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콕`…"종각 떡볶이·여의도 꽃집 창업유망"
최희석 기자
입력 2019.11.18
상권정보시스템 들어가 보니
카드 매출·인구·폐업 정보 등
여러 데이터 종합해 상권분석
종각은 서비스업보단 음식점
고깃집 평균 8년6개월 영업
상권제왕 강남~신논현역 사이
피부 관리실 등 뷰티업종 강세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저물가 시대에도 오르기만 하는 재료비···, 노후자금을 털어 인생 2막을 시작한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것들이다. "식당 100개가 문을 열면 110개가 망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요즘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준이다. 전국에 7만1000개나 된다는 커피전문점도 이젠 하향세로 접어든지 오래다. 작년 한 해에만 1만 4000여 곳이 새로 문을 열었지만, 10곳 중 1곳은 적자상태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준비가 덜 된 채 창업에 뛰어드는 중년이 많은 게 주된 원인이다.
창업을 하기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상권분석이다. 관심을 두고 있는 상권에 직접 발품을 팔아서 현지 사정에 대해 철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떤 업종이 장사가 잘 되는지, 어느 자리가 더 사람이 모이는 곳일지, 사람들이 단순히 지나다니는 곳인지 아니면 약속장소로 택하는 곳인지 등등 사전에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다.
이처럼 어려운 상권분석을 조금이나마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상권정보시스템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카드사의 매출정보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국세청의 휴·폐업 정보 등을 한데 모아 상권분석을 해준다. 예를들어 충무로역 남측에 치킨집을 내고 싶다면 이 일대 치킨집이 3곳이고, 2017년 6월까지 6곳이었다가 3곳이 폐업했고, 올 8월 기준 평균 매출은 4700만원 정도라는 정보를 알려준다. 전체 음식점의 숫자도 감소추세에 있으며, 1억 5300만원을 투자해 월세 60만원을 주고 창업할 경우 한 달에 1600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익분석도 해준다.
서울의 주요 상권별로 예를 들어보자. 먼저 종각역 남측 젊음의 거리에서는 어떤 업종이 가장 유망할까? 상권정보시스템은 `캐쥬얼/스포츠의류`와 `떡볶이 판매`가 가장 성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떡볶이의 경우 올 4월 기준으로 작년 같은 달 대비 30%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캐쥬얼/스포츠의류는 특정 브랜드 입점 이후로 매출이 120%나 늘었다. 정보를 조심해서 봐야하는 것은 이처럼 갑자기 매출이 늘어난 것도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안정성이 높은 업종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정보다. 종각 일대에서 가장 오랜 기간 영업을 해온 업종은 사무/문구용품점으로 평균적으로 10년 10개월을 영업했다. 다음으로 슈퍼마켓이 9년 5개월, 갈비/삼겹살집이 8년 6개월의 지속기간을 보였다.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일대는 2등급 상권으로 분류되고 서비스업 보다는 음식점이나 소매업이 더 적합한 곳으로 파악됐다.
다음으로 국회와 산업은행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위치한 서여의도 일대를 보자. 의외로 이 지역은 종각 보다 낮은 3등급 상권으로 분류된다. 서비스업 보다는 음식점이, 음식점 보다는 소매업이 더 잘된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업종분류로 봤을 땐 화훼, 세탁/가사가 가장 유망한 것으로 나온다.
성장성이 가장 높은 업종은 패스트푸드와 꽃집이었다. 패스트푸드점은 4월 기준 작년 같은달에 비해 100% 가까운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꽃집의 매출신장률도 74%로 압도적이고, 비만/피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도 33.8%나 매출이 늘었다.
더 정확한 정보라고 할 수 있는 안정성 항목을 보자. 국수/만두/칼국수를 파는 음식점은 평균 9년 7개월을 영업했다. 이 일대 직장인이나 국회 직원들이 점심을 해결하는데 가장 오랜 기간 선호한 매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음식점 보다 사무/문구용품점이 16년 11개월로 가장 긴 업력을 자랑했다. 이처럼 긴 업력을 보인 경우는 새롭게 창업하는 사람은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캐쥬얼/스포츠의류판매점은 평균 12년 10개월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상권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 상권을 보자. 이번 분석에서는 강남역 9번 출구와 교보타워 사이에 해당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알아봤다. 종각과 같이 2등급의 상권으로 분류된 이 지역도 역시 거시적으로는 서비스업 보다는 음식점과 소매업이 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구체적인 업종분류로 보면 이·미용업과 학문/교육, 세탁/가사 업종 즉 특정 서비스업이 더 강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성장성이 뛰어난 업종도 마찬가지로 비만/피부관리업인 것으로 확인된다. 올 4월 기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매출이 79.8%나 늘었다. 사무/문구용품점도 매출이 66.5%가 늘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패스트푸드점도 33.7% 매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비만/피부관리(6년 8개월), 여성미용실(5년 11개월) 등 서비스업종이 대부분 3~6년에 머문 반면, 꽃집(11년 7개월), 사무/문구용품(10년 4개월), 화장품판매점(10년) 등 소매점이 강세를 보였다. 그 뒤를 제과점(8년 10개월), 국수/만두/칼국수(8년 4개월), 갈비/삼겹살(7년 2개월) 등 음식점이 뒤를 이었다.
지속적인 영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소매점과 음식점이 더 낫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상권정보시스템이 매우 유용한 사전조사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국세청과 카드사 등 관계기관이 더 정밀한 빅데이터를 제공해야만 더욱 강력한 상권분석 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는 KB국민카드와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일부의 정보를 취합해서 상권을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소진공 스스로도 "참고만 해야지 전적으로 믿어선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정부가 가진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데이터 한꺼번에 융합해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창업자들에게 제공하겠다"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재기지원센터가 있는데, 컨설팅을 강화하는 한편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국세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에 사업자번호를 요구하면 개인정보의 범위에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매출 관련 정보를 교환하기위해 검토중이다"라고 언급해 아직 국세청으로부터 모든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받아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실제로 현재 상권정보시스템은 국세청으로부터 휴·폐업 관련 데이터를 받아서 활용하고 있지만, 추가로 신규 개업 정보와 국세청에서 파악한 매출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신용정보원에서는 대출 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정보를, 공정거래조정원에서는 프랜차이즈 정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상가 업소와 유동인구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시스템은 예비창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지역·업종별 상권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과잉경쟁 예방 및 준비된 창업을 유도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됐다. 2017년 109만 586건에서 작년 125만 3588건으로 이용건수가 약 15% 증가했다.
사용자의 만족도도 작년 기준 89.1%로 대체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치킨집은 6200개 개업하고 8400개 폐업했다"면서 "과밀업종과 과밀창업을 막기 위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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