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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소득별 교육 격차, 인적자본 상실 퍼펙트스톰 올것"고용유지프로그램 자금절반은 빚 상환, 15%만 소비"ㅡ일자리 양극화 골 더 깊어져

Bonjour Kwon 2021. 1. 5. 06:37

2021.01.05
美 위기극복 정책 효과 분석
일자리 양극화 골 더 깊어져
상위 25% 고용 위기이전 회복
하위 25%는 1년새 37% 감소

과거처럼 토론수업 이제 못해
교육 낙오층 체계적 지원해야
◆ 2021 전미경제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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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영상으로 열린 2021년 전미경제학회 행사 중 `팬데믹의 경제적 영향과 정책 대응` 세션에서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 라지 체티 하버드대 교수, 캐럴라인 혹스비 스탠퍼드대 교수, 재니스 에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위 줄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가 토론하고 있다. [세션 동영상 캡처]
"좀 더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신경을 썼더라면 비용을 3분의 1 줄여도 같은 효과를 거뒀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3일(현지시간) 2021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로머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PPP(급여보호프로그램: 고용 유지 요건 충족 시 대출금 상환 면제 대책)는 단일 규모로 최대 부양책인데 재정승수(정부 지출을 한 단위 늘릴 때 국내총생산 변화)가 0.36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퍼주기식 예산 편성으로 '묻지 마 지원'에 나서다 보니 여러 폐해가 나타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PPP를 허위로 수령하거나 부정 수급한 사례가 숱하게 사후에 적발됐다.



로머 교수는 "영업을 다시 못하게 될 사업장도 많은데 일반적인 부양책은 효과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로머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미국의 초대형 부양책의 재정승수가 0.58에 그쳤다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학회 1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영상으로 열린 2021년 전미경제학회 행사. 참석자들은 전통적 재정정책이 소비, 고용, 교육 양극화 해결엔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2조6370억달러라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양책을 편성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2%에 육박하는 규모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9000억달러를 제외하고 사태 초기에 이렇게 막대한 부양책을 준비했지만 효율성을 등한시한 예산 편성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로머 교수는 "정책 당국자들은 이제 더 철저하게 지원책의 가성비를 따져야 한다"며 "직접 타격을 입은 계층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막대한 규모의 부양책이 소비 회복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머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PPP로 풀린 돈의 약 52%는 부채 상환에 쓰였다. 33%는 저축에 쓰였고, 소비로 연결된 것은 15%에 불과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메인스트리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조건도 까다로워 소진이 잘 되지 않았다. 라지 체티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위기에 소비 감소는 고소득층에서 더 크게 왔다"며 "이 점이 과거 대공황 시기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 회복의 관건은 이들의 소비가 언제 복원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티 교수는 "고소득층의 소비 지출이 더 감소한 것은 직접 사람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호텔, 외식 등의 활동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며 "대면 소비 비중이 평소의 절반 수준인 33%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재정정책은 소비 회복뿐 아니라 일자리 시장에서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미국 소득 하위 25% 계층은 지난해 4월 고용률이 지난해 1월에 비해 37% 감소했다.


회복 속도가 더뎌 지난해 연말까지 이 비율이 -19%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소득 상위 25% 계층은 지난해 4월 고용률이 13% 하락하는 데 그쳤고 지난해 연말에는 위기 이전을 넘는 수준(+1%)으로 회복됐다.

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일자리를 더 많이 잃었고, 여전히 그 절반밖에 일자리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소비, 고용 외에 교육 분야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생채기가 장기간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체티 교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분석해 보니 지난해 여름방학 이후 저소득층은 위기 전에 비해 수학 수업량이 19.9% 감소했다"며 "고소득층의 수업량이 1.8% 감소에 그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혹스비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육열이 낮거나 재택근무가 어려운 부모를 둔 자녀는 팬데믹 상황에서 학습량이 줄어든다"며 "인적자본 상실이라는 퍼펙트 스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혹스비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과거와 같이 자유롭게 토론하던 교육 방식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교육에서 낙오된 계층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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