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1
서울시청 옆에 위치한 맥줏집 크래프트 맥코이는 점심에 카레집으로 변신한다. 호프집 특성상 낮에는 불빛의 흔적조차 없는 공간이었지만, 지난 6월부터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하나의 공간에서 두 개의 음식점이 영업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펼쳐진 것이다.
대낮의 맥줏집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소셜벤처 위대한상사가 운영하는 공유점포 플랫폼 `나누다키친`이다. 저녁에만 영업하는 호프나 바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써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운영 매장이 36개를 돌파했다.
이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점포주와 창업주가 상생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점포주는 대낮에 `놀고 있는` 공간을 임대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창업주는 평균 1억원에 달하는 창업비용 없이 핵심 상권에 개업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나누다키친을 통해 창업하는 비용은 1000만원 수준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기 때문에 실패로 인한 리스크도 낮다.
나누다키친의 특징은 중개에 그치지 않고 레시피 제공까지 한다는 점이다. 창업주들은 나누다키친이 개발한 메뉴들을 판매한다. 이태원 인기 음식점을 운영하는 장진우 셰프와 협업한 카레뷔페가 대표 메뉴다. 3종 카레에 김말이, 가라아게, 감자튀김 등의 사이드메뉴를 7900원에 맛볼 수 있어 직장인은 물론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무인계산대도 설치된다.
마케팅도 대행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창업주들이 처음으로 음식점을 개업하면 홍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개사가 메뉴 개발, 마케팅, 인테리어까지 하는 것은 나누다키친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나누다키친의 수입원은 공간매칭, 레시피 교육 등을 통한 초기비용과 매달 창업주로부터 받는 3% 내외의 수수료다.
과제도 많다. 영업시간이 짧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나누다키친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를 공식 영업시간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오후 3시 이전에 공간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창업주들은 음식점을 전업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한정된 시간에 영업하는 구조상 매출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점포공유를 내세워야 하지만 나누다키친이라는 브랜드 아래 개업해야 한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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