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아시아 금융허브` 꿈꾸는 일본. 中정부 보안법 제정 앞두고홍콩선 1년새 자금 6조원 유출.日, 홍콩 탈출 기업 빨아들인다.비자면제서 무료 사무실까지…한국은?

Bonjour Kwon 2020. 6. 23. 06:27
2020.06.22
日정부 파격 유인책 내달 발표
피델리티선 일부 사업 도쿄行

일본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때문에 홍콩을 탈출하려는 금융 분야 기업·인재를 빨아들여 홍콩 대신 새로운 아시아 금융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홍콩을 떠나는 자산관리자, 외환거래자, 은행가 등을 유치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비자 면제, 세금 자문, 무료 사무공간 제공 등 파격적인 우대 조치를 제공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금융청(국내외 금융정책 총괄), 외무성, 통상산업성(산업정책 총괄), 도쿄도 등이 유인책에 대한 논의를 이번주 후반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FT에 전했다. 이들 기관은 다음달 발표할 연례 경제 전략에서 관련 유인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논의 중인 유인책에는 더 많은 금융인이 홍콩에서 도쿄로 올 수 있도록 단기 비자를 면제해주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금융기업이 일본으로 옮긴 직후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필요한 라이선스를 신속하게 발급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도쿄도는 금융기업에 사무공간을 무상으로 장기 임대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도쿄도는 논의가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고 FT는 전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참의원은 FT와 인터뷰하면서 "2012년부터 시행 중인 고숙련 인력을 위한 비자제도 혜택을 홍콩 금융인들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금 감면 혜택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타야마 의원은 "문제는 세금인데 일본 소득세는 홍콩보다 높다. 고용 시스템도 다르다"며 "홍콩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것이 한 번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10억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홍콩 내 금융기관을 도쿄로 유치하기 위해 지난 몇 달간 적극적으로 대화해왔다고 FT가 보도했다.


실제로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은 사업 일부를 도쿄로 이전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FT에 "일본은 도쿄를 홍콩에 필적하는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수십 년을 보냈다"며 "금융 전문가와 기관을 도쿄에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의 법적·상업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와 맞물려 일본의 노력이 순풍을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이미 수차례 홍콩을 탈출하는 금융기업과 인재를 끌어오겠다는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지난 17일 자민당은 해외 인재를 도쿄 금융권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정부에 정식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가타야마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 특별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홍콩 주민을 염두에 둔 발언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하며 계획을 공식화했다. 그는 "도쿄에 금융인을 유치하는 것은 우리 숙원이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함에 따라 금융권이나 기타 전문 분야의 홍콩 주민을 일본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도쿄가 금융 면에서도 매력 있는 비즈니스의 장이 되기 위해선 전 세계에서 인재·정보·자금이 모이는 국제도시로 계속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 중심이 되기 위해선 인재가 모이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에 따라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금융업계는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수록 인재 유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 경쟁력 순위에서 홍콩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경쟁지인 도쿄,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의 글로벌 금융컨설팅그룹 지옌이 세계 108개 도시 금융 경쟁력을 산정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홍콩 순위는 지난해 3위에서 올해 6위로 3계단 하락했다.


반면 도쿄는 전년도 6위에서 올해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1조달러(약 1215조원)가량 모여 있는 홍콩에서 지난해 6월 민주화 시위 이후 6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홍콩보안법 강행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안에 홍콩보안법 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중국 글로벌타임스가 22일 전했다. 전인대가 오는 28~30일 상무위원회 20차 회의를 소집했으며, 여기서 홍콩보안법 초안에 대한 마지막 심의와 표결 절차가 동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은 영국과 중국 간 반환 협정에 따라 2047년까지 자치가 보장돼 있다. 하지만 중국은 범죄인 인도법, 홍콩보안법 등을 잇달아 밀어붙이며 홍콩 자치권을 위협하고 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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