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부실 우려에…은행 충당금 140배 늘렸다.시중銀 4곳 경기둔화 상환위험커지자 신용손실충당금 6340억반영 작년 45억 대비크게 늘어나

Bonjour Kwon 2019. 11. 24. 17:57

 

2019.11.24.

 

부실채권 비율도 일제히 상승

기업 부진에 은행 건전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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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이 1년 새 141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가계부채 부실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충당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꾸준히 낮아지던 부실채권 비율도 일제히 상승하며 은행들 실적과 재무건전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4곳의 올해 1~3분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6340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45억원)과 비교하면 140.9배 급증했다.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급증했다는 것은 집행된 대출의 부실 우려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 같은 충당금은 영업이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실적 감소의 원인이 된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작년 3분기 누적으로 15억원을 쌓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556억원을 전입했다. 신한은행은 작년 1824억원에서 올해는 82.5% 급증한 3328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작년에 전입이 아닌 환입을 받으며 오히려 영업이익 상승 효과를 누렸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하나은행은 작년 516억원 환입이 올해 1134억원 전입으로 뒤바뀌었다. 우리은행 역시 1278억원 환입(영업이익 증가)에서 1322억원 전입(영업이익 감소)으로 정반대 회계 처리를 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금호타이어, STX엔진 대출 충당금과 관련해 회계상 이득 3100억원을 얻은 바 있다.

 

은행 4곳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합계는 9조6327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9조9769억원)과 비교하면 3442억원(-3.4%)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충당금을 제외하고 보면 올해 은행 4곳의 영업이익은 10조2667억원으로 껑충 뛴다. 작년 영업이익(9조9814억원)보다 되레 2.9% 증가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 전망이 안 좋기 때문에 작년보다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실적 감소를 감수하고도 이처럼 충당금을 쌓는 것은 경기 전망이 그만큼 나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최근 1년간 국내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69~74 사이에 갇혀 있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기업 실적이 급감하고 재무지표가 악화되면서 이들과 연계된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579곳(금융업 제외)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38.8% 감소한 82조161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신(新)예대율 규제 탓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중기 대출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대 은행의 중기 대출은 올해 24조2318억원(7.2%) 증가했다.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이 최근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다. NPL은 은행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 비율을 뜻하는 대표적인 자산건전성 지표다. 국민·하나은행의 NPL은 9월 말 0.41%에서 10월 말 0.42%로 높아졌다. 이 비율이 가장 낮았던 하나은행이 같은 기간 0.4%에서 0.42%로 뛰어올랐다. 신한은행은 0.52%에서 0.54%로 상승했다.

 

■ <용어 설명>

 

▷ 신용손실충당금 : 은행이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금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항목이다. 기업들이 회수 불가능한 금액을 미리 비용으로 반영하는 대손충당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