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코로나 감세' 나선 日…부동산보유자·대출자 부담 덜어준다.고정자산세 동결, 주택대출세 공제 연장"어려운때 세금부담안돼…체력회복부터" 부동산보유자와 주택 대출자의 세금 부담줄여

Bonjour Kwon 2020. 12. 12. 21:34
중앙일보 메인 추가

입력2020.12.11.

스가, 내년 선거 의식 '선심성 대책' 지적도
일본 정부가 연간 6000억원 규모의 ‘코로나 감세’를 결정했다. 부동산 보유자와 주택 대출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게 골자다.

1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10일 고정자산세와 주택대출세 등을 감세하는 내용의 ‘2021년도 세제 개정안’을 결정했다.

부동산 보유세에 해당하는 고정자산세는 2020년 1월 1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2021년도부터 3년간 세액이 결정되는데 지가가 상승했더라도 전년도와 같은 세액을 적용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제 지가가 하락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2022년도에 새로 세액을 결정하기로 했다. 대상은 상업지뿐 아니라 주택지 등 모든 토지가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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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달 21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한 것에 관한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또 주택대출금 잔액의 1%를 소득세와 주민세에서 공제해주는 ‘주택 대출 감세’ 특례제도를 2020년에서 2022년까지 연장하고, 적용 대상도 확대했다.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적용되는 감세 혜택도 당초 계획보다 2년 연장해 2023년 4월까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전체적으론 신차의 약 70%가 감면대상이 된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정안에 따른 감세 규모는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540억~600억엔 (약 5656억~6285억원) 규모다.

자민당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세제조사회장은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참화(惨禍)로 경제 주체가 타격을 받는 가운데, 과제 해결을 유도하는 세제 개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어쨌든 경제 상황을 회복시켜 가겠다. 납세를 할 수 있는 체력을 되돌리기 위한 대책을 우선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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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감염 대책 단기 집중'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들고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대규모 감세 배경엔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가운데 “세금 때문에 부담이 늘었다는 메시지는 피하겠다”(공명당 세제조사회장)는 의도가 깔려있다. 10일 현재 일본의 1일 신규 확진자 수는 297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일부 지역에선 영업시간 단축에 들어가며 지역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도 뚜렷하다.

일본 정부는 일찌감치 감세를 준비해왔다. 자민당은 8월부터 고정자산세를 언급하면서 감세 의지를 드러냈다.

고정자산세는 지방자치단체 세수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수입원이다. 총무성이 거세게 반발한 건 물론이고 재무성도 “코로나가 안정되면 주택이나 자동차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직접 지시로 자민당에서도 “증세는 피하겠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았고, 총무성과 재무성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고정자산세 감면을 요구해왔던 부동산업계와 중소기업단체들은 “여당이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이렇게 깔끔하게 감면책이 통과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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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규모 감세가 내년에 예정된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대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가 총리는 내년 10월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있고, 그 전엔 중의원 선거를 치러야 한다. 내년 7월에는 연립 공명당에게 중요한 도쿄도의회 선거도 앞두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관저의 의향도 움직였다. 역시 선거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자민당 간부의 말을 전했다.

늘어날 나랏빚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개인과 기업의 부담을 줄이도록 배려한 내용이 눈에 띈다”면서도 “코로나 대책으로 재정 지출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일본의 재정은 국채 의존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도 일반회계 세수는 당초 예상의 65조 5000억엔에서 약 8조엔 줄어든 55조엔에 그칠 전망이다.

모리노부 시게키(森信茂樹) 도쿄재단정책연구소 주간은 “세제의 중장기적 논의는 거의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점수를 높게 주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산케이 신문은 “대부분의 혜택은 자동차나 주택 등 국내 경제에 영향력이 강한 특정 업종 외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향하고 있다”면서 “일부 부유층 세대를 위한 우대책이 눈에 띄며 경제적 격차를 조장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