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금융.부동산 용어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심성 회계학(mental accounting)ㅡ"우리는 돈에도 제목을 붙인다. 제목을 붙이는 순간 나의 행동이 달라진다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니다"

Bonjour Kwon 2020. 12. 26. 09:26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니다.

우리는 돈을 어떻게 취급하고 또 사용할까? 간단한 질문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다양하며 또 복잡하다. 그 중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론 하나를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관한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은 다 같은 돈이 아니라 돈에는 제목이 존재하며 각 제목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취급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행동경제학의 대부로 알려진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인간의 판단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주제적 프레이밍(topical framing)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탈러(Thaler)에 의하면 사람들은 어차피 합치면 다 같은 돈이라도 그 돈을 심리적 목적에 맞게 이름을 붙인다.


■상황 A

“10만원이 지갑에 있었는데 영화관에 갔다. 영화표는 1만원이다. 그런데 가는 길에 1만 원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도 영화를 보겠다고 한다. 1만원을 잃어버려 기분은 좀 상하지만 어쨌든 9만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 상황은 어떤가?


■상황 B

“10만원이 있었는데 오후에 볼 영화표를 1만원을 주고 아침에 무리 사두었다. 따라서 지갑에는 9만원과 영화표가 있었다. 그런데 영화관에 도착해보니 영화표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 영화표는 재 발행되지 않는다. 그래도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상황 B에서는 다시 1만원을 내고 영화표를 사서 보겠다는 사람의 수가 상황 A에서 그래도 영화를 보겠다는 사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실험이나 상황에서 사람들은 B의 경우에 더 속 상해한다. 생각해 부면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두 상황 모두에서 그 사람은 1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고 여전히 지갑에 9만원이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탈러(Thaler)에 의하면 그 이유는 이렇다. 상황 A의 사람은 지갑에 있는 돈에 대한 마음의 계좌(account)가 하나다. 즉 10만원짜리 계좌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1만원이 사라졌으니 10%의 손실이다.

그런데 B 상황 하에 있는 사람은 마음의 계좌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개다. 하나는 9만원짜리 현금 계좌이고 다른 하나는 1만원짜리 영화(를 위한) 계좌이다. 그중 두번째 계좌에서 100% 손실이 일어난 것이다.


10%와 100%의 손실 어느 것이 더 가슴 아프겠는가? 당연히 후자다. 그래서 우습게도 사람들은 상황 B에서 더 속상하며 다시금 그 100%를 메워야 하는 소비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대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나 인간의 판단과 결정을 연구하는 중요한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론은 심성 회계학(mental accounting)의 근본 가정 중 하나이다.


즉, 사람들은 돈, 행동, 일 등 그것이 무엇이든 주제별로 묶고 다른 주제면 다르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제목을 붙이는 순간 나의 행동이 달라진다

우리는 부지불식 간에 돈에 이름 즉, 제목을 붙인다. 그리고 그 제목은 대부분 그 돈의 사용처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사용처가 달라지면 사람들은 소비를 꺼린다는 것이다.


지갑 속에 10만원을 넣어두면 하루 이틀 지난 뒤 어느새 다 없어지고 말지만, 그 10만원 중 3만원을 비상금이라고 이름 붙이고 난 뒤 한두 번 접어 지갑의 다른 칸에 넣어두면 좀처럼 꺼내 쓰지 않게 된다.

결국의 합은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이렇게 다른 양상의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사실 돈에만 제목을 붙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의미 혹은 주제를 시간이나 행동 같은 연속적인 것들에 부여하고 그 주제에 따라 불 연속적인 것으로 끊어 내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속적이기 때문에 아날로그인 세상을 디지털적으로 즉, 주제별로 분리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따라서 내가 지금 중요하게 혹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측면 각각을 뒤집어서 고려해 볼 필요가 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세일(sale)은 우리를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세일은 우리로 하여금 늘 무언가를 착각하게 만든다. 같은 할인이라도 무언가 더 큰 디스카운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진 숫자인지 모름에도 불구하고 『00% 세일』이라는 문구와 가격표를 보는 순간 우리는 마음을 필요 이상 열고 무장을 해제하고는 한다.



그래서 필자는 종종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면 그 물건의 가격표를 보기 전에 가격을 마음으로 미리 매기라고 충고한다. 그러면 그 00%의 세일에 그다지 큰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내 지갑을 별다른 생각 없이 열게 되는 경우를 꽤 줄일 수 있게 된다.


다시 한번 이를 우리 실생활에 적용해 생각해 보자.


심성 회계이론에 따르면, 우리 주위에는 덜 비싼 영역에서 매우 높은 비율의 절약이나 비용 감소가 일어나고, 그 즐거움으로 인해 훨씬 비싼 다른 영역에서의 낮은 비율의 추가 지출이 일어난다. 하지만 결국에는 더 큰 지출을 부지불식간에 마다 않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라스베이거스(Las Vegas)같이 카지노로 불야성을 이루는 곳들의 호텔과 식사는 생각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비율정보인 %에 현혹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 돌아보면 일상생활에서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




김경일 교수 著,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p. 41 ~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