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박민호 사학연금 CIO "해외투자가 답…5년내 두배로"

Bonjour Kwon 2013. 9. 16. 22:08

 

16 9월, 17:39vip.mk.co.kr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내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시장입니다. 결국 리스크를 좀더 감내하더라도 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찾아야 합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해외투자입니다."

 

 취임 4개월을 맞은 박민호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 그는 사학연금에서 내부 승진으로 CIO가 된 첫 사례다. 취임 당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유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취임 직후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으로 글로벌 경제 변동성이 증폭된 데다 저금리 기조에 투자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11조원이 넘는 거대한 운용자산의 항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그는 고민을 거듭했다.

 

 그래서 그가 택한 답은 바로 `해외`다. 박 단장은 16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학연금은 그동안 국내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학연금 운용자산 중 해외투자 비중은 국민연금의 절반 수준인 6%에 그친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투자를 늘리려고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트라우마가 생기면서 해외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해외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오는 2017년까지 현재(6%)보다 2배 이상 높은 16%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곧 해외투자팀도 신설한다.

 

 사학연금은 우선 해외주식과 해외대체투자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박 단장은 "현재 글로벌 자금은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 중"이라며 "일단 초기에는 해외채권보다 해외주식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해외대체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주식투자 대상으로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꼽았다. 그는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한다는 가정하에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을 유망 분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대체투자 확대 차원에서는 헤지펀드를 고려하고 있다.

 

 최근 2000선을 돌파한 국내 코스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박 단장은 "6~7월에 산 주식 비중이 다소 오버된 상황인데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해 아직 차익 실현을 하지는 않고 상황을 더 지켜보고 있다"며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측면이 있어 단기적으로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연말, 내년 초까지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시장 최대 관심사항 중 하나인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 증시에 큰 후폭풍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단장은 "(권투에서) 잽을 여러 번 맞다보면 면역이 되는 것처럼 미국 양적완화 축소도 그동안 조금씩 계속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쳐왔다"며 "본격적으로 양적완화 축소가 시행돼도 카운터펀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선진국 중심의 경기 회복 기대감에 코스피가 2100까지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며 "다만 변동성을 수반한 상승세가 나타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10년후 운용자산 20조원 달해

 

 향후 대체투자 늘리고 채권비중 절반 이하로

 

 사학연금제도는 사립학교 교직원의 복지를 위해 1975년 도입됐으며, 교직원이 낸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관이 사학연금공단이다. 현재 운용 자산은 11조원 규모이며 매년 1조원씩 늘어 2023년이면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작성된 `2017년 중기 계획`에 따르면 2017년까지 주식(26.3%→36.6%)과 대체투자 비중(14.6%→20.1%)은 늘어나고 채권 비중(56.3%→41.2%)은 줄어든다.

 

 실제로 올해 사학연금 수익률도 채권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8월 말 현재 성적표는 3.1%다. 목표수익률(5.3%)은 물론이고 지난해 수익률(6.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민호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은 "올해 채권 수익률을 3%대, 주식에서 10% 내외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잡은 목표수익률이었지만 대외시장 영향으로 수익률이 이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사학연금의 자산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박 단장은 하나경제연구소와 교보증권을 거쳐 2001년에 사학연금에 합류했다.

 

 [손일선 기자 / 강봉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