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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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금으로 다 떼이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어디로 이사가나요? 차라리 (보유세)세금 내면서 버티다가 자녀에게 주는 게 낫겠지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 싫어서 안 파는 게 아니라 팔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A씨)
2주택자인 A씨는 최근 수원시 권선구 아파트를 매도하려다가 매물을 보류했다. 투자용으로 사둔 집값이 올라 처분하고 갈아타려 했지만 막상 '세금' 장벽이 상상 이상이었다. A씨가 5년 전 2억원에 산 아파트는 최근 4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양도세를 계산해보니 세금이 1억3000만원가량이 나왔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로 양도세가 중과되면서 1억원 이상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A씨는 "자녀가 크면 대형 평수로 가기 위해 투자목적으로 남편 퇴직금 모아서 한 채를 더 사뒀는데 양도세 내고 취득세, 중개비 등을 감안하면 갈아탈 수가 없다"며 "1억원 세금 낼 바엔 그냥 갖고 있기로 했다"고 했다.
#2. "후회되고 아까워서 미치겠어요."
3주택자인 B씨는 요즘 부동산 뉴스를 보기가 겁난다. 자신이 매도한 지역의 집값이 최근 급등해서다. B씨는 지난해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경기 시흥 아파트를 매도했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옥죄는데 주택을 줄이는 게 안전해 보였어요." 하지만 작년 4억원에 팔았던 아파트는 올해 6억원이 됐다. 신안산선 등 교통 호재로 경기도 외곽 시흥 집값이 폭등한 것이다. 시흥 배곧신도시 아파트가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보니 더욱 속이 쓰리다. B씨는 "이렇게 집값이 더 오를 줄 알았더라면 무조건 갖고 있을 걸 후회된다"면서 "이제 와서 다시 투자 매물을 찾으려니 강화된 취득세를 또 내야 하고 가격은 다 올라서 쉽지가 않다. 나머지 주택들은 팔지 않고 버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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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낼 바에 안 팔겠어요"…양도세가 매물 잠김 초래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한 다주택자들을 향해 양도세·취득세 강화·대출 규제까지 전방위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다주택자들이 버티기 모드에 돌입하면서 매물 잠김이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발표한 뒤 올해 6월 1일까지 유예했습니다. 이제 이 유예기간이 끝났습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기본세율에 최대 30%포인트 중과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렇게 되면 양도세 최고 세율이 75%에 달합니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수준입니다.
강화된 양도세는 오히려 매물 잠김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종부세)세금 생각하면 답답하죠. 그런데 이렇게 힘겹게 종부세 내면서 버텼는데 이제 와서 판다고요? 그것도 양도세를 수억씩 내고요? 차라리 아이한테 물려주지 절대 그렇게는 못하죠."
분당·용인·서울에 3채를 가진 주부 C씨는 최근 용인 아파트 매도를 저울질하다가 안 팔기로 마음을 돌렸습니다. 10년 전부터 남편의 퇴직을 대비해서 투자를 해온 C씨는 "양도세 중과를 맞아가며 집을 처분하면 남는 게 없는데, 왜 파느냐"면서 "그간의 노력과 인내가 아까워서라도 못 팔겠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종부세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본성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정책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해 최대 12%로 강화된 취득세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못 파는 이유입니다. "이 주택을 판들, 다른 주택을 살 때 취득세를 12%까지 내야 하는데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주택자가 조정지역에 3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려면 취득세 4000만원가량(12% 적용)을 내야 합니다. 다주택자 D씨는 "중개수수료, 강화된 취득세를 생각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비용이 더 든다. 한번 팔면 다시 새로운 자산을 매수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갖고 버티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다주택자 매물이 출회되지 않은 가운데 GTX·신안산선 등 각종 교통 호재로 올 상반기 수도권 집값은 1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의 정책은 다주택자들의 매물 잠김을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문제의 진단이 잘못됐다"고 우려합니다.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위한 양도세 강화 정책은 사람들의 투자 본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진단'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책 '전세가를 알면 부동산 투자가 보인다'(이현철 지음) 저자는 "부동산은 사람들의 심리가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본성 중 하나는 손해 보는 것을 절대 싫어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심리를 외면한 정책으로 시장에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투자는 심리입니다. 사람들이 집을 살 때는 '이 정도에는 팔겠어'라고 미리 계획을 세워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규제로 인해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일이 생기면 정말 팔기 싫은 거죠. 죽기보다도 싫어요. (정부는) 금리 때문에 겁나서 팔고, 보유세 때문에 겁나서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매물 출회되지 않습니다. (사람 심리를 모르니까) 정부의 진단이 틀린 거죠."
◆다주택자는 줄었는데 왜 집값 올라요?
지난해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발표한 뒤 올해 6월 1일까지 유예했습니다. 이 유예기간 동안 일부 다주택자들은 집을 처분하며 사이즈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공개된 '부동산 집합건물 다소유지수'에 따르면 이 지수는 2020년 7월 16.70으로 최고점을 찍고 10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5월 말 기준 해당 지수는 16.28로 떨어졌습니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란 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집합건물 소유자 가운데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을 뜻합니다. 해당 지수가 하락한다는 건 집합건물 소유자 가운데 다주택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집값은 전세가·매매가 모두 고공행진 중입니다.
책 '부의 인문학'(브라운스톤 저) 저자는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단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집값을 더 올리는 비극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만약에 1주택자만 (집을)소유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일단은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여유 있는 계층이 집을 사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총 주택공급 수는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집을 사는 사람이 없으면 집을 지어서 파는 건설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총 주택 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주택 매물과 전세 물량이 급감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전셋값과 집값은 폭등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다주택자는 주택건설에 자본을 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택공급자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주택을 공급하는 사람은 건설 회사가 아니라 집을 사는 1가구 다주택자라는 점이다. 집을 사는 사람이 있어야 주택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결국 1가구 다주택자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주택공급이 늘어 집값이 안정되고 무주택자도 좀 더 유리한 조건에 전세로 살 수 있다."
저자는 다주택자는 세금을 성실히 내야 하지만 부당한 오해는 해명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선진국에선 1가구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비난하지 않을까?"
아직도 이 설명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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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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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금으로 다 떼이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어디로 이사가나요? 차라리 (보유세)세금 내면서 버티다가 자녀에게 주는 게 낫겠지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 싫어서 안 파는 게 아니라 팔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A씨)
2주택자인 A씨는 최근 수원시 권선구 아파트를 매도하려다가 매물을 보류했다. 투자용으로 사둔 집값이 올라 처분하고 갈아타려 했지만 막상 '세금' 장벽이 상상 이상이었다. A씨가 5년 전 2억원에 산 아파트는 최근 4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양도세를 계산해보니 세금이 1억3000만원가량이 나왔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로 양도세가 중과되면서 1억원 이상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A씨는 "자녀가 크면 대형 평수로 가기 위해 투자목적으로 남편 퇴직금 모아서 한 채를 더 사뒀는데 양도세 내고 취득세, 중개비 등을 감안하면 갈아탈 수가 없다"며 "1억원 세금 낼 바엔 그냥 갖고 있기로 했다"고 했다.
#2. "후회되고 아까워서 미치겠어요."
3주택자인 B씨는 요즘 부동산 뉴스를 보기가 겁난다. 자신이 매도한 지역의 집값이 최근 급등해서다. B씨는 지난해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경기 시흥 아파트를 매도했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옥죄는데 주택을 줄이는 게 안전해 보였어요." 하지만 작년 4억원에 팔았던 아파트는 올해 6억원이 됐다. 신안산선 등 교통 호재로 경기도 외곽 시흥 집값이 폭등한 것이다. 시흥 배곧신도시 아파트가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보니 더욱 속이 쓰리다. B씨는 "이렇게 집값이 더 오를 줄 알았더라면 무조건 갖고 있을 걸 후회된다"면서 "이제 와서 다시 투자 매물을 찾으려니 강화된 취득세를 또 내야 하고 가격은 다 올라서 쉽지가 않다. 나머지 주택들은 팔지 않고 버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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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낼 바에 안 팔겠어요"…양도세가 매물 잠김 초래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한 다주택자들을 향해 양도세·취득세 강화·대출 규제까지 전방위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다주택자들이 버티기 모드에 돌입하면서 매물 잠김이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발표한 뒤 올해 6월 1일까지 유예했습니다. 이제 이 유예기간이 끝났습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기본세율에 최대 30%포인트 중과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렇게 되면 양도세 최고 세율이 75%에 달합니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수준입니다.
강화된 양도세는 오히려 매물 잠김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종부세)세금 생각하면 답답하죠. 그런데 이렇게 힘겹게 종부세 내면서 버텼는데 이제 와서 판다고요? 그것도 양도세를 수억씩 내고요? 차라리 아이한테 물려주지 절대 그렇게는 못하죠."
분당·용인·서울에 3채를 가진 주부 C씨는 최근 용인 아파트 매도를 저울질하다가 안 팔기로 마음을 돌렸습니다. 10년 전부터 남편의 퇴직을 대비해서 투자를 해온 C씨는 "양도세 중과를 맞아가며 집을 처분하면 남는 게 없는데, 왜 파느냐"면서 "그간의 노력과 인내가 아까워서라도 못 팔겠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종부세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본성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정책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해 최대 12%로 강화된 취득세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못 파는 이유입니다. "이 주택을 판들, 다른 주택을 살 때 취득세를 12%까지 내야 하는데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주택자가 조정지역에 3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려면 취득세 4000만원가량(12% 적용)을 내야 합니다. 다주택자 D씨는 "중개수수료, 강화된 취득세를 생각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비용이 더 든다. 한번 팔면 다시 새로운 자산을 매수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갖고 버티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다주택자 매물이 출회되지 않은 가운데 GTX·신안산선 등 각종 교통 호재로 올 상반기 수도권 집값은 1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의 정책은 다주택자들의 매물 잠김을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문제의 진단이 잘못됐다"고 우려합니다.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위한 양도세 강화 정책은 사람들의 투자 본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진단'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책 '전세가를 알면 부동산 투자가 보인다'(이현철 지음) 저자는 "부동산은 사람들의 심리가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본성 중 하나는 손해 보는 것을 절대 싫어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심리를 외면한 정책으로 시장에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투자는 심리입니다. 사람들이 집을 살 때는 '이 정도에는 팔겠어'라고 미리 계획을 세워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규제로 인해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일이 생기면 정말 팔기 싫은 거죠. 죽기보다도 싫어요. (정부는) 금리 때문에 겁나서 팔고, 보유세 때문에 겁나서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매물 출회되지 않습니다. (사람 심리를 모르니까) 정부의 진단이 틀린 거죠."
◆다주택자는 줄었는데 왜 집값 올라요?
지난해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발표한 뒤 올해 6월 1일까지 유예했습니다. 이 유예기간 동안 일부 다주택자들은 집을 처분하며 사이즈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공개된 '부동산 집합건물 다소유지수'에 따르면 이 지수는 2020년 7월 16.70으로 최고점을 찍고 10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5월 말 기준 해당 지수는 16.28로 떨어졌습니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란 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집합건물 소유자 가운데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을 뜻합니다. 해당 지수가 하락한다는 건 집합건물 소유자 가운데 다주택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집값은 전세가·매매가 모두 고공행진 중입니다.
책 '부의 인문학'(브라운스톤 저) 저자는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단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집값을 더 올리는 비극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만약에 1주택자만 (집을)소유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일단은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여유 있는 계층이 집을 사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총 주택공급 수는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집을 사는 사람이 없으면 집을 지어서 파는 건설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총 주택 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주택 매물과 전세 물량이 급감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전셋값과 집값은 폭등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다주택자는 주택건설에 자본을 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택공급자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주택을 공급하는 사람은 건설 회사가 아니라 집을 사는 1가구 다주택자라는 점이다. 집을 사는 사람이 있어야 주택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결국 1가구 다주택자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주택공급이 늘어 집값이 안정되고 무주택자도 좀 더 유리한 조건에 전세로 살 수 있다."
저자는 다주택자는 세금을 성실히 내야 하지만 부당한 오해는 해명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선진국에선 1가구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비난하지 않을까?"
아직도 이 설명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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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