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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S가 뭐길래…사모펀드 손실, 증권사는 피하고 일반투자자만 떠안을판,'사모펀드투자도 공짜점심없다' 49인이하 사모를개방형?구조적문제 않고출발

Bonjour Kwon 2020. 1. 29. 22:41

 

중앙일보 2020.01.29

 

라임사태의 여파가 자본시장을 휩쓸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도 28일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환매 중단에 나서는 자산운용사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 배경엔 이들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들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가 있다. TRS는 어떤 상품이길래 이렇게 문제가 될까.

TRS가 뭐길래

최근 문제가 된 TRS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주식, 채권,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자산운용사 대신 매입해주는 계약을 말한다. 투자 자산의 명의자는 증권사지만 투자 수익은 운용사가 가져간다.

TRS 거래 흐름도 [임정근 변호사 저 『변호사가 경영을 말하다』 발췌]

Tl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TRS를 활용할 경우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보며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만약 자산운용사가 증권사와 담보비율이 50%인 TRS 계약을 맺었다면, 자기 돈은 5억원만 투자하고도 1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매입해 투자 수익률을 두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 TRS는 쏠쏠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통상 증권사들은 자산운용사와의 TRS 계약을 통해 1~2% 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계약상 담보율 조정, 자산 처분 등에 대한 권한이 증권사에게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도 용이하다. 자산을 처분할 경우에도 일반 투자자보다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문제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했거나 그럴 조짐이 나타날 때다. TRS를 제공한 증권사는 담보가치가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 계약서상 권리에 따라 자산운용사에 담보비율(증거금)을 상향 조정할 것을 요청한다. 운용사가 증거금 추가 납입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연이자 명목으로 현금을 받아낸다. 이는 펀드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일반 가입자들의 수익률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TRS 증권사가 TRS 계약을 회수하려 할 때도 문제가 된다. 최근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한 알펜루트자산운용의 경우가 그렇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알펜루트운용에 TRS를 제공한 증권사들이 설 연휴 직전 알펜루트운용 측에 갑작스럽게 TRS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자 알펜루트운용은 1108억원 규모 펀드 3개의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일반 가입자들로선 영문도 모르고 환매 중단 '뒤통수'를 맞게 된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한 지점 모습. [뉴스1]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한 지점 모습. [뉴스1]

 

운용하는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자산운용사가 이를 펀드 자산의 기준가격에 반영(상각)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TRS 제공 증권사의 반대매매 때문이다. TRS 계약 상 펀드 투자자산에 대한 처분 권한은 증권사에 있다. TRS를 제공한 증권사 입장에선 펀드 손실 발생 및 자산 상각 시 해당 자산운용사가 더이상 증거금 납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담보물로 잡은 펀드 자산을 반대매매해 자기 담보가치를 확보하게 된다. 그로 인한 피해는 일반 가입자의 손실로 직결된다.

 

 

라임운용은?

라임자산운용도 TRS 문제에 직면했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 1호)에 대해 신한금융투자(5000억원), KB증권(1000억원), 한국투자증권(700억원) 등 증권사 3곳과 67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자산의 전체 규모가 1조6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펀드의 TRS 비율은 약 42%인 셈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일부 TRS 증권사는 라임운용 펀드에 대한 TRS 담보비율을 100%로 상향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비율이 100%까지 올라가면 펀드 입장에선 대출금의 전액을 증권사에 담보 목적으로 되돌려주는 꼴이 된다. 당장 그럴 돈이 없는 라임펀드는 높은 이자율의 연체이자를 증권사에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펀드 상각 때 더 커진다. 라임운용이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참조해 펀드 투자자산 기준가격을 조정(상각)할 경우 현재 1조6000억원 규모인 펀드 자산은 이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67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은 그대로기 때문에 상각 이후 펀드의 TRS 비율은 대폭 증가하게 된다. 상각 이후 TRS 증권사가 TRS 계약 회수 내지 반대매매 등으로 6700억원을 먼저 챙겨 빠져나가고 나면, 일반 가입자들의 손실률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TRS 딜레마 해결은?

지금 시점에서 TRS 증권사가 계약 이행을 명목으로 채권자로서의 자기몫을 챙기려고만 한다면, 라임운용, 알펜루트운용 등을 비롯해 증권사로부터 TRS를 받아 쓴 자산운용사들의 펀드는 줄줄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 이른바 TRS 딜레마다.

라임운용 이해관계자들은 TRS 딜레마를 풀기 위해 TRS 증권사, 펀드 판매사, 라임운용 등으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꾸리고 실사 결과가 나오기 전 자산 회수 문제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협의가 사실상 TRS 증권사의 '양보'를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해결의 실마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TRS 증권사의 지위를 순수한 채권자로 보느냐, 펀드 가입자(수익자)로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TRS 계약은 TRS 증권사가 판매사를 통해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가입(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관점에서 보면 펀드는 TRS 증권사의 별도 조치에 무조건 응하기보단 일반 펀드 가입자들과의 형평을 고려할 여지가 생긴다. 순전히 관점의 문제인 만큼, 금융당국이 이 문제에 개입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 수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TRS 계약 문제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에, 결국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특히 금융당국이 TRS 계약의 성격 내지 TRS 증권사의 지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어떻게 내려주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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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사모펀드 투자에도 `공짜점심 없다`

김제림 기자

입력 2020.01.30

 

높은 최소가입금액 탓에 소수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가 갑자기 불신의 대상이 된 계기는 환매 연기 발표였다. 불완전판매도, 부실도 아직은 결론이 난 바 없지만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일련의 환매 연기 발표 때문에 사모펀드 시장에는 이제 냉기만 돌고 있다.

 

사모펀드의 투자 자산은 천차만별이지만 한국의 사모펀드는 비정상적으로 대체자산이나 비전통자산에 쏠려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사모펀드 순자산 408조원의 60%인 245조원이 특별자산·혼합자산 등 대체자산이다. 문제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대체자산은 현금화에 시간이 많이 걸려 유동성이 떨어진다.

 

이번에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이나 알펜루트자산운용 등 유수의 사모 자산운용사들은 전환사채나 비상장기업의 지분에 투자하면서 언제든지 가입과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를 내놓았다.

 

 

 

펀드 운용 문제를 차치하고 만약 정상적으로 펀드가 운용됐더라도 언제든지 펀드런이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시작한 것이다.

 

사실 사모펀드는 49인 이상이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개방형 펀드라고 하더라도 추가로 돈이 들어올 일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이 개방형 펀드를 내놓은 이유는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개방형 구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물론 수탁액을 늘리고 싶은 운용사의 무리수도 한몫했을 수 있지만 일단 증권사에서는 고객에게 돈이 장시간 묶이지 않는 금융상품을 권하기가 훨씬 쉬웠기 때문에 개방형 펀드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예금금리를 훌쩍 넘는 고수익을 내면서 리스크까지 낮고 거기다 환금성까지 뛰어난 금융상품이란 있을 수가 없다. 만일 그런 상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번 라임 사태와 같은 테일리스크(tail risk)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투자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번 사모펀드 사태가 주는 씁쓸한 교훈이다.

 

 

대체자산을 쉽게 환매시킬 수 있다고 설득했다면 그건 또 다른 유형의 불완전판매이고 적정유동성 없이 운용했다면 운용 실패다.

 

[증권부 = 김제림 기자 jael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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