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고 소송등

증권사 "CEO에 판매 책임 물으면 누가 펀드 팔려하겠나"금감원 "증권사 펀드평가 소홀운용사 부실 알고도 판매 강행"징계 확정땐 CEO 해임 가능성.ㅡ펀드시장 자체 흔들릴수도"

Bonjour Kwon 2020. 10. 8. 07:59
2020.10.07 19:57

라임 판매 증권사 중징계 통보

증권사 "사후약방문식 징계

◆ 벼랑 끝 펀드산업 (上) ◆

102819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이 펀드 판매 책임자들의 징계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7일 금융감독원 앞에 걸려 있다. 이날 금감원은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 CEO에 대한 중징계를 통보했다. [이승환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것은 라임자산운용 상품에 대한 리스크 평가나 위험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펀드를 판매해 막대한 고객 손실을 유발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증권사 내부 통제 위반 등의 이유로 CEO 문책 카드까지 내민 데 대해 해당 증권사는 물론 증권 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운용사의 부실 운용에서 비롯된 사안을 두고 '사후적' 잣대를 들이대며 CEO까지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펀드 시장이 판매사의 '지뢰밭'이 되면서 더 이상 고객에게 펀드를 권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져 펀드 산업 자체가 붕괴될 우려도 제기된다.




7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6일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자산운용 주요 판매사에 대해 CEO 및 기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담은 사전조치안을 발송했다.

사전조치안에는 증권사의 '내부 통제 실패'를 가장 큰 문제로 거론하며 CEO 중징계 이유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출시하고 판매하면서 상품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부실한 펀드를 고객에게 판매하게 됐고, 일부 펀드 판매액은 라임자산운용이 부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판매를 강행한 점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징계와 사기적 거래를 지적하는 부분이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일부 펀드 가입자에 대해 투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리면서 사기 혐의를 꼬집기도 했다. 지난 6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이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해당 펀드는 환매가 중단된 4개 라임 펀드(플루토TF·테티스·플루토FI·크레디트인슈어드) 가운데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와 그 자펀드들로 전체 1조6000억원 상당 중 약 1600억원에 해당된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판매 영업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증권사 CEO 3명과 관련 임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징계 근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24조와 이 법의 시행령 19조 '내부 통제 기준 마련 미비'다.

향후 금감원의 중징계 의견이 최종 확정되면 그동안 관례상 해당 CEO는 사임하거나 해임될 가능성이 높으며 당사자는 수년간 금융 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는 결격 기간도 부여받게 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번 중징계안과 무관한 한 증권사 CEO는 "펀드 판매자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고객에게 보상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는다는 원칙은 당연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영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개별 펀드 판매에 대해 CEO를 이른바 '행위자'로 보고 이를 중징계하면 그 어떤 증권사도 펀드를 제대로 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라임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사후적으로 특정 세부안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면 사실상 모든 것을 일일이 전부 통제하라는 건데, 그러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사후약방문식으로 '왜 사람을 살리지 못했느냐'고 책임을 묻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내부 통제를 이유로 증권사에 징계를 내리겠다는 금감원이 이를 사전에 감독하지 못한 책임도 간과할 수 없는데, 책임을 모두 증권사에 돌리려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번 중징계가 증권사를 겨냥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펀드 시장 자체가 흔들리고 그 피해가 일반 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판매사가 펀드 판매를 닫아버리면 펀드산업이 고사되고 결국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펀드의 순기능까지 무너져 기업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우람 기자 / 진영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