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은행주공

"일단 착공부터" 첫삽 뜨면 늘어나는 공사비...둔촌 사태 또 터진다,끝 없는 공사비 인상.◆계약 조건부터 특화설계까지…"나중에 잘 협의하자"면 늦는다.◆사업 지연될라 착공부터..부실한 본..

Bonjour Kwon 2022. 12. 25. 06:37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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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9 

[MT리포트]끝 없는 공사비 인상, 둔촌 사태 또 나온다(上)

[편집자주] '단군 이래 최대'라는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185일만에 재개됐다. 공사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는 공사비 증액 문제에서 비롯됐다. 둔촌주공은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했지만 전국 곳곳의 정비사업장에는 둔촌주공과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
 
"공사비 더 내라고?" 조합원 부글…제2 둔촌주공 위험하다
 
 
# 올해 3월 시공사를 뽑은 서울 A 재건축 사업장은 3.3㎡당 580만원에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예정 공사비일 뿐이다. 인허가를 마치고 실제 공사에 들어갈 때 본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때 공사비에 그동안의 물가 상승이 반영된다.
 
 
 
 

특화설계도 공사비 인상 요인이다. 시공사들이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해 내놓는 특화설계는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A 사업장에 제시된 특화설계 중 지하주차장 면적을 늘려 세대당 1.3대에서 2대로 늘리는 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추가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중대한 변경' 사안으로 결국 비용과 시간이 더 들게 된다. 이렇게 늘어나는 추가비용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2년 뒤 착공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공사비가 3.3㎡당 700만원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곳곳서 공사비 인상…제2의 둔촌주공 위험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국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공사비 인상 요인이 수두룩해 둔촌주공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한강맨션도 공사비 인상이 불기피하다.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은 지난 1월 시공사를 뽑았고 당시 예정 공사비는 3.3㎡당 615만원이었다. 시공사는 입찰 과정에서 '최고 68층'으로 높이는 혁신설계안을 제안했고 조합도 이를 적극 검토 중이다. 공사비 615만원은 기존 설계안인 최고 35층을 적용했을 때 가능한 가격으로, 시공사의 혁신 설계안을 적용할 경우 공사비가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비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통합 재건축(반포 래미안 원베일리)도 최근 설계변경과 특화설계를 이유로 시공사가 2500억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공사비 인상 수준이 적정한지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의뢰하는 등 시공사와의 갈등을 최소화할 계획이지만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계약 조건부터 특화설계까지…"나중에 잘 협의하자"면 늦는다

이처럼 공사비 인상 요인은 크게 2가지로 시공사를 선정한 이후 착공할 때까지의 물가상승률과 혁신설계에 따른 자재 고급화 등이다.

물가상승률은 시공사 선정 시기와 착공 시기에 시차가 발생하면서 반영된다.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시기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나서다. 착공은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철거를 한 뒤에야 가능하다. 사업장별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사업시행인가 이후 착공까지 최소 2년 정도 소요된다. 조합은 착공을 앞두고 시공사와 공사비 본계약을 맺게 되는데, 공사비에 2년의 시차를 물가상승률로 반영하게 된다. 시공사 선정 당시 정하는 '예정 공사비'보다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가상승률 지표에는 건설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가 있는데, 공사비 인상률을 낮추려면 소비자물가지수가 유리하다. 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1% 오른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5.7% 상승했다. 상승폭을 보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이 계약서에 담긴 수많은 조항 중 이를 잡아내 유리한 선택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A사업장 역시 본계약시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키로 했다.

시공사가 입찰 당시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없다'고 약속했더라도 혁신설계가 반영되면 공사비는 또 오른다. 조합이 만든 설계안보다 시공사가 제안한 특화설계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어 결국 조합은 비용을 더 주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이 어떤 부분에서 공사비가 증액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나중에 잘 협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진행해" 공사비 협상 전에 착공...둔촌주공 사태 원인 됐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불릴 정도로 주목받던 곳이었다. 하지만 공사중단이랑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정비업계의 '블루칩'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까지 내몰리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둔촌주공 위기의 시작점은 공사비 증액이었다. 공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에 공사비 협상을 마쳐야 했지만,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착공 이후에도 공사비를 증액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업 지연될라 착공부터..부실한 본계약에 공사비만 불어나

둔촌주공 조합은 2010년 8월 시공사로 현재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을 뽑고 같은 해 1조9000억원에 가계약을 맺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16년 본계약을 체결할 때 공사비는 약 2조6000억원으로 뛰었다. 이어 2019년에 착공에 들어갔는데 이듬해 공사비가 더 얹어져 약 3조2000억원으로 계약서가 수정됐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본계약을 맺을 때는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변동분을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하고 공사비를 정해야 하는 시기"라며 "둔촌주공은 공사비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실한 본계약을 맺었고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이 이듬해 수정된 계약서에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시공사를 선정할 때 맺는 가계약서는 예정 공사비가 반영된다. 말 그대로 현재 시점에서 공사비에 대한 예산을 잡는 단계여서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 본계약을 맺을 때는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인상 범위를 협의하는 게 합리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둔촌주공을 포함한 조합 대부분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일단 착공부터 하고 '공사비는 차차 협의하자'는 식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사업 진행이 늦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조합원들의 등쌀에 착공을 서두르게 되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공사비 변동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급화' 요구에 수차례 설계변경…공사비 또 늘어나

착공을 한 이후에도 설계변경이 수차례 일어나고 이에 따라 마감재와 시설 고급화가 이뤄지는 일도 허다하다. 이는 조합이 요구하면서 발생하는 일이다. 당연히 공사비도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둔촌주공은 지속적으로 단지 위상에 맞는 고급화를 위해 마감재, 외관, 조경 등 설계변경을 요구해 왔다.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증액 통지서를 받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통합 재건축(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역시 그동안 6차례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둔촌주공 조합 내부 갈등 문제도 컸다. 공사비 증액을 결정한 조합장에 반대하는 세력이 생겼고, 이들이 옛 조합장을 해임하고 새 조합 집행부를 꾸리는 데에만 9개월이 걸렸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사비는 늘어나는 구조다.

조합장을 교체하고 나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두 번째 조합 집행부는 '공사비 재협상'을 목표로 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공사비는 약 1조원이 더 추가돼 4조3400억원으로 불어났다. 공사재개 협상에 성공한 이후 조합원들에게 남은 건 1인당 1억원가량의 추가 분담금뿐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설계변경은 조합 요구에 따라 이뤄지고 이에 따른 공사비 인상도 당연한 수순"이라며 "추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고 사업성이 좋은 사업지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사업이 아예 엎어지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