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한국은 올 상반기 해외 부동산 시장에 54억달러(6조원)를 투자하면서 캐나다와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부동산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Bonjour Kwon 2013. 10. 11. 09:27

[Cover Story]

 

돈 굴릴데 없는 요즘…부동산펀드, 대체상품으로 `주목`

 

11 10월, 07:05vip.mk.co.kr

국민연금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교직원공제회, 한화생명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연기금들이 세계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기관투자가는 부동산에 투자할 때 무턱대고 사들이지는 않는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신해 국내외 부동산 시장을 누비며 투자 기회를 탐색하는 극소수의 전문가 집단이 따로 있다. 바로 부동산 펀드매니저들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4일 기혁도 한화자산운용 AI(대체투자)사업본부장, 김정연 하나다올자산운용 투자1본부장, 이영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동산운용팀장(이사), 신준현 현대자산운용 부동산운용팀장(이사) 등 4명과 함께 국내외 부동산 시장을 조망했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대체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1순위로 부동산 투자가 꼽히는데.

 

 ▶기혁도 본부장=연기금 입장에서 주식, 채권이 제공하지 못하는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부동산과 같은 대체투자를 계속 늘리는 방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내 부동산은 투자 단계에서 투자자산에 대한 리스크 분석이 용이하고, 임대차계약 관리, 부동산 실물의 직접적인 유지보수 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많은 국가의 다양한 부동산 사이클에 투자함으로써 좀 더 높은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다.

 

 ▶김정연 본부장=국내에서 부동산 간접투자는 2001년부터 시작해 10년간 이뤄졌다. 그동안 많은 리스크 요인이 확인됐고 운용사들 투자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 특히 상업용 오피스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투자 시점에 임대 계약이 체결돼 있는 경우가 많아 현금흐름이 상당 부분 확정되어 있거나 예측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준다는 점이 기관투자자들이 부동산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이유인 것 같다.

 

 ▶이영현 이사=실제 부동산 투자를 포함한 대체투자 확대는 연기금의 당면과제다. 국내 주요 연기금 포트폴리오 중 대체투자 비중은 약 5%대다. 해외 주요 연기금의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 비중이 15%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연기금도 대체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부동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투자대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인 배당(임대료)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준현 이사=저성장, 저금리 상황에서 대체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임대료 수입도 있지만 물가가 상승하면 임대비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효과도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통한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

 

 -국내 오피스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은.

 

 ▶김 본부장=국내 오피스 빌딩 등은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과열이 염려될 정도로 많은 입찰자들이 경쟁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앞으로 여의도 강남권 등에서도 신축 빌딩이 지어지고 있어 공실률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실률이 높아지면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호텔은 작년까지는 투자자들 관심이 높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일본 관광객 감소 등으로 호텔 운용 상황이 악화되고 향후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지면서 신규 투자 면에서는 다소 주춤해졌다.

 

 ▶이 이사=오피스 건물 시장은 최근 2~3년간 투자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매매가가 높아졌다. 향후 금리가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지금처럼 높은 매매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최근 어떤 부동산 투자처가 가장 관심 대상인가.

 

 ▶김 본부장=최근에는 오피스 외에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에서 운영하는 점포 건물을 유동화(현금화)하는 물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건물을 유동화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로 임차인의 크레디트(신용)가 좋은 곳에 투자를 많이 한다.

 

 ▶신 이사=올해와 내년에 신규 공급이 많이 예상되는데 공실 리스크가 부각되고 현재와 같은 저금리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투자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 상가는 대형마트 등이 부동산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재무 건전성이 높은 임차인이 장기 임차하는 대형마트 등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 본부장=최근 중국계 및 일본계 투자자가 호텔과 물류창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들 상업용 부동산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이 이사=꾸준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공모 부동산펀드는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펀드 특성상 중도 해지가 어렵고 만기에 자산 매각이 지연되면 원금 회수가 지연될 수 있고 주식, 채권에 비해서는 환금성이 떨어지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부동산펀드가 좋다. 아직 공모 부동산펀드는 많이 없지만 자산운용업계를 중심으로 공모 부동산펀드를 설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앞으로 부동산펀드 투자 기회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최근 집값이 많이 하락해 지금쯤 강남에 집을 사도 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떤가.

 

 ▶김 본부장=사견임을 전제로 부동산은 입지에 배타성이 있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자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런던 등 주요 도시 주택은 전 세계 부호들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다. 금융위기를 지나면서도 이들 지역 부동산 가격은 실제 이용가치를 뛰어넘는 가격이 됐다. 한국 내에서도 강남이 ’머스트해브’에 해당된다면 투자가치가 있다.

 

 ▶기 본부장=과거 10년을 보면 우리나라 부동산이 지역과 관계없이 대부분 올랐지만 앞으로 지역별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다. 실제로 분당 등은 가격이 더 빠졌다. 뉴욕도 중심부와 외곽은 차이가 크다. 강남이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계속 남는다면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라면, 강남에 집이 있으면 괜찮다고 본다. 연 3% 수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괜찮지만 돈이 없는 개인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주택을 실소유하고 남은 여력으로는 다른 데 투자하는 게 맞다.

 

 -이제 내 집 마련을 해도 되는 시기라고 보나.

 

 ▶기 본부장=국내 부동산 중 주택가격이 저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내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비교적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정부가 취득세 인하라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연 1%대 저금리 대출로 주택 구입을 지원하고 있어 내 집 마련에 적절한 시기로 보인다. 특히 아파트 투자에 관심이 있는 개인투자자라면 유동성이 풍부한 소형아파트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강남 지역에서는 분양가가 평당 1800만원 미만인 세곡동이나 내곡동의 보금자리주택, 위례신도시의 일반 분양단지가 유망하다.

 

 -인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 ’한국 부동산은 끝났다’는 주장이 있다.

 

 ▶기 본부장=부동산 가격은 인구수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이혼율이 늘면서 새로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부분도 있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이주민들로부터 발생하는 수요도 있다. 그동안 주택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것으로 인식돼온 측면이 있지만 사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괜찮았고 앞으로 전망도 나쁘지 않다.

 

 ▶김 이사=동의한다. 인구가 중요한 변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인구구조가 변해서 부동산 시장이 죽는다는 말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지나친 비약이다.

 

 [이근우 기자 / 서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