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1
기업금융 분야 강화 움직임
대신證, 한투 출신 이현규 선임
BNK 신명호, 하나證 김현호 영입
채권·주식 시장서 먹거리 찾기
▶마켓인사이트 3월 21일 오후 4시 12분
증권사들이 기업금융 등 전통 투자은행(IB) 시장 공략을 위해 인재 영입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핵심 먹거리 역할을 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위축되면서 증권사 IB 부문 실적이 대폭 축소된 여파로 풀이된다. 대표적 기업금융 분야인 채권자본시장(DCM)·주식자본시장(ECM) 등에서 수익 창출 기회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증권사들의 구상이다.
○DCM·ECM 인재 영입전 치열
21일 IB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이현규 전 한국투자증권 IB2본부장을 IB 부문 전무로 영입했다. 1992년 한신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이 전무는 기업금융 전반에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대신증권은 이 전무를 영입하면서 박성준 IB 부문장(전무), 나유석 IPO담당(전무)과 함께 IB 진용을 새로 짰다. 기업공개(IPO) 강자로 꼽히는 대신증권은 DCM·ECM 등 전통 IB 부문에서도 수익 창출 기회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직도 개편했다. 올해부터 기업금융을 기존 1개 담당에서 2개 담당으로 늘렸다. 대신증권이 종합투자금융사업자(종투사) 진입을 앞둔 것도 호재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기존 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증가해 기업금융 영업에 강점을 확보할 수 있다.
올해 초 신명호 전 유안타증권 IB 부문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한 BNK투자증권도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 대표는 삼성증권 기업금융팀장, SK증권 기업금융본부장, 하나금융투자 IB부문장 등을 역임하는 등 기업금융에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부동산 PF에 편중된 수익 구조에서 탈피해 전통 IB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초대형 IB 인가를 추진 중인 하나증권도 기업금융 관련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섰다. 하나증권은 올해 들어 김현호 전 DS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김 본부장은 LG증권(현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DS투자증권 등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한 베테랑으로 꼽힌다. ‘전통 IB 강화’를 올해 중점 추진 사항으로 강조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의지가 이번 영입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중견 증권사들도 기업금융 인재 쟁탈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말 퇴임한 배영규 전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을 영입하기 위한 시도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배 전 그룹장의 빈자리를 채울 IB그룹장을 물색하고 있다.
○부동산에 치중된 수익 구조 탈피
DCM·ECM 등 전통 IB 부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재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증권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그간 IB 부문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상상인증권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가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상상인증권은 지난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대표주관 분야에서 주요 증권사를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초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채권금융을 담당한 유지훈 FICC본부장(상무)이 합류한 효과로 풀이된다.
전통 IB 부문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에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등으로 증권사 IB 부문 실적이 기대를 밑돌고 있는 만큼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한 대형 증권사 DCM 담당자는 “증권사들이 기업금융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영업 담당(RM·Relationship Manager) 확보에 혈안을 올리고 있다”며 “‘빅딜’을 위한 기업 소통 창구를 미리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DCM·ECM 등 전통 IB 부문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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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인력을 다 어떻게 하지?… IB부문 구조조정 나선 증권업계
올해 들어 IB 수익 38% 감소
조직 축소하고 임직원 교체 잇따라
정민하 기자
입력 2023.11.29.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기업금융(IB) 부문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증권업계가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인적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증권사 IB 사업 부문은 부진을 겪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54개 증권사의 별도 기준 1~3분기 누적 IB 부문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8% 감소한 2조5158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 부실 우려가 여전한 등 경기 둔화 여파로 그동안 호실적을 이끌었던 IB 부문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관련 조직·직원을 축소하거나 임원을 교체하는 등 IB 부문 발(發) 위기 대응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대폭 강화했던 부동산 PF 관련 부서가 주요 타깃이 됐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부동산사업부를 기존 7개 본부에서 4개로 통폐합했다. 부동산사업부의 직위도 대표에서 본부장으로 한 단계 낮췄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뉴스1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뉴스1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4일 부동산 영업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로 7명의 임원이 교체됐는데, 부동산 PF 사업을 지휘하며 지난해 연봉 65억원을 받아 ‘연봉킹’으로 주목받았던 김진영 투자금융총괄(사장)이 포함됐다.
또 기존 총괄급 조직이었던 부동산금융 부문도 대표이사 직속 4개로 조정됐다.
현대차증권과 BNK투자증권에서도 인력 감축이 발생했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부동산 PF 담당 조직을 본부에서 팀 단위로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이 좋던 시절 다른 증권사에서 이직해 왔던 4명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 앞서 지난 6월엔 BNK투자증권도 부동산 PF 관련 부서를 줄이기로 하면서 IB 부문 인력이 축소됐다.
증권사 IB 부문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부동산 PF 사업은 작년이 제일 추운 줄 알았는데,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더 춥다”면서 “상황이 안 좋긴 대부분 증권사가 마찬가지인데 이 많은 사람이 다 어디로 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PF 등 증권사 IB 인력은 정규직보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전문계약직 형태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실적에 따라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이번처럼 증권사가 관련 조직을 축소할 시기엔 재계약보다 계약 종료·이직이 많을 전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장원재 신임 메리츠증권 대표(왼쪽)와 정영균 하나증권 신임 IB 그룹장. /각 사 제공
임원을 새로 영입해 분위기 변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일 최고리스크책임자(CRO) 경험이 있는 장원재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이와 더불어 메리츠증권은 IB 부서 3곳을 통폐합하고, 이세훈 부사장을 총괄로 두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통합본부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성과가 부진한 임원도 다수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증권은 지난 1일 신임 IB 그룹장으로 정영균 전(前)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임명했다. 정 그룹장은 2017년 삼성증권이 초대형 IB 인가를 받는 과정에 참여한 바 있다. 하나증권이 내년 초대형 IB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 신청 등을 앞둔 만큼 정 그룹장의 역할이 막중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런 하나증권조차 부동산 부문 인력은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부문이 그동안 잘 나갔고, 그만큼 돈도 많이 썼는데 올해는 고금리 속 투자심리 악화에 따른 거래 위축, ‘파두 사태’에 따른 불안 요인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IB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메꾸고자 자산관리(WM) 쪽에 눈을 돌리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