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F

PEF에 꽂힌 그룹 회장들…투자넘어 파트너로.빅딜마다 눈에 띄는 컨소 협업M&A 협력 넘어 신사업 발굴PEF 노하우 배우고 안목길러.최태원회장, 신생펀드 손잡아허태수도 PEF인사와 줄회동

Bonjour Kwon 2020. 12. 25. 13:02


2020.12.24

◆ 레이더M ◆
대기업을 이끄는 수장들이 사모펀드(PEF)와 접점을 계속 늘리고 있다.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할 뿐 아니라 상시로 소통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는 모양새다. PEF가 대기업의 사업 재편, 신사업 발굴 과정에서 핵심 파트너로 부각되고 있다는 얘기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최근까지 국내 대형 PEF 핵심 인사들을 연이어 만났다. 그동안의 투자 사례를 연구하며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관계자는 "당장 진행하고 있는 딜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학습 차원에서 굵직한 사모펀드들과 교분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대기업 전략 담당자를 넘어 오너 차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취임한 허 회장은 인수·합병(M&A)에 관심이 많은 대표적인 총수로 꼽힌다.



미국 콘티넨털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LG투자증권 국제금융부문 이사, 런던법인장, IB사업부 상무 등을 역임했다. 초년병 시절 자본시장에 대한 밑그림을 일찌감치 그린 것이다. GS홈쇼핑이 벤처투자에서 남다른 입지를 갖게 된 것도 허 회장 혜안 덕분이었다.

GS그룹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대기업들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PEF를 단순한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협업하는 파트너로 인정해가는 분위기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국내에서 PEF와 가장 활발하게 작업하는 전략적투자자(SI)로 평가받는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는 PEF 두 곳이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사업부와 청주공장을 약 4800억원에 인수할 당시 출자자로 참여했다. 당시 컨소시엄에 참여한 PEF(알케미스트·그래비티PE) 모두 신생사에 가까워 화제를 낳았다. 현재 SK건설은 완전 자회사인 'SK TNS' 매각을 추진 중인데, 대형사가 아닌 중형급 국내 PEF가 후보로 꼽히고 있다.



업계는 SK그룹이 그만큼 시장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다는 단서로 받아들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그룹 지주사는 아예 '투자 별동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투자와 사업부 매각에 활발한 편"이라며 "계열사들 역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딜을 경쟁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M&A에 비교적 소극적인 편으로 꼽히는 롯데그룹도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를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에 자금 30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신사업 강화를 위해 PEF와 손잡는 사례는 중견기업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AJ그룹은 라이노스자산운용, A2파트너스와 손잡고 대림오토바이를 인수했다. 모빌리티 부문을 그룹 미래 먹거리로 삼기 위해서다. 아이에스동서 역시 E&F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 '코엔텍'을 사들인 바 있다. 폐기물 처리업을 유망 섹터로 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 덕분에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이들은 기업에서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에서 10여 년간 활약했던 채희석 변호사는 올 초 SK그룹 SUPEX추구협의회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현재 부사장 직책으로 전반적인 M&A 관련 업무를 챙기고 있다. 맥쿼리PE에서 전무로 몸담아온 김남선 씨는 지난여름 네이버의 M&A 및 자본시장 총괄자로 합류했다. 네이버웹툰 투자 유치 등 실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GS그룹은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할리스커피(할리스F&B)' 최고경영자(CEO)였던 신상철 씨를 GS건설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회계법인 출신으로 2009년부터 약 8년 동안 할리스F&B 대표이사로 활약했다.

한 회계법인 전무는 "과거 맥킨지, BCG 등을 참조해 대기업이 내부 컨설팅 조직을 만든 것처럼 M&A 분야에서도 자체 인력풀을 강화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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