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계획

◆ REbuild 서울 ② 서울 갈라놓은 경부철도, 지하화로 도심재생ㅡ지상 공원.주택도 공급.단절된 도시를 커넥트 시티로.초고층역사 짓고 주변에 청년주택…구로~가좌 `철길상권`.

Bonjour Kwon 2020. 11. 3. 14:07

2020.11.02

◆ REbuild 서울 ② ◆

우리나라 중앙역인 서울역은 넓은 도로에 둘러싸여 주변 지역과 단절된 섬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역 환승센터를 둘러싼 도로를 횡으로 건너는 데만 10분 걸린다. 제각각 만들어진 철도들의 평균 환승 거리는 380m, 소요 시간은 7분30초에 달한다. 서울역 남쪽의 폭 300m 구간은 철길 때문에 동쪽과 서쪽이 단절돼 있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철도와 기차역은 사람이 모여드는 도심 내 혁신과 생산·소비의 중심지가 됐다. 반면 '한국 철도망의 핵심'인 경부선 철도 서울 구간은 되레 서울의 혈로를 막고 있다. 철도로 단절된 지역의 건물 및 인프라스트럭처 유지·보수와 교체가 멈추면서 급격히 쇠퇴되고 있다.




경부선 철도(구로~가좌) 입체화는 서울 리빌딩(Rebuilding)을 위해 필수적이다. 금천구 구로구 영등포구 동작구 용산구 중구 서대문구 은평구 등 연관된 지자체도 셀 수 없는 만큼 서울 균형 개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도 입체화를 통한 경제 효과는 경의·경춘선 숲길에서도 이미 여실히 나타났다. 하루 평균 3만3000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은 덕분에 주변 상권이 살아났고, 2곳의 도시 숲이 조성되면서 생긴 녹지는 축구장 22개 규모(총면적 15만7518㎡)에 이른다. 경의·경춘선과 규모가 비교도 안 되는 경부선 프로젝트의 경제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기대 이상일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건설 비용이다. 정부가 정확한 숫자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건설업계에선 구로역부터 가좌역까지 전면 입체화하면 15조~2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지금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전문가들은 일부 역을 복합개발 거점으로 만들고, 철도가 지나는 주변 용지를 재생·개발하도록 허용하면 경부선 입체화의 실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별법을 제정해 행정적 지원도 해줘야 한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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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역사 짓고 주변에 청년주택…구로~가좌 `철길상권` 살리자

입력 2020.11.02

서울을 커넥트시티로

경부선 철도 경유지역 낙후
역세권 개발 이익으로 충분
용지 매각 위한 특별법 필요

부산시, 경부선 지하화 시동
일자리 1만개 창출효과 기대
◆ REbuild 서울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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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철도 용산역(사진 아래쪽)~남영역 구간. 철길을 두고 동쪽과 서쪽이 완벽히 단절돼 있다. [이충우 기자]
서울 자치구 가운데 도시 쇠퇴(노후화)가 가장 빨리 진행된 지역은 공교롭게도 용산역과 서울역이 위치한 곳이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전국 도시 쇠퇴 지역 현황(2014년 기준)을 보면 서울역이 있는 서울 중구는 15개 동 전체가 쇠퇴해 쇠퇴율 1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용산구(3위·93.8%), 서대문구(4위·92.8%) 등 경부선 철도가 지나가는 지역은 대부분 노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철도로 단절된 지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증거다.

철도 입체화는 △철도 존치+하부 개발 △철도 존치+상부 개발 △철도 데크화+상부 개발 △철도 지하화+상부 개발 등 크게 4가지 방법으로 분류된다. 철도 입체화라고 하면 대개 '지하화'만 생각하지만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 셈이다. 지상 철로를 놔두고 지하에 상가나 공공시설, 통로 등을 설치하는 방법은 가장 손쉽다.



하지만 철도로 인한 지역 단절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지상 철로 위에 상부를 개발하는 방법은 입체 보행통로를 설치할 경우 철로로 인한 지역 단절 문제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주변 지역 개발과 연계가 어렵고, 소음·진동 등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있다. 철로 상부에 인공대지(데크)를 설치한 후 건축물을 짓는 방식은 도쿄 신주쿠역 등에서 쓴 방법이다. 마지막 방법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지하화'로, 철로를 땅 아래로 내린 후 지상부를 주변 지역과 연계·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새로 만들어지는 공간은 공원(철로 지하화 부분), 청년주택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서울과 달리 부산은 경부선 지하화에 이미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28일 부산시는 "철도시설을 지하화하고 남는 지상 공간에 4개의 혁신지구를 조성하겠다"며 '철도부지 혁신의 회랑 계획'을 발표했다.


부산시는 이번 혁신지구 개발을 통해 모두 86만㎡의 땅을 새로 얻어 기업 1000개를 유치하고 일자리 1만개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경부선 철도 서울 구간은 지하화를 기본 설계 방향으로 정한 다음 개발지 특성에 따라 입체화 방법을 변경하라고 조언했다.


김동선 대진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간 단절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지하화지만 개발 여건이 좋지 않은 곳도 있다"며 "원칙을 정하되 유연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지역주민들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통해 지자체 의지에 따라 철로 입지 여건과 지역 특색을 고려해 유형별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한다. 결국 한 지역을 바꾸는 힘은 주민의 의지와 지자체 역량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가장 큰 문제는 건설비용이다. 업계에선 구로역부터 가좌역까지 전면 입체화하면 15조~2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국가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있는 'KTX 광명~서울역 지하화' 사업 비용이 제외됐음에도 천문학적이다. 일부 역사를 복합개발 거점으로 만들고, 철로가 지나는 주변 용지를 재생·개발하도록 허용하면 경부선 입체화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선 구로역, 신도림역, 영등포역, 노량진역, 용산역, 서울역(남부-북부), 신촌역, 가좌역 등 거점역을 정한 후 역사 복합개발을 진행해 개발 이익을 투입하라는 조언이 많다.


용산 정비창 등 주변 용지 개발로도 재원 일부를 마련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역사 복합개발과 주변 국공유지 개발로 5조~6조원은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일 경부고속도로 등 다른 지역 기반시설 개발 이익을 이 사업에 전용할 수 있다면 개발비를 더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근거 법령 개정도 진행 중이다. 실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해 얻은 수익을 경부선 지하화에 쓰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서울균형발전기금을 조성해 경부선 지하화를 진행하면 서울시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다.

그럼에도 5조~10조원의 건설비용이 비게 된다. 철도가 지나는 주변 민간용지 재생·개발 작업을 허용한 후 이 프로젝트에 투입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 도시재생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철도 개발 등은 '역세권 개발법' 등을 따르도록 돼 있어 법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



이에 따라 철도 개발과 주변 지역을 통합한 마스터플랜을 만들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일본은 2000년대 초반에 철도 용지와 주변 용지를 일체 개발하고, 개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창섭 대한건축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도 각각의 개발사업에 대한 법 근거는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아우르는 특별법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철도 용지를 민간에게 팔 법적 근거는 꼭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철도 용지는 국유 철도 용지(철도 시설 용지)와 철도 공사 용지(현물 출자 용지)로 나뉘는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국유 철도 용지는 임대만 가능하고 매각이 불가능하다. 정성봉 서울과학기술대 철도경영정책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 사업은 국유지인 상부토지 매각이 핵심인데 이게 막혀 있다"고 말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김태준 기자]

ㅡㄷ

철도 위에 58층 아파트·도서관…상식 깬 선진국
나현준 기자
입력 2020.11.02 17:43


외국 철도역은 복합개발 중심

佛·홍콩 인공지반 덮고 개발
복합건물 지어 도심기능 복원

日 신주쿠역은 동서남북 연결
하루 350만 오가는 상권 형성
독일은 지하화로 사업지 확보
◆ REbuild 서울 ② ◆

과거의 유산으로 남아 주변 공간을 '단절'시켜왔던 우리나라 경부철도와는 달리 일본 프랑스 홍콩 등 선진국은 오래된 역사(驛舍) 내 단절된 공간을 연결시키고 인근을 복합개발해 철도역을 단순히 '운송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모이는 '도심'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노후화하는 우리나라 철도 주변과 철도역 용지들이 도심의 명소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선진국 사례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역사로 단절된 공간을 연결시킨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도쿄 중심지인 신주쿠역 남측 개발이다. 하루 이용객이 350만명에 달해 2011년 세계 1위 이용객 기네스북에 오른 신주쿠역은 원래 도쿄도청이 있는 역 서쪽과 가부키초라는 쇼핑·유흥가로 유명한 역 동쪽 위주로 개발돼 있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남측을 정비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남측에 택시·고속버스 승강장으로 구성된 복합환승센터와 쇼핑거리인 테라스시티가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철도 선로 때문에 단절된 보행 네트워크가 연계돼 동서남북이 연결됐다. 실제로 테라스시티는 인공데크를 통해 철도 선로를 건넌 후 양쪽으로 늘어선 빌딩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단절된 공간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철도 위에 '새로운 복합건물'을 짓는 사례도 많다. 프랑스 남서부 방면의 열차가 발착하는 센 리브고슈 역사(프랑스 파리 동쪽 위치)도 철로 위를 인공지반으로 덮는 방안을 택했다. 파리시는 낙후된 해당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1990년대부터 개발에 착수했는데, 인근에 적용됐던 고도제한(37m)도 풀어줘 최고 137m까지 지을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수많은 기업과 파리7대학, 종합병원이 들어왔다. 강을 따라 지상으로 운행하는 철도 때문에 고립돼 있던 강변 지역에는 파리를 대표하는 초현대식 건물 '파리국립도서관(미테랑도서관)'도 들어섰다.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했던 홍콩은 철도 용지에 복합개발을 통해 '주거시설'을 넣는 데까지 나아갔다. 김영훈 대진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작성한 '해외 철도부지의 입체복합 주거지개발 사례' 보고서를 보면 홍콩은 철도차량기지 위에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를 건설했다. 가령 홍콩의 철도유한공사(MTR)가 개발한 홍콩 타이와이 차량기지는 기지 위에 인공지반을 만든 뒤 총 아파트 4264가구(최대 58층)를 지었다.

철도 용지를 완전히 지하화하는 사례도 있다. 2024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독일 슈투트가르트 일부 철도 구간 지하화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현재 지하터널을 뚫는 작업은 85% 진행됐는데 역사를 지하화하고 남은 공간에는 인근 지상 공간과 연결해 상업지·공공시설(박물관)·주거지·녹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나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