전략은 KKR·어피니티컨소시엄이 선임한 장인수 당시 오비맥주 대표이사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고졸 출신인 장 전 대표이사는 오비맥주 매각 당시 영업본부장을 지냈다.
다른 사모펀드들도 인재 발탁뿐만 아니라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롯데손해보험 인수 우협에 선정된 JKL파트너스는 기획재정부 출신 최원진 상무를 영입해 인수전을 주도하도록 했다. VIG파트너스는 에누리닷컴(현 써머스플랫폼) 인수 후 최문석 이베이코리아 부사장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CEO로 발탁했고, 이후 볼트온 전략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에 성공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 후 재매각한 코웨이는 해외 진출을 통해 실적을 개선한 사례로 꼽힌다. 2012년 해외매출액 1660억원(전체 매출 8.32%)을 기록한 코웨이는 2018년 해외 매출 4513억원(16.67%)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계정 수는 21만8000개에서 104만4921개로 늘었다. 해외 진출 등을 바탕으로 코웨이 체질 개선에 성공한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웅진에 코웨이를 약 1조7000억원에 재매각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