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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폭탄에 돈 아낀다"…호황 끝 유통업계 '초비상'.유통업계 "내년이 두렵다" 엔데믹 호황 끝 '초긴축' 선언 신세계백화점, 마케팅비 삭감

Bonjour Kwon 2022. 12. 19. 18:28



박종관/배정철입력 2022. 12. 16.

금기어 '역성장'까지 등장
유통업계 "내년이 두렵다"
엔데믹 호황 끝 '초긴축' 선언
신세계백화점, 마케팅비 삭감
롯데면세점, 창사 42년만에
첫 희망퇴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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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인한 소비심리 개선으로 올해 초호황을 누린 유통업계가 계묘년 새해를 앞두고 ‘초긴축 모드’를 선언했다. 자산시장 냉각이 내년부터 내수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쳐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을 염두에 두고 경영계획을 세웠다.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고,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는 고정비용을 줄이기로 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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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는 일선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이 최소한 물가 인상분만큼 오르고, 그에 따라 매출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매출이 뒷걸음질할 것을 전제로 연간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그룹도 ‘칼바람’ 대비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전날부터 창사 42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달 초부터 16일까지 2020년 이후 2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았다.

올해 주요 유통사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고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내년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시장 붕괴 여파가 통상 6개월 뒤부터 소비 둔화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미국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있어 연중 최대 소비 대목으로 꼽히는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0.6% 감소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국은 엔데믹 영향으로 올해 상당 기간 소비가 강세를 띠었다.

"돈 드는 대면미팅 줄여라"…유통·패션 '비상경영'



백화점 패션 바이어 A씨는 최근 한 패션업체 담당자로부터 “앞으로 대면 미팅을 최소화하고 화상 미팅으로 대체하면 안 되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가 ‘비상 경영’을 선포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업무 미팅도 웬만하면 비대면으로 소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A씨는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는 매출·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일곱 분기 연속 증가(전년 동기 대비)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훈풍이 자산시장 불안, 인플레이션이라는 악재를 뚫고 하반기까지 지속된 영향이다. 코로나19 창궐 후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이 잇따르며 샐러리맨들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랬던 분위기는 지난달부터 달라졌다. 백화점 한 해 장사의 성패를 가르는 겨울옷이 팔려나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 결과 신세계의 11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신세계의 월 매출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줄어든 것은 지난 2월 이후 아홉 달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 설 연휴를 앞두고 선물세트를 찾는 수요가 뚝 끊겨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 등 롯데 계열사들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도 이런 추세가 쉽사리 반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패션·식품 등 필수 소비재 업계에선 유통업계에 앞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휠라홀딩스의 3분기 재고자산 회전율은 0.98회로 전년 동기(1.58회)보다 0.6회 떨어졌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눠 산출한 값이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느리다는 의미다.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불안한 한 해를 보낸 식품업계는 일찌감치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한 식품업체는 상반기부터 스태프(관리·지원) 조직을 줄이고, 영업 쪽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조직개편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버티던 소비가 내년엔 급격히 악화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계 구매력이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폭과 이자지출 증가폭이 커져 내년 소비지출액은 줄어들 전망”이라며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관/배정철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