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금융

증권사 PF 규제.수익성위축 불가피.…증권업계 “고위험 부동산에 몰릴 가능성”금융당국, 부동산 리스크 관리 대신 모험자본 활성화에 방점

Bonjour Kwon 2019. 12. 8. 14:02

2019-12-08

 

금융당국이 부동산금융에 제동을 걸면서 증권사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이 이례적인 총량 규제와 상시 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한 것은 증권사가 ‘부동산’ 대신 ‘모험자본’에 치중하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과 함께 총량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위험 부동산에 투자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메리츠종금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11.19% 급락한 36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키움증권(-3.24%), 한국금융지주(-3.15%), 코리아에셋투자증권(-3.14%), NH투자증권(-1.61%), 대신증권(-1.26%), 교보증권(-1.17%) 등 증권사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증권 업종 하락은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 익스포저(대출ㆍ보증 위험노출액) 관리 방안에 따른 후폭풍으로 해석된다. 부동산금융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사용했던 증권사들은 이번 방안으로 수익성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은 증권사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을 100% 이상 늘릴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또 당국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140% 이내로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여기에 반영되는 신용위험액 산정 시 PF 채무보증에 대한 위험값을 12%에서 18%로 상향 조정한다. 아울러 종합금융투자 사업자의 부동산 대출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전액 차감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도 강화했다. 동시에 종투사의 기업신용공여 추가 한도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방안은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리스크 관리 목적보다 증권업계의 체질을 부동산금융에서 모험자본 공급자로 바꾸려는 데 방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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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 운용 항목을 특정해서 총량 규제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고 중요한 변화”라며 “가급적 부동산에 자금을 투입하지 말고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려 금융투자업자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달라는 요청이자 방향 제시”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총량 규제가 증권사들의 부동산 채무보증 총량은 줄일 수 있어도 질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채무보증액이 많아도 안정적인 프로젝트에 선순위로 투자한 경우는 부실 우려가 크지 않다”며 “총량을 제한하면 증권사들이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부동산 투자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총량 규제로 부동산 채무보증의 질적 악화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이번 방안에 포함된 부동산 PF 공시 강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투자자가 증권사의 건전성을 잘 선별할 수 있도록 사업보고서상 공시가 직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당국은 자본시장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관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은 자본시장 부동산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5일 밝혔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전형적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증권사 PF대출, 채무보증,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 부동산 유동화증권 등을 뜻한다. 금감원은 그림자금융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입수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위험평가지표 등을 마련해 감독업무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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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철 기자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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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칼 댄 정부…전문가들 “증권사 성장 여력 줄 것”

 

입력 2019.12.08

정부가 약 10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점 관리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융투자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각 증권사는 부동산PF 규제 강화로 성장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의 100% 한도 신설만을 놓고 봤을 때 증권사의 부동산PF 영업 여력은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남석·유승창 KB증권 연구원도 "일부 증권사는 채무보증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100%를 상회하면서 익스포져(위험에 노출된 금액) 축소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동산PF를 포함한 국내 증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42조4000억원으로 자기자본(58조4000억원)의 72.7%에 달한다.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은 메리츠종금증권(211.5%)·한국투자증권(94.7%)·NH투자증권(68.6%)·삼성증권(51.0%)·미래에셋대우(38.8%) 순으로 높다.

 

 

 

조선DB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이 높고 부동산PF를 IB 부문 주요 성장동력으로 사용한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한국금융지주와 메리츠종금증권의 목표주가를 각 9만원, 4500원으로 14.3%, 18.2%씩 내렸다. 대신증권도 한국금융지주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잡았다.

 

장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PF 우발채무 규모는 당사 추산 7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자기자본 대비 192%다. 익스포져와 관련 수익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위험계수 상향, PF대출 신용공여 추가한도 취급 제외 등 여러 규제로 앞으로 추가적인 영업 확장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부동산PF 비중이 낮은 미래에셋대우와 NH증권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남석·유승창 연구원도 "메리츠종금증권은 여신자산 18조4000조원 중 채무보증 규모(7조7000억원)가 41.8%로 높은 비중이 차지하고 있다"며 "수익 60% 이상이 부동산PF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메리츠종금증권 실적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저가매수 접근을 추천했다. 두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여신자산 13조4000억원 중 채무보증 비중이 32.3%로 타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부동산PF를 제외한 IB와 트레이딩 실적 기여도도 높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비(非)증권계열사 이익 기여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이번 규제 발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주가의 결정적인 변수로 보기엔 어렵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은 부동산PF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 증권·보험·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를 중심으로 부동산PF에 대한 채무 보증, 대출 등 위험 노출 규모가 급격히 늘자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방안에 따르면 내년 2분기(4~6월)부터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채무 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하고, 카드·캐피털 등 여전사는 부동산PF 대출과 채무 보증의 합계를 여신(대출)성 자산의 30% 이내로 제한한다. 여전사에는 부동산PF 대출과 같은 비율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부동산PF 규제 강화 방안이 발표되자 지난 6일 메리츠종금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11.07% 떨어진 3695원에 장을 마쳤다. 메리츠종금증권 주가가 3600원 선으로 주저앉은 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키움증권(-3.24%)·한국금융지주(-3.15%)·NH투자증권(-1.61%)·대신증권(-1.26%)·삼성증권(-0.96%)·미래에셋대우(-0.55%)도 일제히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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