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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거품징후는-버핏지수 100%·인플레 2%…버블 신호 “PDR 등 새 지표 등장 때 거품” 경고▷GDP 대비 시총 100% 넘으면과열.(70~80%증시저평가)ㅡ미국현재는 120%넘어

Bonjour Kwon 2020. 12. 21. 07:03
2020.12.18

코스피와 코스닥은 버블 국면에 진입한 것일까. 버블 징후를 일찍 파악하려면 어떤 지표를 눈여겨봐야 할까. 증시 전문가들이 내놓은 답은 크게 네 가지다. 버핏지수와 유동성 회수 움직임, 인플레이션 수준, 그리고 각종 밸류에이션 지표다.

▶버핏지수

▷GDP 대비 시총 100% 넘으면 과열

버블 징후 포착 기준으로 증시 전문가가 가장 주목하는 것 중 하나는 버핏지수, 즉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다. 이 숫자가 70~80%면 증시가 저평가돼 있고 100%를 넘으면 버블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가치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01년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적정 주가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최고의 단일 척도”라고 강조하며 ‘버핏지수’로 불리게 됐다.




버핏지수로 보면 세계 증시는 이미 지난 8월 100%를 넘어섰다. 금융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세계 증시의 버핏지수가 100%를 넘긴 것은 2000년, 2008년, 2018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특히 미국은 올 상반기 기준 시총 35조5000억달러, GDP 19조4100억달러로 버핏지수가 183%에 달했다.

국내 증시도 온도차만 있을 뿐, 상황은 비슷하다. 투자 분석 프로그램 퀀티와이즈(Quantiwise)에 따르면, 12월 7일 기준 버핏지수는 121.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세 증시 시총의 합을 연말 GDP 예상치에 대입한 결과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넥스를 제외해도 111.7%에 달한다고 짚는다. 윤 센터장은 “버핏지수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버블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동성을 감안해 통화량(M2) 대비 시가총액 비율로도 버블 징후를 가늠할 수 있는데, 이 지수도 최근 20년래 평균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유동성 회수 시그널

▷고용 지키려면 금리 인상 쉽지 않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유동성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증시 상승 원인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꼽았다.



주가가 유동성 덕분에 올랐으니 유동성 축소 시점이 증시 하락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광욱 J&J투자자문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글로벌 경제 복원이 가시화하는 내년 말 이후부터 각국은 정책 기조를 선회할 수 있다. 이때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상황이면 버블 붕괴 신호탄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도 비슷한 의견이다. “최근 자주 회자되는 상당수 대형주에 버블이 낀 상태라고 본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기업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고 있어 염려된다. 금리를 인상해 유동성이 회수될 때 주가를 받쳐줄 근거가 사라져 버블이 걷히게 될 것이다.”

단, 한쪽에서는 유동성 회수 시점이 생각보다 늦을 수 있다는 ‘버블 장기화’ 전망도 제기한다.


경기 침체를 우려한 주요국 정부가 당분간 확장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의 완전한 경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주요국 정부는 인위적인 출구 전략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고용 창출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이에 발맞춘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오랫동안 지속돼 증시 버블 상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희도 센터장은 “미국 연준(Fed)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2023년부터 유동성 회수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버블이 꺼지는 시점은 향후 2~3년 내가 될 수 있다. 2022년 이후부터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추세적 인플레이션

▷인플레 2% 달성 시 금리 인상 가능성

유동성 회수 시점을 예상할 수 있는 선행 지표로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률이 꼽힌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낮춰 유동성을 확대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경기를 살리려는 목적이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의도했던 대로 이뤄진다면 그때부터 금리 인상 카드를 매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칠 경우 금리 인상도 그만큼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한국과 일본 중앙은행은 소비자 물가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제로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책 수단인데, 현재 기업 생산 위축이 같이 일어나서 오히려 재고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은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시기로 진입 중이고 자산 버블이 그리 크지 않아 아직은 버블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신동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버블 붕괴 시기는 3~4년 뒤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그 시기가 언제인지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추세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시기가 언제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버블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급하게 통제하기 시작하며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 지표+α

▷PER·PBR은 안정…가계부채는 위험

기업과 증시의 정확한 가치를 평가하는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도 물론 눈여겨봐야 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밸류에이션 지표가 역사적 최고 수준에 도달할 때 버블이라고 볼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단, 다양한 밸류에이션 지표 중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창목 본부장은 ‘버핏지수’와 함께 ‘PER 배수(멀티플)가 과거 버블 시기에 얼마나 근접했나’를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들 지표는 버블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하고 경계감을 가지는 데는 유익하지만, 버블 붕괴 시점을 예상케 하는 지표는 아니다. 그보다는 물가 상승 징후, 혹은 자금시장 경색 징후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광욱 대표는 PBR에 주목한다.

“코스피 기준 PBR의 역사적 고점은 1.7배였지만 현재는 1.1배 수준에 불과하다. 역사적 고점 대비 여전히 비싸지 않은 수준이므로 아직 버블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밸류에이션 방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눈에 띈다. 조용준 센터장은 밸류에이션 지표에 대한 재평가를 주문한다.

“제로금리와 과잉 유동성이 밸류에이션 잣대를 바꿨다고 본다. 현재는 ‘누가 더 저평가됐느냐’는 상대평가 장세다. 현재 경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나 유동성 회수는 불가능해 당분간 제로금리와 과잉 유동성에 맞춘 자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반면 최준철 대표는 기존 밸류에이션 방식에 대한 변화를 경계하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PDR(Price to Dream Ratio) 같은 새로운 밸류에이션 기법을 창안하거나 쇼트셀러(단기공매전문가), 가치주 매니저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시점이 버블임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라고 경고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PER, PBR 대신 연준의 버블 진단 기준을 제안한다.

“IT 버블, 부동산 버블 당시 PER 배수는 그때마다 달랐다. 그보다는 연준처럼 현재 금융시장 취약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주식 투자에서 기대되는 수익률과 국채 투자에서 기대되는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일드갭(yield gap)’, 가계와 기업 부채 수준, 시중은행 부채 수준, 버핏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드갭과 은행 부채 수준은 안정적이지만, 가계부채와 버핏지수는 다소 위험 수준에 다다른 상황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