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30
◆ 레이더 M / 투자 큰손의 팬데믹시대 전략은 ② 장동헌 행정공제회 CIO ◆
"올해 시장 상황은 골프에서처럼 멀리건(Mulligan)을 주고 잊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오히려 제로베이스에서 저평가된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다."
장동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부이사장(CIO)은 자본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 상황이 저평가된 투자자산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골프에서 벌타 없이 주어지는 세컨드샷을 뜻하는 `멀리건 샷`처럼 고평가 우려가 해소된 자산에 투자할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과거 `장동헌 펀드`를 운용하며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던 장 부이사장은 점차 늘어나는 은퇴 세대의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체투자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 14조6000억원을 운용하는 행정공제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미 주식 비중을 낮추고 현금 비중을 키워왔다. 장 부이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흐름을 경기 확장 사이클 후반부로 보고 현금 비중을 높여왔다"며 "코로나19 사태를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쇼크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보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행정공제회는 2017년 24%에 달했던 주식 비중을 지난해 말 기준 14%까지 낮췄다.
사전 대비 덕에 늘어난 자산운용 유연성을 바탕으로 행정공제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히려 투자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장 부이사장은 "팬데믹 이후 대체투자 분야에서 투자 기회를 적극 모색해왔다"며 "인프라 펀드나 리츠 등 상장돼 있는 대체투자 성격의 자산군 중 증시 하락과 연동되며 가격 하락을 겪었던 곳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 등 채권으로 분류되지만 기초자산은 상업용 부동산인 투자처에도 관심을 뒀다"며 "아직 성과를 논하는 것은 이르지만 대체투자 성격의 상장자산 투자로 5% 넘는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부이사장은 자산가치 고평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보고 있다. 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올해 상황에 대해 멀리건을 줘서 잊어버리고, 과거의 잣대나 논리로 분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면서 "내년부터 다시 정상화될 시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는 시각에도 주목해봐야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올해 초까지 경기 확장 사이클을 이어오다가 시장이 급격한 조정세를 겪었다"며 "일반적으로 7~8년 주기를 나타내는 경기 확장 사이클의 초입 국면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주식 비중을 낮췄던 행정공제회는 최근 증시 회복세에서 부분적으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실현하기도 했다.
행정공제회는 올해 해외 투자자산 비중을 지난해 말 41%에서 5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체투자 역시 2012년 30%에서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올해 59% 정도로 운용할 계획이다. 올해 총자산 목표는 약 1조3000억원 증가한 15조6000억원이며 자산운용 목표 수익률은 4.1%다.
특히 장 부이사장은 대체투자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대체투자는 철저하게 장기 투자인 동시에 유동성은 떨어지는 자산군으로 진입장벽이 높다"면서 "장기성 자금을 운용하고 유동성 제약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제회에 유리하며 그에 따른 효용도 분명한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부 사모펀드 부실 사태로 시장과 감독당국 우려가 커진 것은 이해하지만 철저한 운용사 검증이 선행된다면 장기 분산투자에 유용하다는 시각이다. 그는 "지난 4년간 행정공제회에서 해외 대체투자를 늘려온 사람으로서 최근 이슈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부터 3년간 금융감독원 자산운용분석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운용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수반된다면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 부이사장은 "행정공제회는 운용사를 뽑는 데 가장 공을 들이고 트랙레코드도 철저히 점검했기 때문에 문제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특히 장 부이사장은 대체투자야말로 장기 투자 위주인 공제회가 시장 대비 알파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최선의 투자처라는 시각을 내놨다. 장 부이사장은 "행정공제회는 물론 국내 전반적으로 퇴직연금 등 자산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주식 채권 등 퍼블릭 마켓(상장 시장)에 대한 투자만으로는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투자는 `아는 만큼`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시장인데 아직까지도 국내 기관투자가 경험은 부족하다고 본다"며 "일부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 사태로 대체투자 자체를 막아버린다면 은퇴 세대의 노후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He is…
△1962년 서울 출생 △서울 경희고, 동국대 무역학 학사, 아이오와주립대 MBA, 동국대 경영학 박사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팀장 △SK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수석조사역 △금융감독원 조사연구실 증권연구팀장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전무 △2015년 11월~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부이사장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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