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위에 아파트ㆍ스타필드ㆍ전망대…서울 ‘관문’이 변한다
2025-05-19
교통 허브에서 지역 거점으로
낡은 터미널이 아파트 품은 ‘복합도시’
동서울ㆍ서부트럭터미널 등 대규모 개발 예고
공공성ㆍ접근성 유지가 관건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구상안. / 사진 : 서울시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한때는 ‘타는 곳’으로만 여겨졌던 서울의 터미널들이 변신을 시작했다. 상봉터미널ㆍ동서울종합터미널ㆍ서울고속버스터미널ㆍ서부트럭터미널 등 터미널 부지들이 아파트, 오피스, 상업시설, 문화공간 등을 결합한 복합단지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의 관문에서, 도시 생활의 중심지로 중심축이 옮겨지는 셈이다.
중랑구 상봉터미널은 변화를 가장 먼저 가시화한 사례다. 1985년 개장한 이래 동북권 교통거점 역할을 해온 터미널은 지난해 말 완전히 문을 닫고, 올해 3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아 본격적인 재개발 착공에 들어갔다.
부지에는 지하 8층, 지상 49층 규모의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 복합단지가 들어선다. 공동주택 999가구와 오피스텔 308실이 들어서며, 하부에는 문화ㆍ판매ㆍ근린생활시설과 더불어 지역사회 요구를 반영한 종합 문화시설도 조성된다. 2029년 완공 예정이다.
광진구 동서울종합터미널도 개발 준비에 돌입했다. 민간사업자인 신세계프러퍼티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총사업비는 1조8790억원 규모다. 지하 3층에는 시외버스 터미널과 환승센터가, 지상에는 최고 40층 규모의 업무ㆍ상업시설과 전망대가 들어선다. 스타필드 쇼핑몰이 1∼4층에 입점하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최상층 전망대는 이곳을 단순한 터미널이 아닌 ‘도시의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상반기 착공, 2030년 완공이 목표다. 시는 2030년 이후 하루 유동 인구 6만명 이상, 생산 유발 효과도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공사 중 터미널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다. 시는 임시 터미널을 인근 구의공원 지하에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주민들은 공원 훼손과 교통혼잡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시행사인 신세계 측은 대체 방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이며, 시는 이를 바탕으로 사업 인가 여부를 최종 검토 중이다.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에 들어갈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 투시도, / 사진 : 중랑구 제공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센트럴시티)의 개발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올해 초 신세계센트럴시티는 서울시에 사전협상 제안서를 제출하고 개발계획 보완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핵심은 터미널 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고층 주상복합과 호텔, 오피스, 백화점, 공원을 갖춘 초대형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센트럴시티 일대는 강남권을 대표하는 비즈니스ㆍ쇼핑 거점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양천구 신정동의 서부트럭터미널은 국내 최초의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사업지로 주목받는다. 10만㎡가 넘는 부지에 지하 7층∼지상 25층 규모의 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물류창고와 쇼핑센터, 수영장과 청년창업센터, 공동주택(984가구), 오피스텔(225실)을 아우른다.
기존 화물터미널 기능은 지하화해 유지되며, 지역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을 확장할 예정이다.
사업은 당초 2025년 내 착공을 목표로 했지만, 과거 시공사와의 소송과 인허가 지연, 서울시장 교체 등 변수로 인해 일정이 다소 밀려 2026년 착공, 2030년 준공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서울 주요 터미널 부지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공통의 키워드는 ‘복합성’이다. 거주ㆍ업무ㆍ쇼핑ㆍ문화가 한데 얽힌 다기능 도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도 최근 “기존 터미널은 오로지 교통에 집중한 구조였다면, 이제는 도심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공성 확보와 교통편의 유지라는 기본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터미널 본연의 기능이 희석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주변 지역과의 조화로운 개발을 이루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기반시설 확충을 병행해 교통영향을 최소화하고, 단절된 도로를 연결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공공성과 민간개발 이익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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