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해외)

해외부동산 침체 '물타기'로 버텨보자?미·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평균 20% 최고 50%‘살려 말아’ 구조자금 투입 두고 갑론을박보수적인 국내 LP들 대체로 ‘NO’...대응 검토도 안 해“..

Bonjour Kwon 2024. 4. 9. 07:06
[해외부동산 추가출자 명암] ①
해외 부동산 가치 하락에 추가 자금 투입하는 기관들
당장 손실 확정않고 부동산 경기 회복 기다리기 위한 것
일부 지역은 원금 손실만 늘어나는 부실 이연 평가도
  • 등록 2024-04-07 오후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지영의 기자] 해외 부동산 가치 급락에 투자 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국내 기관들이 손실 확정을 막기 위해 잇달아 추가 출자에 나서고 있다.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디폴트 상태에 접어들 게 뻔하니 출자를 통해 일단 살려놓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런 추가 출자에 대해서 ‘탈출구 찾기’라는 평가와 ‘부실의 이연’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미국 뉴욕 20타임스스퀘어 토지 선순위 대출채권 투자 건에 추가 출자했다. 20타임스스퀘어는 코로나19와 함께 기한이익상실(EOD)이 확정됐던 곳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이 곳에 추가 출자를 단행해서 담보권을 실행, 토지를 확보했다.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었지만 추가 출자를 통해 토지 임대료를 받는 수익권자가 된 것이다.

다올자산운용 역시 비슷한 경우다. 다올자산운용이 투자한 워싱턴 중앙 기차역 유니언스테이션이 디폴트 상태로 들어가자 선순위 대출 채권을 매입, 담보권 실행을 통해 아예 기차역을 인수해 왔다. 다행히 기차역 가치가 꾸준히 회복되면서 현재는 투자 원금 대비 이익이 난 상태다.

국내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직전 너도나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 치솟는 공실률로 해외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한 지역 중 하나인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지난 2월 기준 2022년 4월과 비교할 때 23% 하락했다. 특히 오피스 부동산 가격은 41% 급락했다. 이에 기관 투자자들은 당장 손실의 현실화를 막기위해 추가 출자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추가 출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투자금을 전부 날리겠다고 결정하지 않는 한 추가 출자를 결정하는 기관이 많다”면서 “기관의 투자 형태나 투자 순위, 임차인 확약 여부 등 투자 자산의 특성에 따라 추가 출자 여부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실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라데팡스 지역 등 유럽의 경우 추가 출자를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손실만 키우는 격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우세하다. 라데팡스 지역의 평균 공실률은 지나 2019년 4%대에 불과했지만 작년 기준으로 20%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만기가 정해져있지 않은 에쿼티 형태 투자나 일시적으로 일부 지역에서 공실률이 급등해 문제가 생긴 지역의 경우는 추가 출자를 하는 편이 낫다”면서 “하지만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하게 망가져버린 곳은 추가 출자 의미가 없어 자산군 별로 추가 출자 필요성과 효과 여부를 잘 따져서 의사 결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살려? 포기해?"…추가 자금투입 두고 '갈등'

[해외부동산 추가출자 명암] ④
미·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평균 20% 최고 50%
‘살려 말아’ 구조자금 투입 두고 갑론을박
보수적인 국내 LP들 대체로 ‘NO’...대응 검토도 안 해
“살아날 건물은 살려야” 속타는 운용사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최근 국내 투자업계에서 시장 가치가 하락한 해외부동산 처리 문제를 두고 기관투자자(LP)와 운용사(GP)간 갈등을 겪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GP들은 추가 자금을 투입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투자자들을 적극 설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LP들은 원금 손실 리스크가 있는 건들에 대해 충당금을 쌓고 덮어두는 보수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특히 감정평가액이 급락해 담보가치가 뚝 떨어진 자산의 경우 LP로부터 추가 출자를 받아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들의 해외부동산 투자건 중 영국 런던 소재 삼성전자 유럽본사 사옥 딜에 추가 출자 작업이 마무리됐다. 글로벌 시장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타면서 본 건물 역시 지난 2019년 매입 시점 대비 감정평가액이 소폭 하락해서다. 다만 우량 임차인인 삼성전자가 오는 2031년11월까지 장기 임대차 계약을 유지할 예정인 데다 감정평가액 하락폭이 극히 적어 담보인정비율(LTV)을 맞추기 위한 추가출자 협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미국 워싱턴 소재 중형 규모 A오피스도 최근 만기와 맞물려 신규 장기 임차인을 유치, 연장 및 추가 출자 논의가 마무리됐다. 북미 소재 B물류센터도 LTV 하락 폭이 크지 않은 데다 임차 관련 문제가 없어 추가 납입이 진행됐다. 다만 이같이 추가 출자에 성공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시장 조정기에 당장 손실을 보고 청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산 가치 회복을 기다릴 여건을 만들어 놔야 한다. 가격 조정에 따른 LTV 비율을 맞추기 위한 추가 납입이 대표적이다. 감정평가액 하락이 크지 않고 임대차 계약이 일정 비율 이상 양호하게 유지되는 등 자산 가치에 크게 변동이 없는 건들의 경우 추가 출자 문턱을 넘어서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는 모양새다. 관리 운용사(GP) 측에서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해 구조 자금 투입을 이끌어내기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국내 기관에서 주로 자금을 쏟은 시장인 미국·유럽의 경우 감정가액이 평균 20% 안팎 하락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50% 넘게 폭락한 건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공실 비율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자산 가치가 꺾여서다. 이 경우 감정평가액 하락폭이 커 투자건을 살려놓기 위해서는 추가 납입 자금 규모가 평균 수백억원대 이상 요구된다.

 
추가 납입해야하는 금액이 클수록 LP와 GP간의 이견의 골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주로 LP 측에서 시장 회복 가능성 및 시기에 대해 비관적으로 굳어진 경향이 강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등 개발형이었던 경우 시장 위기에 한 번 타격을 입으면 이자 및 제반 비용에 대한 추가 투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치유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일반적 수익형 부동산들의 경우 아예 망가진 건 어쩔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낙폭이 너무 과한 상황이라 추가 자금을 투입해서 기다릴 필요가 있는 자산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부동산은 다 기반이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시간 소요는 있겠지만 기다리면 회복될 수 있다. 지금 같은 조정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지분을 인수해와서 버티는 게 제일 합리적인 대응 방안”이라며 “국내 대형 기관들은 대부분 기존 딜에 대한 리스크 부담을 추가로 지려고 하지 않고, 전임자의 결정과 실책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좋은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국내 LP들이 대응에 손을 놔버린 우량 자산을 해외 부실채권(NPL) 전문 운용사들만 신나서 담아가는 사례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연기금·공제회 등에서는 아예 추가출자 심의가 투자심의위원회까지 오르지도 않는다는 평가다.

한 기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추가 출자해서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대상 자산 상황별로 다르다. 회복 자금 투입하면 살려낼 수 있는 건들도 있기는 할 것”이라며 “다만 우리(기관)쪽에서는 리스크가 높아진 건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쏟기 보다는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해서 수익을 내는 방향이 맞다고 봐 대체로 검토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