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1월, 09:08www.thebell.co.kr
당초 하베스트의 '메이플 프로젝트'는 2012년 캐나다에서 유가스전 개발 사업을 영위하던 STX에너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더커자산운용이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STX에너지가 오릭스PE(이하 오릭스)에 인수되면서 오릭스가 신규투자 중지조치를 내렸고 하베스트는 사업 파트너를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베스트는 더커자산운용을 믿기로 했다. 지난 5월 더커자산운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거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더커자산운용이 초기 협상 때부터 관여했다는 점과 국내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펀드를 다수 설정한 경험이 작용했다. 하베스트 입장에서는 사업을 빨리 추진해야 하는 다급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커자산운용은 자문단을 새로 꾸렸다. 에너지홀딩스와 STX캐나다에 기술자문을 맡기고 하나대투증권에는 금융자문, 삼정KPMG에는 평가와 회계자문을 맡겼다. 하베스트와의 치열한 협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하베스트는 초기 투자 구조상 원금 수준만 보장하는 식으로 접근했다.
더커자산운용은 하베스트가 제시한 자산평가액에 대해 재검증에 나섰다. 현지 톱티어 매장량 평가사인 맥다니엘(McDaniel)을 통해 매장량을 재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가치 기준 25% 이상의 매장량을 삭감하는 안을 관철시켰다.
일반적으로 매장량은 자원개발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장량을 깎고 들어갈수록 이익인 셈이다. 이는 향후 펀드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더커자산운용은 '원금+4%'의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구조를 요구했다. 국내 기관투자가 유치를 통해 민간자금을 조달하려면 그만큼 양보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때마침 제기된 하베스트 부실인수 논란은 더커자산운용 입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밀어부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더커자산운용은 석유공사가 지속적으로 하베스트를 지원해왔고 석유공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의 하나인 하베스트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베스트는 원금+4%의 수익보장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였다. 하베스트 역시 민간자금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석유공사 입장에서도 하베스트의 다운스트림은 그렇다 치더라도 업스트림의 투자를 포기하기 어려웠다. 하베스트 인수가격은 정상적으로 개발사업이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나왔기 때문에 유가스전 광구 투자를 지연시킬수록 다운스트림 손실에 더해 손해가 가중되는 구조다. 당장 업스트림에서 원활한 투자수익을 내려면 이번 딜의 성사가 중요했다.
더커자산운용은 하베스트의 수익률 보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별도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한국신용평가는 하베스트의 신용등급을 A0로 평가했다. 하베스트의 부실 자산인 정유소 매각이 오는 12월초 우선 협상자 선정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었다. 또 이번 사업에 앞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왔던 오일샌드 사업도 내년부터 본격 생산이 시작돼 부실의 주요 문제들이 해소되어 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펀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더커자산운용은 자사의 매각 상황으로 시장에서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발생하자 대형 자산운용사인 한화자산운용과 손을 잡았다. 한화자산운용은 관련팀을 올해 신설했고 기혁도 전 공무원연금 대체투자실장이 담당 본부장으로 있는 곳이다. 이번 딜을 따내면 해외자원개발 펀드를 처음으로 결성하는 셈이라 한화자산운용 입장에서도 적극적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인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오는 18일 현지실사를 떠난다. 4년전 부실인수로 논란이 됐던 회사의 핵심자산을 둘러보는 길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한다면 국내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꽤 좋은 기회를 포착하게 되는 셈이다.
하베스트는 메이플 프로젝트에 이어 국내 대형증권사와 다른 펀드를 통해 추가로 자금조달을 준비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 펀드 역시 더커자산운용의 국내기관투자가 모집 결과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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