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국민연금 이찬우 기금운용 본부장 뉴시스 특강

Bonjour Kwon 2013. 9. 15. 07:51

[전문]

 

13 9월, 14:31www.newsis.com

최근 국내 인구구조와 사회적 욕구가 변화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체감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산증가율은 떨어지면서 연금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기다.

 

 2010년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비중은 11%에 달했다. 문제는 앞으로 20년 뒤에는 그 비중이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50대 이상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반면 14세 이하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정치 성향이 보수화되는 등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생산가능인구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2%대로 떨어지고 있는데,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생산가능 평균 연령이 48세로 발표된 바 있다. 조만간 이 수치가 50세를 넘어가면 제조업의 활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가계 및 기업의 금융자산도 문제다. 가계 금융자산은 늘어나고 있지만 절반 가까이는 가계부채가 차지하고 있다.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기업들의 금융자산 증가율도 상당히 정체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만달러이지만 몇 년째 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고령화 과정에서는 '연금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우리나라에는 4대 연금이 있다. 600조원에 가까운 자산이 운용되지만 혜택을 받는 연금 가입자는 상당히 적다. 2000만명의 국민연금 가입자 중 수급자는 300만명이다. 한국의 빈곤 노인층 비율이 40%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다.

 

 대외적으로는 최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등으로 투자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선진국보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신흥국이 더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1950년~1980년까지 횡보국면을 겪다가 이후 호황기를 누렸는데, 또 한번 장기 횡보국면을 나타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미국 증시가 상승한 것은 유동성이 늘어난 가운데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그런 상황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모기지 금리의 하락으로 금융기관 부실이 증가하면서 구조조정해야 할 물량이 상당히 많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고 증가 등으로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만 시장의 횡보국면은 지속될 것이다.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시기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자금 흐름이 바뀌었고, 지난 10년간 신(新) 성장산업은 별로 없었다. 또 2000년 이후 연기금이나 보험이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렸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1988년 이후 누적수익금은 175조원, 올해 6월말 기금의 운용자산은 403조원이다.

 

 투자비중을 살펴보면 채권(257조원)이 전체의 64%로 국내 60%, 해외 4%를 차지한다. 주식(108조원)은 국내 18%, 해외 8% 정도다. 대체자산(37조원)을 많이 늘리긴 했지만 아직도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해외투자의 경우 74조원으로 전체의 18%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내기 쉬운 여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연평균 8%의 수익률을 냈다. 이는 1~2년 정기예금 금리(5.5%)나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을 상회하는 수치다. 금융위기 이후 해외자산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대체투자 등을 통해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2009년 11월 1조 가량의 금액을 투자한 런던 HSBC빌딩은 현재 배당수익률이 6% 정도 나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수한 베를린 소니 센터도 배당수익률이 6%대다. 위기 때 투자하는 것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국민연금은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자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와 이에 따른 수익분석(리스크-리턴 프로파일)을 재구축하고 펀드의 운용성과를 비교하는 기준(BM)을 재설정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상품간 관련성을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1998년 이후 최근까지 주요 자산의 수익률과 위험을 체크해보니 수익률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편차가 컸다.

 

 대체투자는 상대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전통적 자산과는 다르게 대체자산은 레버리지(차입)를 쓰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통적 자산은 시장수익률에 많이 연동되지만 대체자산은 기관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 단, 전통적 자산이 사고 파는 행위가 자유로운 반면 대체자산은 해외연기금 등과의 관계가 없으면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글로벌 연기금에서 대체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5%에서 20%까지 늘고 있다. 네덜란드의ABP는 30%, 미국 캘리포니아공공근로자연금(Calpers)은 27%에 달한다. 대체자산 중 헤지펀드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앞으로도 위기는 계속 올 수 있다. 평시에는 투자 이익이 크지 않다. 싱가포르 투자청(GIC)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서울에 빌딩을 17개나 사들인 후 아직도 보유 중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것은 우리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해외정보를 항상 가까이하고 저평가된 자산을 어떻게 상품화할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협상력과 정보력에 있어 투자네트워크의 중요성도 늘어나고 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협상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투자의 구조나 가치를 구체적으로 따질 수 있는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 많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최근 도시화율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쇼핑몰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인프라, 에너지 분야에서도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체투자는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만 따진다면 좋은 매물에 투자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기업들과 같이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규모가 커진 만큼 투자 정보나 기회도 많이 알게 됐다. 현지에 갈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해외투자를 위해서는 기업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산운용이 투명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 자율성을 너무 제약하다보면 발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 뿐 아니라 보험사 등 다른 기관들도 자율성이 줄어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알게 된 것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다. 최근에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실버계층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 상품들을 개발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시대에서 리스크 통제 시대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ashley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