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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따리상'이 흔든 면세사업…대기업도 포기.한화 이어 두산도 면세점 접어 사드 사태로 중 관광객 줄고 다이궁 리베이트 출혈경쟁

Bonjour Kwon 2019. 10. 30. 07:45

 

2019.10.29

 

롯데·신라·신세계 80%점유

후발주자 갈수록 설자리 잃어

 

현대百 "두타점 활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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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 특허권 반납으로 문을 닫게 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두타면세점 전경. [매경DB]

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포기한 것은 후발 주자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두산이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를 제치고 단숨에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한 국내 주요 면세점 업체 간 출혈 경쟁이 격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게 된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면세점 매출액은 전달보다 2.5% 상승한 2조242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9월(1조7004억원)과 비교해도 31.8%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서서히 곪고 있었다. 고객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리베이트)' 경쟁 때문이다.

 

최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내면세점 28곳이 여행사·가이드 등에 지급한 수수료는 1조3181억원에 달했다.

 

 

 

이 액수는 여행사와 가이드에게만 지급한 리베이트로, 중국 보따리상과 개별 여행객 등 개인에게 주는 선불권 등은 포함되지 않아 이를 합산한 실제 총 수수료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관광객과 달리 중국 보따리상은 목적성 구매를 하다 보니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을 위주로 한 쇼핑 패턴도 심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빅3가 전체 면세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80%로 보고 있다.

 

 

면세점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다. 면세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력 면세 품목인 향수·화장품은 빅3 면세점과 기타 면세점 간 구매력 차이로 인한 마진 차이가 이미 5%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화가 먼저 면세사업에서 손을 들었다. 2015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면세특허를 받아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진출 첫해 매출 623억원, 영업손실 144억원으로 출발했다. 출범 4년 차인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1315억원에 달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결국 한화갤러리아는 지난달 갤러리아면세점63 영업을 종료했다. 대기업 계열 면세업체가 면세사업을 중단한 것은 2000년 AK면세점 이후 19년 만이다.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SM면세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1위 여행사라는 이점을 앞세워 2016년 서울 종로구에 시내면세점까지 열었지만 3년 연속 적자 행진 끝에 누적 적자 69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도 2016년 매출 354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199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105억원으로 줄었지만, 이는 브랜드 철수로 운영 비용이 감소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 매출(1490억원)은 지난해 동기보다 20% 떨어져 성장 역시 멈췄다. 한화에 이어 두산도 면세점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정부의 탁상 면세행정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들도 잇달아 면세사업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관세청은 다음달 11~14일 시내면세점 신규 허가 신청을 접수한다. 이번 입찰에서는 서울 3개, 광주 1개, 인천 1개 등 전국 5곳에 시내면세점 특허를 내줄 계획이다.

 

 

 

두산은 면세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현재 면세점을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 등에 두타면세점 자리 임차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측은 "두산 측에서 제안이 들어와 두타면세점 입지를 면세점 사업지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협의가 잘 진행되면 신규 면세사업자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정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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