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3
사전협상 대상지 선정 5개월째, 사업계획서 잠잠 ‘공회전’
“부동산 경기 침체·탄핵 정국 겹쳐 투자 여건 악화” 영향
상생협의체도 스톱…광주시 “늦어지면 신세계 배제 검토”
광주신세계가 제출한 47층 규모 광천터미널 복합화사업 개발계획안 조감도. 광주시 제공.
광주신세계가 제출한 47층 규모 광천터미널 복합화사업 개발계획안 조감도. 광주시 제공.
지난해 8월 광주신세계가 제시한 광천동 일대 복합쇼핑몰 건립 청사진이 윤곽을 잡지 못하고 지체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돼 광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복합쇼핑몰 3종(신세계 아트앤컬처파크, 더현대 광주,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
당초 광주시와 긴밀한 논의를 통해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컸지만 공식적인 사전협상은 몇 달째 진전이 없다. 부동산 경기 침체, 탄핵 정국 등 각종 악재가 맞물리면서 투자 여건이 녹록지 않은 탓으로 해석된다.
신세계의 사전협상 절차가 늦어지면서 소상공인과 상생협의체 가동도 멈춰서 광주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8월 광주시에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을 위한 개발계획안을 제출하고, 지난해 10월 도시계획·건축 공동위원회 자문을 거쳐 광천터미널 부지가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됐다. 당시 광주에서 처음으로 생기는 복합쇼핑몰인 만큼 사업 선점효과를 위해 더현대 광주와 속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구체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필수 절차인 사업계획서가 현재까지도 제출되지 않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총사업비 4조 4063억 원을 들여 특급호텔과 47층 규모의 주거복합시설까지 아우르는 계획안을 제시하며 ‘도시 속의 도시’라는 콘셉트로 쇼핑·문화·업무·주거 기능을 한곳에 결합한다는 야심 찬 구상을 내비쳐 지역사회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사업계획에는 1단계 신세계백화점 확장(2026년~2028년), 2단계 문화·상업·업무·교육·의료시설과 특급호텔을 갖춘 터미널 복합시설 조성(2028년~2033년), 3단계 주거복합시설 건립(2033년~2037년)이 담겼다.
광주시는 △사업 이행력 확보를 위한 백화점 확장과 터미널 사업 병행 추진 △합리적 공공기여 계획 제시 △터미널 이용객 편의성 극대화 △광주만의 특색있는 복합용도 도입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자) 중심의 교통 개선대책 마련 등을 협상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10월 ‘광주시의 협상조건을 수용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광주시에 접수한 바 있다.
광주시는 신세계 측이 협상조건을 반영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협상조정협의회를 구성해 본 협상에 착수하고, 6개월 이내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반년 가까이 사업계획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외 경제 위기와 맞물린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건설자재 비용 급등 등으로 대형 개발사업의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최근 정치권 이슈로 확산된 탄핵 정국까지 맞물리면서 국내외 자본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건물을 신축하고 호텔까지 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불안정한 경제 여건 탓에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 이에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복합쇼핑몰 준공 예정일도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워낙 큰 사업이다 보니 심사숙고 하고 있다”며 “광주시랑 조율 중에 있고, 접수 시기는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언제쯤 사업계획서가 제출될지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어 복잡한 심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경기가 안좋다보니 1~3단계로 계획한 것들에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연초가 지나면 사업계획서가 들어올 줄 알았는데 작년과 부동산 경기 등 경제 상황이 달라지다 보니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행정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구속력 있게 언제까지 안내면 무효라거나 그런 걸 할 수 없기 때문에 신세계와 실무협의하며 소통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전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상생’에 대한 논의도 함께 멈춰 섰다는 점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복합쇼핑몰 3종에 대해 개별적으로가 아닌 시 전역을 하나의 상권으로 보고 함께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으나 신세계의 사전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생 대책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오는 6월이면 복합쇼핑몰 입점에 따른 상권영향분석과 상생방안 연구용역 최종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 신세계의 사업계획서 제출이 늦춰질 경우 배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신세계와 사전협상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은 요구사항이 제시되면 논의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용역 결과까지 나온 상태에서 신세계를 마냥 기다릴 것인지 빼놓고 논의할 것인지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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