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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되어가는 코인 시장.“이러다 한국은 되어 블록체인 서비스는 안 쓰고 거래소에서 주구장창 거래만 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Bonjour Kwon 2022. 1. 10. 08:10

현장에서] ‘갈라파고스’ 되어가는 코인 시장
2022.01.04

“이러다 한국은 되어 블록체인 서비스는 안 쓰고 거래소에서 주구장창 거래만 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한 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우려의 목소리다. 블록체인 기술의 수혜를 보지 못하고 국내 몇몇 거래소에서 국내 투자자끼리만 코인을 사고팔기만 하는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인 코인원은 외부 지갑 등록 절차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투자자가 해당 거래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코인을 외부로 보낼 수 있는 지갑을 미리 등록해야한다.

이 때 지갑은 본인 인증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지갑 정보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중 하나 이상이 코인원 계정과 같아야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지갑 서비스인 메타마스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메타마스크에선 신원 확인 절차 없이 지갑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메타마스크가 주요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서비스에서 가장 많이 지원되는 지갑이라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메타마스크로 코인을 옮기지 못하게 되면 디파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인원은 왜 이런 조치를 취한 걸까. 실명계좌를 내준 NH농협은행이 자금세탁 우려에 엄격한 트래블룰(자금 이동 추적 시스템)을 요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거래소들은 올해 3월부터는 트래블룰을 모두 도입해야한다. 다른 거래소들도 투자자들에게 실명 외부 지갑 등록을 연이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 사업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사업을 싱가포르의 카카오 자회사인 ‘크러스트’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이 크러스트에 역량을 집중해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핵심 개발자들이 속속들이 싱가포르로 집결하고 있다. ICO(초기코인공개)의 성지로 블록체인 생태계가 만개한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것이다. 크러스트는 대형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운드X는 국내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에만 집중한다. NFT 거래 플랫폼인 ‘클립드롭스’ 육성에 주력하는 계획이다. 결국 알짜는 싱가포르로 넘어가고 국내에 거래 기능만 남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선 앞둔 정치권에선 각종 블록체인 관련 공약이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 블록체인 특구 등을 내세우고 있다. 다양한 공약의 본질은 블록체인을 미래 먹거리로 발굴하겠다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존 규제 여파로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약들은 현실화해보기도 전에 가상자산 업계가 영영 회생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갈라파고스에선 먹거리가 충분할 수 없다. 시장 질서 안정을 위한 규제만큼이나 산업 진흥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고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