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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에 속속 팔리는 토종기업… M&A 새기류 파장 주목

Bonjour Kwon 2013. 11. 13. 15:12

 

13 11월, 11:01www.etoday.co.kr

국내 알짜 기업들이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속속 외국 자본에 매각되고 있다. 오랜 기간 많은 액수의 돈과 인력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고스란히 외국에 넘겨주는 꼴이지만 국내 여건이 어려운 탓에 달리 방도가 없다. 시장 안팎으로 국내 기업들의 기술 유출 등의 우려와 함께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건설사부터 소셜커머스 업체까지 줄줄이 해외매각=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중견 건설사 벽산건설은 최근 중동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수를 추진하는 중동 기업은 카타르 알다파그룹의 투자전문회사인 아키드컨설팅이다. 벽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26위인 중견 건설사로 지난해 6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후 결국 해외 자본에 넘어가게 됐다.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케미칼도 최근 일본 소재 기업 도레이의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에 매각됐다. 웅진그룹이 자금난으로 위기에 처하자 웅진홀딩스가 알짜 계열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판 셈이다. 국내 대기업인 LG화학과 GS에너지도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회사 가치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을 써낸 도레이를 이길 수 없었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도 최근 미국 기업 그루폰에 팔렸다. 미국 소셜커머스 업체 리빙소셜에 인수된 지 2년 만으로 그루폰은 티켓몬스터 인수를 위해 2억6000만 달러(약 2760억원)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줄줄이 해외 기업에 매각되고 있다. 일본 최대 복제약업체인 니치이코제약은 지난달 340억원을 들여 국내 중소 바이오업체 바이넥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바이넥스의 자회사인 에이프로젠의 뛰어난 바이오의약품 기술력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산업용 장갑 제조업체인 마이다스 역시 지난 9월 442억원에 호주 기업 안셀로 매각됐고, 국내 안경렌즈 소재 기업인 KOC솔루션도 일본 미쓰이화학으로 넘어갔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모두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강소 기업들이다.

 

 ◇기술·국부유출… 장기적 산업경쟁력 상실 우려도 =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최근 해외 기업에 잇따라 매각되는 이유는 국내 경영사정이 여의치 못한 탓이 크다. 전반적 경영환경이 불확실해 국내 기업들은 알짜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도 적극적으로 사들이기 힘들다. 반면 풍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일본,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은 국내 알짜 기업들에 거액의 돈을 베팅해 손쉽게 인수하고 있다.

 

 산업계는 잇따른 매각 소식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쌍용차 사태’로 대변되는 기술유출과 이에 따른 산업경쟁력 하락에 대한 걱정이다.

 

 실제 최근 웅진케미칼 매각 과정에서도 업계 일각에선 일본 기업 도레이에 국내 첨단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며 논란을 제기한 바 있다. 웅진케미칼은 ‘역삼투분리막 필터’라는 독보적 수(水)처리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정부가 2006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온 해수 담수화 플랜트사업에도 참여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선임연구위원은 “인수합병은 각 기업별 문제이지만 특정 첨단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의 경우라면 이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첨단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은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을 하락시키는 데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부 유출 논란도 종종 제기된다. 올해 STX에너지 지분 96.35%를 6300억원에 인수한 후 최근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1조원대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오릭스가 대표적 사례다. 국내 발전업계 관계자는 “1년 만에 수천억원의 매각 차익이 오릭스에 넘어갈 처지”라며 “국부 유출은 물론 발전업계의 전반적 경쟁력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해 육성시켜야 할 국내 강소 기업들을 ‘떡잎’ 시절부터 인수함으로써 한국 산업경쟁력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최소 투자 회수기간은 10년 정도인데 경영자 입장에선 계속 이끄는 게 부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서 씨앗을 넘어 묘목을 만들 수 있도록 산업경쟁력의 기반을 다져야 하는데 특정 육성 분야 및 중소기업의 해외 매각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정유 기자(thec98@)