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주택(유료노인복지주택등)

저변 넓어지는 시니어 주택···금융·건설·호텔업계, 실버타운 눈독.분양형 허용 기대에 미래 먹거리 주목

Bonjour Kwon 2024. 3. 15. 22:30


매경2024-03-13

‘노인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미 서울, 경기 등 도심에는 고급 시니어 주택을 표방한 실버타운이 여럿 들어서 있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인근 스타시티 내 ‘더클래식500’처럼 부부 중 1명이 60세 이상인 입주 조건을 내세운 주상복합 형태가 대표적이다. 더클래식500은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에서 나와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대학병원과도 가깝다. 부부가 입주하려면 보증금 9억원에 월 생활비 500만원(이용료·관리비·의무 식사 40식 포함)가량을 내야 하는데도 600여명이 입주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시니어타운 ‘삼성노블카운티’도 보증금이 전용 119㎡ 대형 평형 기준 7억6000만~12억원(월 임대료가 75만원 별도)에 달하지만 입소하려면 1~2년 대기해야 할 정도다. 의료·문화·스포츠시설을 두루 갖춘 데다 단지 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문화·스포츠시설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해 세대 간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을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장기요양업계에 기업 자본 유입이 빨라지면서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사부터 건설업, 호텔업계까지 시니어케어(돌봄)시설 분야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일찌감치 요양업 해온 보험사들

규제 완화 기대감에 사업 확대 검토

시니어 돌봄 시장에 적극적인 곳은 금융권이다. 현행법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보험사를 통해야 장기요양 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다 보니 보험사를 주축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이다.

KB라이프생명은 2016년부터 시장에 진출해 현재 5개 지역에서 요양원 3개, 케어센터 2개, 실버타운 1개를 운영(개관 예정 포함)한다. KB라이프가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영역은 노인시설이다. 현재 서울 강동구 소재 재가노인복지시설인 ‘강동케어센터(주야간보호시설)’를 시작으로 서울 송파구와 서초구에 각각 프리미엄 노인의료복지시설(요양시설)인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에는 서울 은평, 강동, 광교 등에도 요양시설을 열 예정이다. 실버타운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서울 평창동 일원에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 카운티’를 열었다.

신한라이프는 일찌감치 시니어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서울 은평구 내 부지 매입을 추진 중이며, 노인복지시설과 은퇴빌리지 조성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생명도 최근 요양 사업 진출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하나금융지주는 공익재단을 통해 시니어 돌봄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앞서 지난해 3분기 기업발표회(IR)에서 2024년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언급하며, 시니어 돌봄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그룹 내 요양시설인 삼성노블카운티를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 돌봄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공익재단은 2009년 경기 남양주 수동면에 노인전문요양원 하나케어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업계는 앞으로 자본력 있는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시니어 돌봄 산업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 사업자가 30인 이상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 부지를 임차해야 하는데, 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논의 중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시니어케어 시장의 확대와 금융회사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의 시니어 돌봄 산업 진출을 제한하는 가장 주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어 향후 이 시장에 진출하는 보험사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외관과 공용 거실 모습. (KB라이프생명 제공)


시니어 주택, 건설사 미래 먹거리?

10년 만에 일반분양 부활 가능성

시니어 주택 개발에 앞다퉈 뛰어드는 또 다른 곳은 건설업계다. 마침 정부가 오는 5월 실버타운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건설사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실버타운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비수도권 지역에 분양형 실버타운을 허용하고, 사업자가 직접 토지를 소유해야 시설을 설립할 수 있는 규제를 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실버타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이전만 해도 실버타운은 분양형과 임대형이 모두 허용됐다. 하지만 수도권 분양형 주택을 위주로 불법 분양하거나 개발 이익을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정부는 2015년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분양형을 일제히 금지했다.

하지만 일반분양을 못하고 임대만 하면 사업자는 곧바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장기간에 걸쳐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실버타운 사업이 쉽지 않았다. 특히 시공에 들어가는 초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이런 규제를 풀어 일반분양을 다시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실버타운 사업 진출에 고삐를 죌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회에서 실버타운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점도 호재다. 이런 분위기에 국내 건설사들은 이미 실버타운 사업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보고 사업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3월 강서구 마곡지구 복합단지 내에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를 짓고 있다. 내년 10월 입주 예정으로 청약 당시 최고 20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 6층~지상 15층, 4개동, 공급면적 기준 51~149㎡, 810실로 조성됐다. 표준형 기준 최고 보증금 18억원, 월 임대료와 생활비를 합쳐 500만원이 넘는데도 810가구 중 저층 일부를 제외한 90%의 임대 계약이 완료됐다.

대우건설은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푸르지오숲속의아침’을 짓고 있다. 시행사는 엠디엠(MDM). 만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노인 복지주택과 일반 오피스텔로 복합 개발된다. 지하 6층~지상 16층, 13개동, 1378가구 규모로 노인 복지주택은 536가구다.

GS건설은 2016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 동백지구에 ‘스프링카운티자이’를 지으며 시니어 돌봄 사업을 진행해왔다. 스프링카운티자이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신축 아파트지만 엄연한 실버타운이다. 문턱 등을 최소화해 이동을 쉽게 하고 부상 위험을 줄였고, 욕실에 응급 상황에 대비한 비상벨을 설치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병원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두고 대기도 최소화했다. 2015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되기 전 사업 승인을 받아 100% 분양형으로 조성된 덕분에 입주민 명의로 등기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에스씨가 운영을, GS건설 자회사인 S&D가 시설 총관리를 맡고 있다. 식당은 GS건설 자회사 GCS에서 위탁 운영한다.

건설사업관리(CM) 전문기업인 한미글로벌의 자회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도 내년 4월 중위소득 노년층을 대상으로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115가구 규모의 ‘위례심포니아’를 공급할 계획이다. 위례심포니아는 단순 요양원이나 양로시설이 아닌 ‘고급 시니어 주택’을 표방한다. 최덕배 한미글로벌디앤아이 전무는 최근 ‘시니어 주택 개발 사례 분석’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 사례처럼 입지와 교통이 우수한 도심에 위치하면서 중상위 계층을 겨냥한 시니어 주택이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부동산 개발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시니어 주거 공간 사업에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때 경기 하남시를 시니어 주택 개발지 후보로 삼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6월 연세대 미래교육원과 ‘시니어 주택 운영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실버타운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시니어타운 조성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내 의료복지시설 전용 용지에 ‘헬스케어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사업을 진행할 민간 사업자 공모에 나서자 70곳 가까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금을 모아 부동산 자산에 넣은 뒤 임대료 수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호텔학교를 시니어 주택으로

학습지 기업, 노인 방문·교육 사업 추진

이외에 학습지 기업으로 잘 알려진 대교는 자회사 대교뉴이프를 통해 재가 요양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대교의 방문 학습·교육센터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데이케어, 방문요양 등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 사업부터 요양보호사 교육원 운영, 인지 강화 콘텐츠 개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교그룹 오너 2세인 강호준 대표가 대교와 대교뉴이프 CEO를 겸직하며 이 사업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올 초에는 실버테크 기업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장기요양 직영센터(성남·대구·서울 관악)를 인수해 사업 확장에 나섰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국내 2만7000개 요양기관에 디지털 전환·운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재가 요양 서비스 플랫폼 기업이다. 이번 인수로 대교뉴이프는 직영 데이케어센터 7곳(성남·대구·광명·분당·목동·해운대·울산), 직영 방문요양센터 10곳(보라매·대전·창원 등), 프랜차이즈센터 14곳을 확보해 전국 거점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종근당은 요양시설 운영과 제약 사업 연계를 계획 중이다. 이미 계열사인 종근당산업은 노인 요양원 ‘헤리티지너싱홈’을 인수하며 노인 요양 사업을 확대해왔다. 응급 상황 발생을 대비해 대형병원과 연계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 재활치료센터와 간호전문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종근당산업은 2021년 개인 맞춤형 요양원 ‘벨포레스트’도 열었다.

메이필드호텔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호텔 조리·서비스 교육기관 ‘메이필드호텔스쿨’ 운영을 중단하고 이곳에 시니어타운을 세울 예정이다. 해당 건물을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0호 (2024.03.13~2024.03.1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