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고 소송등

증권업계 VS 예탁원 네 탓 공방…사모펀드 구멍 뚫린 감시체계.5000억원 규모 환매 중단 우려.펀드 돌려막기·서류 위변조 의혹수탁 하나은행·사무수탁 예탁원"운용사 지시따라, 감시 의무없어.

Bonjour Kwon 2020. 6. 23. 07:20

2020/06/23

5000억원 규모 환매 중단 우려
펀드 돌려막기·서류 위변조 의혹
수탁 하나은행·사무수탁 예탁원
"운용사 지시따라, 감시 의무없어"
업계 "관계사간 교차점검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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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고는 판매사(증권사)와 수탁사무사(예탁결제원) 등 관계사 간 ‘교차 점검’만 했어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임원은 최근 터진 대체투자 전문운용사 옵티머스의 사모펀드 사고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처럼 자금을 모집했으나, 실제로는 부실채권에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기 도래일을 앞두고 해당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판매사들에게 돈을 내 줄 수 없다(환매 중단)고 알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대 5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판매사, 수탁사,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그러나 판매사는 수탁사가 단지 운용사가 제출한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제도의 구멍을 지적한다. 일부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수탁회사는 하나은행, 사무수탁사는 예탁결제원이다. 반면 운용사 대신 펀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해 ‘기준가’를 산정하는 예탁결제원은 감시·견제의 의무가 없다고 항변한다. 허술한 사모펀드 감시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옵티머스 사모펀드의 만기 미도래액은 5565억원에 달한다. NH투자증권이 4778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았고, 한국투자증권(577억원)·케이프투자증권(146억원) 순이다.


앞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5호, 26호’에 대해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 환매 연기 금액은 NH투자증권이 217억원, 한국투자증권이 168억원으로 총 385억원 규모다.

옵티머스 측이 판매한 상품은 기업이 공공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을 매출채권을 편입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수익률은 연 3% 안팎, 만기는 최대 1년이다. 투자자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란 ‘안정성’에 베팅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받은 매출 채권을 95% 이상 편입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믿고 판매했다며 “안정적인 투자 자산, 짧은 만기에다 저금리 시기에 2.8~3.2%의 금리로, 안정적·보수적 성향의 고객들이 선호했다”고 말했다.

잘 나가던 상품은 돌연 환매 중단 사태를 맞았다. 금융당국과 판매사는 옵티머스가 제공한 명세서와 다른 자산이 펀드에 편입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이 아닌 이름을 알 수 없는 기업의 회사채, 부동산 개발권, 대부업채 발행 사채 등에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양수도한 것처럼 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도 불거졌다. 일명 ‘펀드 돌려막기’ 의심도 받는다. 부실 채권에 고객자금을 빼돌린 뒤 다른 투자자들의 돈으로 메우는 방식이다. 양수도 계약서 등 서류 위변조 의혹도 있다. 옵티머스 측은 자신들의 업무를 대행하는 법무법인에서 위변조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업계에선 옵티머스 사고의 원인으로 수탁사(신탁사 또는 수탁은행), 판매사,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의 부실 관리를 지목한다. 예탁원 관계자는 “아웃소싱 개념이라 운용사가 지시를 하면 그대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운용사가 펀드 안에 어떤 종목이 편입됐는지를 알려주면 그 리스트대로 기준가를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수탁은행은 펀드 자산의 보관과 관리에 대한 의무만 있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그대로 부실채권을 매입한 것은 관련 회사들의 크로스체크(상호 점검)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며 “운용사가 수탁회사에 내린 운용지시와 사무관리회사에 알려준 운용 내역이 달라도 이를 판매사나 투자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어 관련 회사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모펀드 운용사에 비해 사모운용사들이 소규모로 운영되면서 상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운용 구조를 제대로 알 수 없어 규제 사각지도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 또 다른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 환매 중단 여부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옵티머스 사무실에 검사 인력을 보내 검사에 착수했고, 이르면 내주 중 검사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오경희 기자
ari@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